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스타 먹튀가 왜 문제지?
        2007년 06월 29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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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도하 신문들은 론스타의 ‘먹튀’를 맹비난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그 중 유일하게 먹튀 비난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독야청청이 있으니 <파이낸셜뉴스>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극동건설과 스타리스를 매각하고 외환은행 지분 일부를 팔아 이틀새 약 2조 원을 회수했다. 이를 두고 다시 투기자본의 ‘먹튀’ 성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반외자 정서를 부추기는 감정적인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빈 공간을 노렸고 과감하게 ‘바이 코리아’ 결정을 내렸다. 당시엔 외국자본이 주인 잃은 매물을 사주는 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냉철하게 말하면 론스타는 미래 기업가치를 내다보는 눈이 있었고 그 기업들이 곧바로 정상화를 되찾는 운도 따랐다. 이제 와서 헐값 매각 시비를 걸고 ‘먹튀’ 운운하는 건 분풀이 성격이 짙다.” – 「론스타 ‘먹튀’ 성토할 대상 아니다」, 6. 24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관성만 따져 보자면, 지금 바른 소리를 내는 신문은 <파이낸셜뉴스>다.

    ‘먹고 튄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은 론스타가 외국계 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까지 외국자본에 대한 보수신문들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정부가 동북아 경제 중심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외자유치 실적이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원인은 명백하다. …이런저런 규정을 들이대며 까다롭게 굴고 있는 것이다. 외자유치를 하겠다는 건지 내쫓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제, 행정 편의, 물류 등의 측면에서 과감한 유인책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정부의 획기적 의식전환과 정책변화를 촉구한다.” – 「外資 밀어내는 경제자유구역 허울 뿐」, <국민일보>, 2007. 3. 14.

    론스타가 M&A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기 때문에 문제인가?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논설 주장을 취소해야 한다. “공정위도 이제 세계시장 흐름에 맞지 않아 시대착오적인 M&A 규제나 출자총액 제한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을 생각일랑 그만하고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공정위, 세계 산업의 地形 변화부터 공부해야」, <동아일보>, 2007. 6. 23).” 날개 단 론스타가 날아가는 걸 어찌 막겠는가?

    론스타의 탈세가 문제고, 엄정한 세무 집행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보수신문들은 그런 조치에 결사 반대해왔다. 론스타가 세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벨기에와 맺은 조세조약이나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때문인데, 보수신문들은 자본 돈벌이에 조금이라도 방해되는 조세정책 전반에 대해 반대해오지 않았는가?

    “눈을 돌려 다른 나라를 보면 각국 정부는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고 그야말로 발버둥을 치고 있다. 물론 세금 인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자꾸만 더 걷고 더 쓰려고만 하지 말고 밖의 변화를 보면서 스스로를 추스르고 제대로 된 혁신을 해야 할 때다.” - 「과도한 세금이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문화일보>, 2007. 5. 17

    결론적으로 론스타가 먹튀할 수 있는 모든 조건들, 외자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나 자본의 무한자유를 위한 정책들은 보수언론들이 앞장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돈을 벌만큼 번 자본이 더 큰 이윤을 찾아 떠나겠다는데, 한국 같은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그걸 막을 방책은 없다. 나라꼴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론스타를 비난하는 건 우습다.

    한편 우리는 론스타라는 외국계 자본이 아닌 국내 재벌에게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나 제3세계에서 국내 자본의 철수 역시 그곳 입장에서 보면 먹튀에 다름 아니다. 외국으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한국 재벌이 더 낮은 임금과 더 큰 이윤을 찾아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먹튀가 아닌가?

    기업의 사회적 기여라는 고용과 납세가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니 이것 역시 먹튀에 해당된다. 국민 저축과 세금을 정책금융으로 받고 국내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힘입어 부를 축적한 재벌이 이제와 제 배 더 불리겠다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야말로 론스타 먹튀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하고 부도덕한 먹튀다.

    따라서 먹튀에 대한 올바른 대책은 민족적 감성에 따른 비난이나 국내 재벌 일족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금산분리 폐지 같은 것이 아니라, 자본 일반에 대한 규제와 통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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