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
        2007년 07월 02일 11: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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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이 그동안 ‘한미 FTA 그거 좋은 거 아냐’ 그랬는데 이번에 파업하니까 ‘뭐 문제있나’ 이렇게 바뀌었잖아. 금속노조 성공한 거 아냐?”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정부와 언론의 파상공세 때문에 파업이 실패할 줄 알았는데 성사시켜냈다며 금속노조를 높게 평가했다.

    6월 초부터 시작된 보수언론의 악선동과 왜곡보도, 노무현 정권의 사상 유례없는 초강경탄압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25~27일 권역별 2시간 파업과 28일 전 조합원 4시간, 29일 6시간 파업을 성사시켜냈다.

       
     ▲ 2만3000여 명의 노동자·시민들이 29일 서울 종로1가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 총궐기대회’를 열고 한미FTA 협상의 원천 무효와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이창길 기자
     

    일주일간 27만명 한미FTA 총파업

    금속노조가 2일 최종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북과 충청권이 파업을 벌인 25일에는 32개 사업장 8,810명, 수도권이 파업을 벌인 26일에는 42개사업장 20,260명, 영남권이 파업에 참가한 27에는 49개사업장 37,548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은 현대자동차지부가 2시간 파업을 함께 하지 못했는데도 금속노조는 25∼27일 2시간 권역별 파업에 123개 사업장 66,618명이 참가해 조합원들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어 전 조합원이 참가한 28일 파업에는 146개 사업장 108,904명이, 29일에는 118개 사업장 97,283명이 각각 4시간과 6시간 파업을 벌였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272,805명이 한미FTA 저지 총파업에 참가한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달 여에 걸친 보수언론의 교란 행위과 악선동, 노무현 정권의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을 뚫고 10만명이 넘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당당하게 파업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특히 25∼27일 현대차지부가 2시간 파업을 철회하면서 파업 실패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힘차게 파업을 전개했다.

    꺼져가는 투쟁의 불씨 되살리다

    금속노조 총파업은 꺼져가는 한미FTA 투쟁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월 2일 한미FTA 타결 이후 최고조에 달하던 반대운동의 불길은 점점 사그러 들었다. 한미FTA 찬성여론은 더욱 높아져갔고, 온갖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협정문이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반대운동은 좀체 살아나지 않았다.

    한미FTA 반대운동의 불씨가 꺼져 가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보수언론의 ‘불법파업’ 논쟁을 시작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세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평소 무관심하던 언론들은 연이어 한미FTA 반대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고, 특히 수혜산업이라고 주장했던 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한미FTA에 대한 논란은 확대됐다.

    금속노조의 한미FTA 반대파업은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에도 일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파업’이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국민들이나 네티즌들은 이번 금속노조 파업에 찬반 양론을 다양하게 표출했다.

    또 국회의원, 교수, 영화인들까지 금속노조의 파업에 각계각층에서 지지와 연대가 이어졌다. 한미FTA 저지 영화인대책위원회 양기환 집행위원장은 “금속노조의 이번 한미FTA 파업을 보면서 마치 전노협을 보는 것 같았다”며 “금속노조가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의 선봉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위력적인 출발

    이번 금속노조의 파업은 현대, 기아, GM대우 등 완성차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면서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한 이후 첫 파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대공장 노동자들이 언론의 집중적인 공세를 뚫고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나서서 투쟁할 것이냐와 실제 10만 이상의 파업을 성사시킬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은 "한 놈만 팬다"는 전략으로 현대자동차를 집중 공략해 25∼27일 2시간 파업 철회를 끌어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교란전선에 휘말리지 않았고 탄압에 맞서 당당하게 투쟁해 10만이 넘는 총파업을 만들어냈다. 15만 금속노조 첫 출발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금속노조의 파업은 민주노총과 범국민운동본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연맹 등 한미FTA에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제대로 싸우고 있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의 파업은 큰 자극이 됐다.

    이를 통해 노동운동 진영이 7∼8월 투쟁과 9월부터 시작될 비준 저지 투쟁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공공운수연맹 이근원 조직실장은 "금속노조의 선도적인 투쟁으로 미흡하나마 공공노조의 경우 2개 노조가 파업을 벌였고, 조합원 3만명 중에 1만명을 집회에 참가할 수 있게 했다"며 "향후 비준 저지 투쟁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한미FTA 저지 투쟁에 적극적으로 복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뭄에 웬 파업"보다 더한 언론 공세

    지난 2001년 7월 보수언론은 민주노총 파업에 대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라는 기사를 ‘코미디’같은 기사를 쏟아내며 농민과 노동자를 이간질시키는데 성공했다. 도무지 연결될 수 없는 ‘가뭄’과 ‘파업’을 연결시켰고, 민주노총의 파업이 약화되자 "민주노총 무너졌다"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이번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공세는 사상 최악이었다. 보수언론은 예의 ‘정치파업’, ‘불법파업’을 앵무새처럼 되뇌었고, "수혜산업 노동자가 웬 파업?"이라는 기사로 신문을 도배했다. 자동차산업 노동자에게 이익인가 아닌가라는 기사는 한 줄도 없었다.

    보수언론의 파상공세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위축하게 만들었고, 일부 회사측 대의원들과 반장들이 파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보수언론은 이를 다시 대서특필하며 "조합원들이 반대하는 파업"이라는 ‘거짓선동’을 끝없이 계속했다.

    10만명이 넘는 조합원이 파업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노동부 발표를 일방적으로 인용해 퍼센트(%)까지 써대며 ‘반쪽파업’, ‘조합원 참여없는 파업’이라는 마지막 왜곡공세를 퍼부었다. 이들은 조업을 재개하려는 사용자들을 조합원으로 둔갑시키고, 파업만 하고 퇴근하는 소극적인 조합원을 파업을 거부하는 조합원으로 분장시키는 뛰어난 수단을 발휘했다.

    철저한 조합원 교육·선전 필요

    이번 금속노조 파업은 언론개혁과 노동자 대안언론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재벌의 광고로 생명을 유지하는 ‘재벌찌라시’들의 공세에 조합원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다시 확인됐다. 금속노조 내부적으로 더욱 철저한 교육과 선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은 적지않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완성차인 GM대우, 쌍용자동차 등이 금속노조 파업에서 이탈해 산별노조의 위상을 약화시켰다. 또 금속노조의 파업은 전체 연맹, 민주노총, 나아가 범국민운동본부의 투쟁으로 확산시켜내지 못했다.

    6월말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끝났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을 비롯해 이번 파업을 이끈 2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금속노조는 지도부 탄압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고, 7월말 산별교섭 성사를 위한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6월말 금속노조 한미FTA 저지 총파업은 끝났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공은 국회 비준저지 투쟁으로 넘어갔지만 아직까지 한미FTA에 반대하는 의원은 100명도 되지 않는다. 노동자 농민 시민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만이 국회 비준저지가 가능한 것이다.

    임종인 국회의원은 "금속노조원들을 포함해 국민 여론이 높아진다면 국회의원 150명 이상이 반대하게 돌 것"이라며 "노동자, 농민들과 힘을 합쳐서 꼭 한미FTA를 막아내도록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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