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당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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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3일 07: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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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에 만평을 그리는 이창우는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부산시당 홈페이지에 자신이 세 명의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노회찬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17일 노회찬 후보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에 참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투고’ 형식으로 <레디앙>에 보내왔다.

    <레디앙>은 이 처장의 글이 노회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보다는 민주노동당 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주요 당직자들의 역할과 위상에 관한 중요한 논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고 이를 게재키로 했다.

    한편 <레디앙>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동당 내 대선 예비경선 관련 보도에 대해 일부 독자들이 ‘특정 후보’ 편향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점을 주목하고, <레디앙>의 경선 보도 원칙 등에 관한 내용을 조만간에 독자들에게 공지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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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절규하다 입을 찢기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이승복 어린이 얘기도 ‘줄서서’ 들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저는 줄 서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운동장에 억지로 줄세워 열병식같은 걸 하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교장선생님의 하나마나 한 훈시를 듣는 건 고문이었습니다.

    억지로 줄을 서서 듣다가 쓰러지는 애들도 있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줄 서는 걸 지독히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조회시간에 화장실에 숨어있기도 했습니다. 가끔 저와 같은 레지스탕스들을 만나 서로 유대감을 다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지하철 탈 때 줄 안서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염치도 없이 새치기 하는 거 많이 봤습니다. 누구보다 ‘질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혐오감마저 듭니다. 이런 걸 보면 사실 전 ‘줄서기’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줄세우기’를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민주노동당을 하는 건 노예적 질서를 싫어하는 제 습속 탓인 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운동’이라는 걸 시작했을 때는 엔엘이니 피디 같은 건 없었습니다. 운동권으로 분류할만한 사람들이 몇 안되던 시절이다 보니 줄을 세우고 싶어도 쪽수가 안되었겠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당의 선거나 당대회 같은 걸 보면 자기 머리로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는 정파인지 계보인지 그런 것에 줄서기하는 게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혐오하는 ‘노예적 줄서기’가 재연되는 것 같아 정나미가 뚝뚝 떨어집니다.

    우리가 줄을 서야할 때는 오직 민중을 노예화하는 자본과 정권에 맞설 때입니다. 단결하고 일사불란해야 저들과 맞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들끼리는 줄을 서는 게 아니라 격정적으로 토론해야 합니다. 좀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논파’되면 어떻습니까? 동지들끼린데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자기 생각이 짧았다면 허심탄회하게 인정하면 됩니다.

    불꽃이라는 진리를 찾아 서로 부딪히는 ‘부싯돌’ 이야기를 제가 좋아하는 것도 첫 질문자로, 토론자로 자청하고 나서는 것도 저의 무지를 드러내고 교정받기 위해서입니다. 자기가 무조건 옳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학습하고, 길찾기를 할 것입니다. 진리의 상대성을 인정하기 때문이죠. 지남철(동양식으로 말하면 지북철)은 달달 떨면서 북극성을 가리킵니다. 떨림은 의심입니다. 자기가 지시하는 그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반문입니다. 지남철이 떨림이 없다면 더이상 그 지남철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제가 오는 17일(제헌절날) 노회찬후보 선대본 발족식에 달달 떨면서 가볼 생각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 말고도 함께 가실 동지들을 공개적으로 찾습니다. 줄 세우는데 서실 분이 아니라 스스로 줄을 서실 분들, 자기 의지로 스스로 결단한 분이라면 환영입니다.

    저는 시당의 당직을 맡고 있습니다. 중립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노회찬 후보가 대선후보로 적임자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걸두고 여러가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식논리만으로 얘기한다면 ‘공무원들의 정치적 자유권을 허하라’는 민주노동당의 당론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공직(당직)이 요구하는 ‘중립 의무’와 개인(당원)으로서의 정치적 자유권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 한계는 공직(당직)을 사적인 목적(혹은 종파적 도구)로 악용할 때 금도를 넘어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직은 사유화하거나 종파적으로 도구화 해서는 안됩니다.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상대후보라 하더라도 당직자로서는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대우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직자로서의 ‘정치적 영향력'(그런 게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마저 제한해야 한다는 건 ‘중립의무’에 대한 과잉해석이라고 봅니다.

    그간 노조 선거나 당직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된 정파적 대립 때문에 조직이 분열되고 내부 정치에 발목 잡혀왔던 않좋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직을 맡고 있는 이가 어느 한 쪽 편에 서게 되면 그 조직이 이른바 ‘대중적 중심’을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정당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우려는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시당수준의 당직 선거도 아니고 중앙당 당직 선거도 아닌 대선 후보를 뽑는 선거입니다. 과연 특정 후보의 편을 들지 말아야 할 ‘당직의 범위’가 어디까지입니까? 모든 당직자가 자기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서는 안되는 것입니까? 어디까지일까요? 분회장? 시당 대의원? 중앙 대의원? 지역위원장? 상집?

    이번 선거의 ‘수준’이 대선후보를 뽑는 선거이므로 위에서 말한 ‘정당한 우려’를 고려해야 할 당직의 범위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만약 모든 당직자의 입을 봉해야 한다면 누가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합니까? 이른바 활동당원이라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당직자 아닙니까?

    (사실 중앙당에서도 00위원회 위원장 등이 특정후보의 캠프에 결합해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선거가 대선후보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상식’에 바탕을 둔 것이지요)

    저는 이번 대선이 침체의 늪에 빠진 민주노동당이 다시 한번 도약해 민중의 희망으로 서느냐? 아니면 오래도록 소수로 남을 것이냐를 판가름할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제가 가진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 오히려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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