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권 대학'을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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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8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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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캄보디아 사고여객기 탑승자 전원 사망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기적도 생존자도 없다는 비보를 1면에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입에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50%로 높이라’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대학 자율권 수호’를 역설한 반면, 한겨레는 ‘상위권 대학의 독자행보’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앙, ‘노 대통령-대학총장 토론회는 코미디’

    중앙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총장들 불러모아 면박… 현 정부 근육질적 교육관 드러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대학총장들 간의 토론회와 관련, "토론을 빙자한 코미디였다" "교육과 학문을 얼마나 경시하면 이런 일을 감히 기획했겠나"라는 서울대 장호완 교수협의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 중앙일보 6월28일자 1면  
     

    또한 이번에 교육부가 제시한 ‘기회균등할당제’ 즉 저소득층 자녀를 전체 모집 인원의 11%까지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뽑을 수 있도록 대학에 허용한다는 내용의 제도에 대해서도 "소외계층에 교육 혜택을 높이려면 정원 외 특례입학을 늘릴게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장 회장의 발언을 빌려 지적에 나섰다.

    ‘고대 교수 집단반발’ 1면으로

    하지만 이보다 역점을 두어 보도한 내용은 교육부 방침에 대한 고려대 교수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이었다. 중앙은 앞서 기사의 바로 하단에 <고대 교수들 집단 반발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고려대 교수의회 김민환(언론학부 교수) 의장은 27일 ‘다음달 4일 교수의회를 소집해 교육부 방침 수용 여부와 행정·재정적 제재 압박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고려대 교수들이 올해 대입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는 단과대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 학교 교수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 중앙일보 6월28일자 1면  
     

    이어 5면의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 된다">라는 기사에서는 ‘이러한 고대 교수들의 반발은 교육부는 물론 대통령의 의지에 반하는 집단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중앙일보 6월28일자 5면  
     

    동아일보도 ‘대학자율 침해’ 개탄

    또 같은 면에 배치된 <"대통령이 총장 압박한 건 자율 생명인 대학에 충격">이라는 기사에서는 "대통령이 대학 총장들을 너무 무시했다"(한양대 정진곤 교수), "일방적으로 훈계만 듣고 나와보니 너무 참담했다"(토론회에 참석한 모 대학 총장), "대통령은 힘으로 교육 정책을 밀어붙이고, 총장들은 입을 다물면 우리 교육은 죽는다"(경희대 김종호 교수) 등의 발언을 인용해 토론회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 동아일보 6월28일자 34면  
     

    이러한 대학자율 침해에 대한 비판을 동아일보도 거들었다. 동아 34면의 ‘광화문에서’ 데스크 칼럼에서는 정성희 논설위원이 <대학 총장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그제 대통령과 대학 총장들의 청와대 대좌는 안타깝게도 2007년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와 함께 대학 총장들이 권력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지를 보여주고 말았다"며 "뻔히 예상되는 대통령의 ‘일장 훈계’ 앞에서 ‘고객 숙인 침묵’으로 일관하려고 152명의 총장님이 청와대로 모여들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노 대통령 "반대하는 대학은 10개 이내"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앙일보 4면 <"김정일 위원장에 벌벌 떨 이유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대입정책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드러나있다. 노 대통령은 27일 충북 청주를 방문해 상인 대표들과 재래시장 정책성과 보고회를 하는 자리에서 "어제 대학 총장들과 회의를 했는데 정부의 대입 정책을 반대하는 대학교는 10개 이내"라며 "나머지 200개 대학은 찬성하는데 신문에는 상위 10개 이내의 대학들 얘기만 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겨레 ‘상위권 7개 대학 중심 논의’ 비판

    반면 한겨레는 이러한 일부 대학의 반발을 ‘상위권’ 대학의 담합으로 보는 논조를 취해 대조를 보였다. 한겨레 4면 <상위권 7개대 ‘그들만의 리그’?>라는 기사가 그것이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최근 대학 입시 내신 비중 논란과 관련해 이른바 ‘상위권’ 7개 사립대의 ‘따로 무리짓기’ 행태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수도권 다른 사립대들이나 지방 대학들은 이들 대학이 ‘독주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교육인적자원부에도 ‘소수 대학에 지나치게 끌려다닌다’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연세·성균관·이화여·서강·중앙·한양대 등 7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 시행과 관련해 여러 차례 한목소리를 내며 ‘공동 보조’를 밟곤 했다.  2005년 12월26일 공동 기자회견을 자청해 2008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안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라고 근거를 제시한 후 "최근 내신 공방이 이들 일부 대학 위주로 이뤄지는 점에 여러 대학들의 불만과 비판이 쏟아진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6월28일자 4면  
     

    이러한 불만과 관련해 한겨레는 "수도권 몇몇 대학에 한정돼 논의가 진행되고, 교육부가 몇몇 대학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의 발언을 비롯해 문승주 전남대 학생지원처장, 강영심 부산대 입학부처장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총장 토론회’에서 "몇몇 대학 입학처장들의 사적 모임에 정책이 끌려가선 안된다"며 교육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동아, ‘이공계 푸대접, 교수 때문’ 지적

       
      ▲ 동아일보 6월28일자 1면  
     

    한편 동아일보는 대학에서의 이공계 교육과 관련해 기업과 학생들은 문제점이 많다고 보는 반면 교수들은 ‘잘 가르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아는 1면 <공대졸업생 공학교육 평가 ‘안팎 천지차이’>과 8면 <현장 겉돈 ‘공학교육인증제 8년’>이라는 기사에서 "대학의 공학 교육 내용이 산업 현장의요구와 크게 동떨어져 이공계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연세대 공대 공학교육혁신센터의 조사결과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넥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100여 개 기관의 인사담당자 등 350명은 공대 졸업생들에 대해 14개 평가 항목 중 13개에서 낙제 점수를 줬다. 특히 공학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소통능력’ ‘조직적응력’ ‘현장적용력’ ‘책임감’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기준치와 평가치의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은 소통능력으로 기준이 90.4점인 반면 평가는 78명으로 12.4점 차가 났다.

    기업들, "이공계 대학교육 실효성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대 졸업생들도 "대학공부가 현재 직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졸업생들은 ‘배운 교과목이 현재 직무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는 전공과목은 ‘약간 도움 된다'(5점 만점에 3.84점) 기초과학 과목은 ‘그저 그렇다'(2.68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공대 교수들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전공지식’에 대해 100점 만점에 97.4점을 주며 "잘 가르치고 있다"고 답해 대학과 기업 간에 큰 인식 차를 드러냈다. 반면 기업은 78.4점을 주고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년간 3차례에 걸쳐 기업인사 350명과 졸업 2∼4년차 중심의 공대 졸업생과 재학생 1800여 명 등 4366명을 대상으로 공학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 조사된 것이다.  / 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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