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관록, 심-청중 압도, 노-국민과 대화
        2007년 06월 27일 1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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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전은 방송토론이었다. 지역의 방송3사가 생중계한 정책토론회에서 세 후보는 부산에서처럼 날선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상호질문 과정에서는 아슬아슬한 모습까지 보였다. 지켜보던 이들이 저녁에 예정된 합동연설회의 열기를 미리부터 짐작하기도 하였다.

       
      ▲ 사진=민주노동당  
     

    태초에 말씀, 저항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들 그렇듯이, 연설회를 앞둔 시간까지 부산의 열기를 이을만한 참가자 숫자가 걱정이었다. 그러나 준비한 500석의 연회장이 가득 찰 만큼, 대구에서도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 선출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았다. 그 관심을 처음부터 사로잡은 것은 후보들이 아니라, 저항하는 인민들이었다.

    정리해고와 직장폐쇄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보고와 이동권 및 활동보조인서비스 쟁취투쟁에 끈질기게 나서고 있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보고는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47살에 야학에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우고, 방안에서 TV로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이 사실은 얼마나 차별적인 세상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여러분들이 왜 싸우는지를 내가 싸우면서 알게 되었다”는 여성장애인의 증언은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면, 이들, 차별에 맞선 인민들의 저항이었을 것이다. 그 저항이 민주노동당을 호명(呼名)하였다.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을 불렀다.

    관록이 돋보인 권영길

    권영길 후보는 한나라당 박근혜, 이명박 후보를 재치 있게 공격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되면 안된다고 하고,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럼 두 사람은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어서 “손학규씨도 학교 다닐 때 민주화 운동하고, 현장에도 잠깐 있었다고 대통령 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심상정, 노회찬 후보가 10배는 더 자격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좌중의 박수에 힘입은 권후보, “제 이야기는 안했지만, 저도 포함되는 거 아닙니까?”라며 예의 그 밉지 않은 능청에 참가자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권 후보를 지지하였다.

    전해들은 부산에서의 연설과는 사뭇 다르게 청중들과 호흡하기 시작한 권 후보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특히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당이다”고 밝히면서 “지금 민주노총이 맞는 돌팔매, 민주노동당이 함께 맞자. 그리고 민주노총의 희망을 다시 만들자”라며,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으로서의 자기 위상을 분명하게 전달하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연호와 박수소리가 가장 컸던 것에서도 권 후보의 관록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끝으로 권 후보는 자신이 제안한 11월의 1백만 민중대회와 관련하여 “한미 FTA 막는 싸움, 비정규직 없애는 싸움에, 어렵더라도 해내야 한다”며 다시 한번 1백만 민중대회 조직을 독려하면서 말을 맺었다.

    심상정, 좌중을 잡다

    두 번째로 나선 심상정 후보는 여유 있게 연단에 올랐다. 낮에 있었던 정책토론회에서 날선 모습으로 권영길, 노회찬 후보와 팽팽한 긴장을 연출했던 심 후보였기에 그를 바라보는 청중들의 눈빛도 긴장하고 있었다. 청중의 눈빛이 긴장해서 그랬을까.

    심 후보는 “정책토론회에서 강하게 질문했더니 노회찬 후보가 ‘노회찬 후보보다 노무현을 더 믿느냐’고 섭섭해 하던데, 노회찬 후보를 더 신뢰한다. 권영길 후보 얼굴만 보면 전의가 싹 사라진다. 그렇지만, 심상정이 불꽃 튀는 경선을 만들어 본선 승리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차분한 말로, 그렇지만 뼈 있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심 후보의 일성은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이야기로 열었다. “금속노조 파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이끌었다. “한미 FTA 저지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심 후보의 거침없는 선동은 참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권영길 후보가 부산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청중들과 호흡하기 시작했다면, 심상정 후보의 청중 장악력은 이미 불꽃을 날리고 있었다.

    심 후보 연설의 압권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이었다. “박사모 홈페이지에, 심상정을 보고 무수리 주제에 공주마마에게 대든다고 한다. 심상정이 공주마마를 확실히 잡겠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어려울 때 오는 곳이 어디냐? (청중들, 대구라고 화답한다) 박근혜 후보 잡으려면 이 심상정이 어디서 힘을 받아야 되나? (청중들, 대구라도 더 큰 목소리로 화답한다)”

    이 때 확실히 심 후보, 필(feel) 받았다. “대구에서 확실히 힘을 실어달라”는 심 후보의 호소는 이내 청중들의 큰 박수와 환호에 묻혔다. 좌중을 압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끝으로 심 후보는 “1백만 모은다는 선언보다 ‘어떻게’를 얘기해야 한다. 제7공화국 선언은 정권 잡고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보수세력을 잡을 정책이 필요한 때”라며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고 간다고 했다. 이제 대표주자를 교체해 달라”며 권영길, 노회찬 후보에 대한 견제를 잊지 않았다.

       
      ▲ 500석 규모를 빼곡히 채운 청중들 (사진=민주노동당)  
     

    노회찬, 국민과 이야기하다

    심 후보가 휘어잡은 청중들이 마지막으로 노회찬 후보를 불렀다. 노 후보는 “대구에 오면서 남쪽의 한 광역도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최일선 전방부대를 방문하는 기분이었다. 수구 보수 원조의 거점인 이곳에서 우리 나라 진보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동지들이다. 이번 대선 승리는 대구경북의 승리요, 대구경북의 승리가 대선 승리”라며 지역 동지들과의 일체감을 이끌었다.

    노 후보는 또 “34년간 대통령을 배출하고, 대구시장, 대구 구청장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데 청년실업률이 전국 최고이고, 학교불법 찬조금 수수도 1위인 대구의 모습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나라당을 맹공했다.

    팔을 걷어 부치고 소리 높여 역설하는 노 후보의 주제가 당으로 옮겨갔다. 노 후보는 “현역의원 20명, 현찰 100억원이 있어야 창당한다는데,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한 명 없이 창당하고 창당 4년 만에 10명의 의원을 만든 유일한 정당이다. 한나라당 150만 당원보다 민주노동당 8만 당원이 낸 당비총액이 더 많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라며 당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곧이어 “그런데 당의 변화와 혁신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끼리 집회하고,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부동산 폭등할 때 그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당의 정체성을 빼고 다 바꾸어야 한다”며 당 혁신을 주장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노 후보의 연설에서 가장 큰 메시지는 ‘소통’이었다. 노 후보는 “비정규직과 소통하고 있는가? 150만 원 이하 월급 받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가? 진심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학맥, 인맥, 정파끼리만 소통하지 당원들과 소통하고 있는가?”라고 매섭게 물으며 “가장 좋은 정책을 갖고 있는 당 지지율이 낮은 것은 노동자, 농민과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노 후보는 “7월 9일 삼성 엑스파일로 법정에 출두한다. 이건희를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 이번 대선을 이건희 청문회로 만들겠다”며 삼성권력과의 일전을 참가자들과 다시 한 번 각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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