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체성 안맞는다' 주장 동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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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3일 12: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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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후보가 내놓은 대선공약 <세박자 주택정책>이 안팎으로 ‘화제만발’이다. ‘주택계급별 맞춤형 주택정책’과 ‘택지국유화’를 뼈대로 하는 <세박자 주택정책>과 관련 CBS 노컷뉴스는 ‘톡톡 튀는 대선공약으로 심상정이 뜨고 있다’고 보도했고, 포탈에서는 택지국유화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또 지난 25일 토지정의시민연대와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주최 토론회에서는 “임기 안에 택지의 20%를 국유화하겠다는 정책은 매우 탁월”, “주택계급별 맞춤형 주택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유효적절한 처방”이란 평가 속에 “좀 더 시장친화적인 주택정책을 찾아야 한다”는 엇갈린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세박자 주택정책>전문이 실린 한글파일은 심상정의원 홈페이지 정책자료방 토지정의시민연대강연자료.hwp 참조).

    30일 대전 토론회에서도 <세박자 주택정책> 중 택지국유화 정책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노회찬 후보는 택지국유화 정책이 무주택자 중 최상위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으며, 택지 국유화 과정에서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정부의 보조를 더 많이 받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다.

    권영길 후보는 심후보의 영구채권 발행을 통한 택지국유화 방안에 동의하면서도 부동산 가격 연착륙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후보의 문제제기는 당일토론 과정에서 해소됐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노후보의 문제제기에 대해 시간제약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내용을 보완해서 밝히려 한다.

       
     
     

    ‘당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먼저, 택지국유화의 혜택이 무주택자 중 최상위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에 대해서다.

    스스로 물어본다, 택지국유화는 왜 하려는 건가? 국토의 70%가 사유지이며, 특히 국토 중 그나마 (집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비롯해) 쓸모 있는 땅이자, 가격도 가장 비싼 대지의 93%가 사유지이다. 더구나 개인소유 기준으로 국토 사유지의 57%를 1% 땅부자가 독점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투기의 핵심인 택지를 단계적으로 국유화하자는 것이다.

    심후보는 국유화 방법과 관련 택지를 정부가 사들이는 방법과 함께, 신도시 건설 등을 위한 공공택지를 공영개발하는 길,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길 등 다양한 경로를 함께 제시했다. 특히 국유화 과정에서 현재 사는 집을 제외한 비거주용 주택을 매각하게 하되 택지는 국가에 팔게 하는 방법으로 집부자들의 택지를 국유화의 1차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사유지 내의 극심한 토지소유 편중을 아울러 해결하자는 것이다.

    택지국유화의 효과는 무엇이고 혜택은 누가 보는 걸까? 무엇보다 임기 안에 20%, 20년 안에 50%의 택지를 국유화함으로써 투기 중심무대인 택지에서 투기를 원천적으로 불가능 하게하는 효과가 있다. 또 택지 국유화 과정에서 집부자들의 비거주용 주택을 팔게 함으로써 주택 소유 편중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고, 팔려고 내놓는 매물이 넘치면서 거품이 잔뜩 낀 집값이 떨어져 제 자리를 찾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신규 확보된 국유택지와 떨어진 집값을 활용해 ‘집값이 떨어져도 집을 살 수 없는’ 전체국민의 3분의 1에 달하는 주거 빈곤층을 위한 복지주택정책을 과감하게 펼 수 있다.

    심후보는 택지국유화를 기초로 매년 6만호씩 임기내 30만호의 매입 및 전세형 임대주택을 확보해 지하방이나 비닐집에 사는 주거 극빈층에게 공급하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또 택지국유화의 또 다른 방법인 공공택지 공영개발(‘송파모델’)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집을 살 수 없는 빈곤층을 위한 대책을 풍부하게 발표한 바 있다.

    물론 극빈층에게 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영구채권을 발행하는 택지국유화와 달리 직접적인 재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재원문제를 함께 제시해야만 구호가 아닌 공약이 될 수 있다.

    노후보 문제제기처럼 택지국유화가 무주택자 중 집을 살 수 있는 최상위 계층(심후보 추산으로는 100만가구)에게 내집 장만의 길을 열어주는 게 맞다. 집값이 떨어진 데다 땅값은 사용료만 내고 건물값만 내면 되니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은 택지국유화의 여러 가지 효과와 혜택 중 하나인 것이지, 그것만을 목표로 하거나 가장 큰 목표로 삼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오해이다. 또 집부자도 아니고 집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집이 없어 바람처럼 뜬구름처럼 떠도는 무주택자에게 내집 마련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거나 누구를 위한 국유화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켜간 얘기지만 ‘집부자들과의 거대한 전쟁’이 될 수밖에 없는 택지국유화 전투에서 내집 마련이 가능한 무주택자들을 동맹군으로 삼아야 할 전략전술적 필요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비싼 아파트가 혜택 더 본다’는 지적에 대해

    남은 문제는 노후보가 지적한 것처럼 ‘6억짜리 아파트는 3억, 2억짜리는 1억’식으로 택지국유화 과정에서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정부의 보조를 더 많이 받는 결과가 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같은 노후보의 문제제기에 대해 한신대 강남훈 교수는 2일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토론방에 올린 글에서 “택지국유화 정책은 6억짜리 아파트는 3억원으로, 2억짜리는 1억원으로 반값으로 값이 떨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며, “6억짜리 소유자는 3억원 손해보고 2억짜리는 1억원 손해보는 것”이자 “무주택자들은 아무 손해가 없다”고 정반대의 이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참고로 강교수는 택지국유화를 이론과 원리 수준에서 처음 제시한 사람이다.

    강교수 지적은 타당하다. 다만 노후보 견해도 생각해볼 대목이 있는 게 사실이며, 심후보도 공약을 짜는 과정에서 검토했던 내용 중 하나이다.

    우리는 노후보가 제기한 고가 아파트 문제만이 아니라, 미분양 주택을 수백 채씩 소유하고 있는 주택건설회사가 이미 내놓은 매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도심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매입해서 극빈층 공공임대주택으로 쓰기 안성맞춤이지만 농촌지역에 많은 빈집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사전에 검토해 봤고 별도의 세부원칙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다주택자들은 택지국유화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되더라도 가능한 비싼 값에 택지를 팔려고 할 것이어서 정부와 끊임없는 긴장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에 매입기준과 가격, 순서 등에 대한 통일된 기준과 원칙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발표된 택지국유화를 비롯한 다섯가지 주택정책은 큰 그림과 이를 구체화한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세부원칙은 별도의 대책으로 보완돼야 할 문제이다.

    물론 세부원칙도 가능한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만 다주택 소유자의 비거주 주택의 세부 현황 예컨대 지역별 가격별 주택종류별 분포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데, 3년간 자료전 전투를 벌여왔지만 부동산 소유 통계 공개를 ‘천기누설’로 여기는 현 정부 아래서는 쉽지 않은 점이 있다.

    요약하자면 노후보의 두 번째 지적은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세부적인 원칙을 세울 때 감안해야 할 문제라 받아들인다. 다만, 이를 근거로 ‘택지국유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라’는 주장은 선뜻 동의되지 않는다.

    두 후보도 주택공약 내놓길

    택지국유화가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며, 두 후보의 문제제기는 정책을 더 풍부하게 하고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투기 무관심당’이란 비판을 들으면서도 아무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었던 게 민주노동당의 솔직한 현실이었다. 그나마 열심히 활동하던 주택담당 정책연구원 두 사람마저 당을 떠난 지금, 참 갑갑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대선이라 불리는 17대 대선은 서민들의 3대 근심거리인 주택문제에 대한 당의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그렇게 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선에 출마했으니 주택공약도…’ 하는 발표용 공약 수준을 넘어보려 했다. 지난 3년간 주택정책 대안을 모색해온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내딛어보려 했다. 그러나 힘겨웠다. 주택문제를 전공한 사람들도 아니고, 집없는 설움에 뼈가 시린 후보의 채찍질과 ‘무관심당’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하다. 처음 가보는 ‘택지국유화’의 길인데 학자 논문을 줄여 공약이라고 내놓을 수도 없고, 공중의 구호를 현실로 끌어내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노후보 지적 중 ‘상당히 조급한 면이 있다’는 것은 ‘급진적인 면이 있다’는 것으로 넘긴다 하더라도,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깊이 동의한다.

    함께 채우고 다듬고 나아가길 바란다. 그러자면 두 후보도 심후보의 주택정책에 대해서 검증하는 데 머물지 말고, 공식적으로 주택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집 문제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서민들에게 ‘구호 이상의 무엇’으로 화답하고 치열하게 실천하지 않고는 서민정당의 길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다.

    각자 대안을 내놓고 서로서로 검증해야 수구와 보수에 맞설 강력한 무기를 갈고닦는 진정한 당내경선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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