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 큰 경찰, 노조버스 타고 광화문 집회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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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2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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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모 순경이 노조 조합원을 가장해 노조 내부 정보를 캐내다 조합원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나름대로 대담한(?) 경찰의 이같은 감시 행태는 최근 사측의 부당해고로 파업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이랜드 홈에버 노조를 상대로 자행됐다. 

    홈에버 일산점 조합원들은 지난 29일 오전 11시 40분경. 서비스연맹 결의대회가 마무리 된 후 한미FTA 반대 민주노총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대학로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근데 버스 안에 ‘낯선 남자’ 한 명이 타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물었다. "아저씨 누구세요?"

    낯선 남자가 대답했다. "롯데 조합원인데 연대하러 왔습니다."

    그는 광화문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집회 현장에서도 이랜드 조합원들과 함께 움직였으며, 집회 도중 이랜드 노조위원장이 홈에버 주요 매장에 공권력과 용역 경비원들의 투입이 예상돼 이에 따르는 세부적인 투쟁 방향을 설명하는 것까지 모두 듣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조합원들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그 남자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조합원들이 그의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마포경찰서 오모 순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가방에는 경찰 수신용 무전기, 녹취용으로 추정되는 MP3 등이 들어 있었다.

    일부 흥분한 조합원들은 그가 도망치지 못하게 둘러싸고 집회방해·업무방해·공권력 남용 등으로 112에 신고했다. 버스에 함께 탔던 다른 한 명은 마포경찰서 정보과 주모 형사로 밝혀졌으며 집회 현장에서는 이랜드 조합원들과 떨어져 있다가 오모 순경이 조합원들에게 붙잡히자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마포경찰서와 종로경찰서 관계자들이 찾아와 조합원들에게 그를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와 조합원들은 경찰 관계자를 통해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과 마포경찰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이후에 사과와 면담을 하겠다"고 약속한 뒤 경찰을 불러 그를 데려갔다.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본 홈에버 노조 일산지부 한 조합원(37·남)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주 기분이 더럽다”며 “이랜드라는 대기업을 대신해 경찰이 우리를 감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재정권에서나 하던 일을 지금도 하고 있다”며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후 법적 자문을 구해 관련자들을 집회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마포경찰서장의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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