• 현애자, 27일만에 단식 풀어
        2007년 07월 04일 05: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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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해군기지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27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지난 6월4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천막 단식 농성을 시작한 현 의원은 살이 11kg이 빠지고 저혈압과 탈수 증세 등 위험 징후가 나타나 여러 번 단식 중단을 권유 받아오다가 지난 3일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강정 주민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단식을 끝냈다. 

    제주도의 한 한의원에서 몸을 추스리고 있는 현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아쉬운 것도 많지만, 단식을 통해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고, 주민들이 자신의 미래를 직접 결정하고 스스로 결집하게 된 구체적 동기가 되어 주었던것 같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대정부 활동 등 더 많은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단식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종교인들을 비롯해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이미 우리와 뜻을 함께 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제주의 성과와 민의를 국회로 옮겨 예산 삭감 투쟁, 대정부 질의, 국감 실시, 국방부를 압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제주도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의원의 단식 투쟁은 외롭지 않았다.  현 의원의 투쟁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주민들이 스스로 해군기지 반대 서명 운동 및 마을 회장 탄핵 운동을 벌이는 등 반대 투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3일에는 종교계, 지역주민, 지식인, 시민 사회계 등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 조직인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제주 군사기지 반대 활동을 천명했다.

    단식 농성을 시작할 무렵, 찬반이 팽팽했던 초반의 분위기와 달리 단식이 지속되면서 택시 기사들도 현 의원을 방문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택시 요금을 받지 않는 등 주민 여론도 점차 반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 2일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제주도 행사에 참석해 현 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극단적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기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 외 한미 FTA 와 관련해 제주도 현안 문제에 고민이 많았던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도 직접 전화를 걸어 향후 대정부 투쟁에 동참할 의사를 피력하는 등 그간 현 의원의 단식 농성장에는 하루 평균 100여명의 인사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에서도 제주도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전국화의 조짐도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6월 7일 녹색연합과 민주노총 등 전국 14개 시민사회단체는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공동행동(가칭)’을 구성하고 그 활동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에 있다. 또 지난 달 20일에는 사회 각계 인사 39인이 (김성수, 오충일, 문정현, 리영희, 백낙청, 서중석, 김세균, 황상익, 고 은, 김지하, 신경림, 황석영, 임헌영, 박원순 등) ‘제주 평화의 섬’을 염원하며 한겨레 신문 1면에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성명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대규모 범도민 공식 기구가 출범하고 국회 차원의 대정부 압박이 예고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향후 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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