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득 위원장,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나"
        2007년 07월 04일 02: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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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3일 한 강연회에서 "노동운동은 대중 조직인데 대중성을 상실해 전세계적으로 최저 조직률로 전락했다"며 "한국사회 노동운동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한 것으로 <문화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

       
      ▲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우리나라는 우리 노동운동이 교범이고 가장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우리만 ‘전투적 조합주의’로 열심히 싸우니까 착각에 빠지고 결과는 안본다"고 말했다.

    또 금속노조 파업에 대해 "FTA최대 수혜자가 왜 투쟁을 할까? 투쟁은 무조건 해야 하는데 쟁점이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속노조는 25일 파업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서는 금속노조 총파업에 3,000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고 했다.

    망발에 가까운 어이없는 발언이다. 그의 발언은 사실과 명백하게 어긋날 뿐 아니라, 악의적인 왜곡이다. 세상에 어떤 노조가 여론에 두들겨맞을 거라는 걸 예상하면서, 주요 임원단이 구속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면서, 무조건 투쟁을 할까. 비판을 하려면 정확하게 해야지, 이렇게 경영자들을 앞에 앉혀놓고 혹세무민해서야 되겠는가.

    금속노조 이정희 선전홍보실장은 "이용득 위원장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자식의 보복폭행을 저지른 한화회장 석방운동이나 하라"고 일갈했다.

    지난 5월 말 한국노총과 산하 30여개 단체는 서울지법에 김승연 회장 석방 탄원서를 제출해 온갖 사회적 비난을 받았었다. 노동계 안팎에서 "노조의 탈을 쓴 사용자"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었다.

    한국노총은 "공식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산하 관광서비스노련 유영철 위원장은 "고용 문제 때문에 노조가 나섰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수천억을 횡령한 정몽구 회장에 대해 현대자동차노조가 "법에 따라 구속하라"고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다.

    사용자들도 드러내놓고 하지 못하는 구명운동

    보복폭행 사건을 저지른 김승연 회장에 대해서는 심지어 사용자단체조차도 드러내놓고 구명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저지른 행위가 너무나 파렴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노동조합이 양반집 ‘머슴’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달 30일 안산에서 만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고위 간부와 쌍용양행 전 CEO는 한목소리로 "한화 회장 구명운동을 한 한국노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들도 잘못했다는 일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은 할 말이 있는가?

    한국노총이 한미FTA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그가 한미FTA를 언급하는 것은 얘기할 바도 아니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금속노조 파업 참가자를 맘대로 얘기한 것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해를 넘어 전체 국민들의 이해를 위해 벌인 금속노조 11만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해 "투쟁은 무조건 해야 하는데 쟁점이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말한 데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이용득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가 십수년간 지적해온 복수노조 허용을 3년 간 또 다시 유예하는데 야합해 사회적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평소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틈만 나면 외국으로 돌아다니며 투자를 호소하고 있다. 사용자인지 노동자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해고 철회 투쟁이 전투적 조합주의인가

    한미FTA 타결로 인해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할 많은 한국노총 산하 노동자들이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안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에게는 ‘전투적 조합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

    노동조합의 勞자는 수고롭고 힘들고 고단하고 고달프다는 뜻이다. 고단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하는 일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보복폭행’ 회장님을 위한 탄원서라면 그걸 노동조합이라기보다는 ‘머슴조합’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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