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노태우 인터뷰에 빠진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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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9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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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5공 군부독재세력이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에 결국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 6·29 선언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29일자 아침신문 중 일부는 당시 군부가 시민의 저항에 굴복했다는 이미지 때문에 6·10항쟁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며 6·29도 재평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신문들은 다름아닌 조중동이었다.

    얼마전 KBS <미디어포커스>는 전두환 정권을 찬양했던 방송사의 어두운 과거를 고백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자신의 과거 편파·왜곡보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이 그저 "군을 투입할 수도 있었는데 민의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재평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날 가장 주목할 신문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지난 95년 비자금·내란죄 등으로 구속된 이후 한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전격 인터뷰했다. 그러나 신군부세력이 대한민국 역사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이나 이들 군부에 영합해 편파보도를 일삼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입을 빌어 6·10항쟁과 6·29선언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듯했다.

    조중동은 이 뿐만 아니라 현대차 노조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에 대해서도 똑같은 발상이 엿보이는 지면배치를 했다. ‘정치파업을 일삼는’ 현대차 노조를 비난하고 그와 나란히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는’ 도요타 자동차 공장 현지로 특파원을 보내 르포기사를 실었다. 6·10항쟁과 6·29선언이 일란성쌍둥이가 아니라 조중동 자신들이 일란성쌍둥이가 아닐까.

    조선, 6·29와 노태우 인터뷰에서 빠진 것들

    조선은 6·29 선언 20주년을 맞아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 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첫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라며 자평하면서 시작한 인터뷰 기사 <노태우 전 대통령 95년 ‘비자금 구속’이후 12년 만에 첫 인터뷰/"직선제, 김종휘씨가 제일 먼저 건의">의 내용은 크게 △노 전 대통령의 건강문제 △6·29 선언의 의미 △당시 파국을 면한 이유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제 직선제 반대 이유 △6·29의 주역은 누구 △6공의 평가 △비자금 사건 구속 입장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6·10항쟁은 민주화의 요구였고 투쟁이었다. 반면 6·29 선언은 민주화의 제도화와 실천이었다. 6·10항쟁과 6·29선언이 지난 20년간 민주화에 있어서 두 개의 동테(바퀴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였는데 지금은 6·10항쟁이라는 한쪽 동테만 강조되고 있다"

    "모든 직위를 걸고서라도 군 출동은 막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전 대통령의 (대통령제 직선제에 대한 제의) 이야기를 ‘앞으로 절대 변하지 않을 결심’으로 굳혀야겠다는 생각에서 ‘그게 되겠느냐’는 식의 반어법을 쓴 것인데 후에 이 대목에서 내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것 같다"
    "비자금 문제에 대해 머지않아 보다 소상하게 역사와 국민 앞에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사태를 통해 군부쿠데타를 벌였고, 80년 광주학살을 저지른데 대한 질문은 빠져있었다. 정작 지난 95년 비자금 문제로 시작돼 구속된 진짜 사유인 내란죄에 대한 질문도 찾아볼 수 없었고, 당연히 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

    조선은 6·29 선언의 의미에 대해 심지연 경남대 교수(한국정치론)의 기고를 싣고,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정리한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 신군부 집권 이후 87년 민주화 대투쟁을 거쳐 6·29 선언이 나오기까지 자신들이 얼마나 편파보도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고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 6·29 는 "6·10항쟁에 대한 굴복 vs 6·10과 일란성 쌍둥이"

    중앙일보는 6·29선언 20주년에 대해 10면 <노무현 대통령 "6·10항쟁에 대한 굴복"/박철언 당시 특보 "6·10과 일란성 쌍둥이">에서 "노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화운동 그룹들은 6·29를 6·10에 대한 굴복이며, 국민에 대한 항복으로 규정한다"며 "반면 당시 안기부장 특보였던 박철언 전 의원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므로 6·10과 6·29는 모양을 달리하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동아 "정치권, 민의수용-타협 배워야"

    동아일보도 4면 <"정치권, 민의수용-타협 배워야">에서 "6·29선언의 기념비적 내용이 퇴색됐지만 국민의 열망인 직선제를 받아들인 태도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이병기 전 안기부 차장의 말을 전했다. 동아는 "20년이 지난 만큼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그은 6·29선언의 공과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착수할 때가 됐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는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조중동이 일란성 쌍둥이? "현대차 ‘정치파업’…도요타 ‘미래차 기념회’"

    조선일보는 1면 <현대차는 ‘정치파업’…도요타는 ‘미래차 기념회’>에서 28일부터 시작된 현대자동차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과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 LS600 생산 기념회를 나란히 비교했다.

    조선은 왜 한미FTA 파업에 참여하는지 단 한 마디도 없이 △노조가 울산공장 1∼5공장 생산라인을 모두 멈춰세웠고 △반쪽파업에 그쳤다는 회사 주장과 회사가 노조간부 2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렉서스 기념회에 대해서는 ‘밸브를 붙일 때 왼손 엄지·검지·중지로 붙인 뒤, 오른손 엄지로 누르고, 다신 왼손 엄지·검지로 다진다’는 매뉴얼을 소개하며 "현장 근로자들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였다"고 호평했다.

    중앙일보도 3면 <쉼없이 도는 ‘도요타의 심장’ 다하라 공장/"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에서 "렉서스의 치열함은 도요타를 영업이익 2조 엔, 순이익 1조5500억 엔의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로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며 "그러나 도요타는 여전히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중앙은 같은 지면 오른쪽 상단엔 <정치파업 놓고 노조원끼리 대치한 현대차/"비켜라, 라인 가동하겠다">는 기사를 나란히 실었다.

    동아일보도 2면 <‘세계 최고 렉서스’ 심장부 일도요타 다하라공장을 가다/"기술보다 사람" 노사 신뢰로 벤츠 추월>이라는 기사로 도요타 자동차를 극찬했다. 반면 3면에선 <현대차 반FTA 파업 강행.조합원 60%이상 불참 ‘반쪽 정치파업’>을 통해 현대차 파업을 비난했다.

    국민일보는 6면 <금속노조 파업 강행…전국서 27% 참가/현대차 생산차질 462억원>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이이날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4893대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현대차가 297억원, 기아차가 165억원 등 총 462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 "현대차 노조 대가 치르게 해야" 동아 "현대차 없이 살아갈 방법을 궁리할 때"

    조선은 사설 <현대차 노조의 불법파업, 대가 치르게 해야>에서 "정부는 관계장관 공동담화에서 밝혔듯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노조가 끼친 피해에 대해선 낱낱이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불법파업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소비자가 나선다는 교훈을 주지 않고서는 이런 억지 파업을 막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도 사설 <결국 정치파업으로 또 공장 세운 현대차 노조>에서 "오죽하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현대차는 시장에서 심판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까"라며 "우리 국민은 현대차 없이 살아갈 방법을 궁리할 때가 된 듯하다"고 주장했다.

    중앙, ‘종속이론’ 카르도주 인터뷰 "한국 집권세력 이념 과잉 빠지질 않기를"

    중앙일보는 1980년대 반미·평등·민족주의 운동의 이론적 기반인 종속이론을 구축한 주인공 페르난두 카르도주 전 브라질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중앙은 1면 <"한국 386 집권 세력 이념 과잉 국익 우선 실용적 리더십 필요">에서 카르도주 전 대통령이 "한국의 집권 세력이 이념 과잉, 경직된 도그마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은 "지금 386세대라고 불리는 80년대 한국의 운동권 학생들은 카르도주 종속이론의 세례를 받았다. 그들은 현재 한국 사회의 중심세대이고 노무현 정부의 핵심 세력으로 진출했다"는 질문에 따른 것이다.(8면 인터뷰기사)

    한겨레 "FTA 서명전 재협상 마무리"

    한겨레는 1면 <FTA 서명전 재협상 마무리>에서 "정부가 미국의 한미FTA 추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30일 양국 통상장관들끼리 협정문에 서명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협정을 미국 의회에서 승인받으려면 현실적으로 미국의 일곱가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고 KBS 조종옥 기자 아들 꼭 껴안고 숨져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KBS 조종옥 기자가 생후 9개월 된 아들 윤민군을 꼭 껴안고 숨진채 발견돼 수색팀을 안타깝게 했다는 소식을 거의 모든 신문이 일제히 전했다. /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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