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에 또 파업할텐데 고소해버려"
    정부-경찰 회사 돌아다니며 압박
        2007년 07월 04일 12: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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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과 노동부가 한미FTA 저지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가한 사업장을 돌며 회사에게 노조 간부들을 고소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오후 4시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동광기연에 박종철 경인지방노동청장이 방문했다. 그는 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용자들을 만나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간부들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얘기를 했다.

    금속노조 동광기연지회 이동주 사무장은 "회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노동청장이 와서 직접적으로 고소하라는 얘기는 안 했지만 간접적으로 돌려가면서 말을 했고, 7월에도 파업을 할텐데 이렇게 방치할 것이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이에 대해 "회사에 부담이 커서 고소하지 못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철 경인청장은 이어 같은 공단 안에 있는 한국TRW를 방문했다. 이들은 비슷한 얘기를 회사와 나눴고, 회사는 "조합원이 다 파업에 나가지 않았고 별다른 피해가 없다"며 고소할 뜻이 없음을 전했다.

       
    ▲ 6월 29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6시간 파업을 벌이고 서울 대학로에서 "한미FTA 저지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같은 날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KM&I에는 경인지방노동청 북부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찾아와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가해 입은 손실, 파업시간, 참가인원 등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어 3일 오전에는 부평경찰서에서 회사로 전화를 걸어 똑같은 사항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였다.

    대원강업 주안지회는 근로감독관이 다녀간 후 담당 검사가 회사에 전화를 걸어 피해액이 얼마인지를 묻고 파업을 한 것을 회사가 인정한 것이냐는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부평경찰서는 KM&I, 동광기연 등 파업에 참여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회사 법인 도장을 가지고 경찰서에 들어오라고 했다.

    인천지역의 한 사용자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을 추산할 수 없다고 하는데도 경찰이 계속 피해액을 확인하고 고소할 거냐고 얘기하고 있다"며 "회사는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5일 항의방문

    이에 대해 금속노조 인천지부는 3일 "한미FTA 총파업 관련하여 KM&I에는 경인지방노동청 근로감독과장이 방문해 사측을 만나 불법파업이라며 파업을 제지할 것을 요구했고 7월 2일에는 한국TRW자동차부품과 동광기연에 경인지방노동청장이 직접 방문해 사측에게 불법파업을 한 노동조합에 대해 고소고발 하라는 종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의 불법적 구조조정과 노동탄압 현장에는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사측 편들기에 앞장서던 노동청이 한미FTA파업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불법 운운하며 사측에 고소고발하라고 종용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사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부는 오는 5일 오전 11시 경인지방노동청장을 면담해 항의하고 오후 2시 인천지부 확대간부들이 집결해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인천지방노동청 김인호 감독관은 "금속노조 지도부들 체포영장 나와있는 거나 현대차와 기아차가 고소했던 얘기를 했던 것"이라며 "우리는 어떻게 보면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일 뿐이고 고소를 종용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노사관계 파행으로 몰고가는 정부

    이에 앞서 경찰은 금속노조 만도지부 김희준 지부장에 대해 2일 오전 10시까지 3차 출두요구서를 보낸 후 오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지난 25일 만도지부 익산지회가 금속노조 2시간 파업에 참여할 때부터 회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노조간부들을 고소할 뜻이 없음을 밝혔는데도 경찰은 계속 회사를 압박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떨어진 후 회사측을 종용해 결국 회사는 30일 김희준 지부장을 고발하게 됐고, 경찰은 일사천리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된 것이다.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고소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경찰과 노동부가 나서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 금속노조가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3층에서 제 1차 중앙쟁위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도부 탄압에 대한 투쟁계획을 논의했다.
     

    금속노조는 검찰과 경찰, 노동부 등 노동·공안기관들이 총체적으로 나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속노조는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3층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탄압에 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지도부 검거하면 총파업

    금속노조는 4일 전 사업장에 노무현 정권 및 경총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부착하고,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중식집회를 진행한다. 고소 및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사업장에 대해 지역별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임단협 파업 시 2시간 이상 가중파업을 하기로 했다.

    또 오는 10일 경총과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고소남발, 산별부정 경총 해산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노무현 정권이 정갑득 위원장이나 지부장을 체포하면 즉시 전 조합원 파업을 벌여 강력한 항의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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