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노심 "한나라당 맞수는 나"
        2007년 06월 26일 1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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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제.복지분야 정책토론회가 26일 오후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열렸다.

    대구 달서구 죽전동 알리앙스 예식장에서 계명대 박세정 교수의 사회로 오후 2시10분부터 약 100분간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밋밋했던 1차 토론회와는 달리 제법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자리 창출, 유류세 인하, 비정규직 강제이행금 부과 문제 등을 놓고는 날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권영길 "이명박은 한나라당의 노무현"

    후보들은 이 지역의 실질적 ‘여당’인 한나라당과 각을 세웠다. 권영길 후보는 한나라당의 검증 공방과 관련, "(이명박, 박근혜) 둘 다 서로가 상대방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둘 다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선 "강탈한 영남대와 정수장학회를 쥐고 있으면 안 된다. 장물취득죄에 걸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명박 전 시장을 향해선 "이명박 전 시장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대운하, FTA 등) 모두 안 된다고 하는 데 두 사람만 고집 피운다. 이명박은 한나라당의 노무현"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이명박, 부유세 낼 것인가, 종부세 깎을 것인가 밝혀라"

    노회찬 후보는 이명박 전 시장을 주로 겨냥했다. 노 후보는 이 전 시장의 재산이 지난 5년새 152억원이나 늘었다면서 "(152억원에 대해) 7억원의 부유세를 낼 것인지 한나라당 노선에 따라 3천만원 종부세도 인하할 것인지 견해를 밝히라"고 따졌다.

    또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을 "대선 최대의 사기공약"으로 규정한 뒤 "제가 대선후보가 되면 이런 부질없는 사기공약은 쓰레기통에 넣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시장이 왜 한국과 미국 사이에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심상정 "이번 대선은 심상정과 박근혜의 대결"

    심상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타깃으로 삼았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선출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심상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피할 수 없는 대결", "승자독식 사회와 골고루 잘 사는 사회의 한판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여성대통령의 색깔을 정해달라. 먹고사는 데 지장없는 분은 박근혜 전 대표의 편에 서도 좋다. 그러나 집 없는 사람, 비정규직 노동자는 제편에 서 달라"고 호소했다. 한나라당의 복지정책에 대해선 "복지를 시장에 내맡기고 있다"면서 "복지에 개념조차 없는 정당"이라고 혹평했다.

    " 나프타로 야반도주한 살리나스 정부의 말로 기억해야 할 것"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권 후보는 "비정규직을 850만명으로 늘리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양극화를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점을 주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외형은 번지르르한데 내부는 썩어들어가고 있다"면서 "내부적 문제 해결 없이 외형적 수치를 높이는 건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몸 속의 암이 늘었는데 키만 키우면 뭐하느냐"고 반문했다.

    심 후보는 경제의 주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대한민국은 부유층에게는 살기좋은 선진국이지만 서민들에게는 서러운 절망의 나라"라며 "일은 열심히 했는데 성과는 소수가 가로채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와 관련해선 "노 대통령은 나프타를 추진해서 야반도주한 멕시코 살리나스 정부의 말로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사회보다 못한 출산 정책"

    현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권 후보는 "현 정부가 복지재정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면서 "복지사업을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복지환경을 악화시키면서 약만 내놓고 있다. 양극화를 부채질하면서 약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현재 여성의 경우 산전산후 휴가는 90일, 남자는 단 하루인데,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여자 노비에게 산전 30일, 산후 100일의 휴가를 보장했고, 남자 노비에게도 산후 30일 휴가를 보장했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실효성도 없고 민간병원이나 보육시설만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심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장애인고용촉진정책은 없다. 김대중 정부의 정책을 깎아먹고 있다. 유시민 장관도 총예산을 늘리는데 신경 안 쓰고 아랫돌 빼서 윗돌 메우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고용촉진이 권고사항이 아니라 강제사항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번 돈은 대구에서 써야"

    후보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권 후보는 "대구 1인당 지역 GDP(GRDP) 16개 광역시도 중 꼴찌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 1백원 벌때, 대구 시민은 65원밖에 못 번다"면서 "대구의 돈이 대형마트로 들어와 서울로 빠진다. 대구에서 번 돈은 대구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대구지역의 전통산업인 섬유산업을 집토끼, 전자, 자동차 산업을 산토끼로 비유한 뒤 "병든 집토끼를 살리는 일에서 나아가 산토끼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각 지방에서 조성된 돈이 참여정부 4년간 무려 120조원이 수도권으로 유출됐고 그 중 가장 많이 유출된 곳이 대구경북"이라며 "지역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진정한 서민과 대중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민주노동당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해 노동자와 농민, 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의 의석수는 전체의 3%인데 정치적 역량은 30%만큼 발휘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대중조직과 함께 원내와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과격한 운동권 정당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몇 사람이 밀실에서 결정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방식이 우리사회에서 낯설어 보일 수는 있어도 과격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는 사절한다"면서, 다만 "민주노동당이 저소득층에게 감동을 주느냐는 점에 관해 스스로의 사업방식에 대해 되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질문을 받은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결의로 만들어진 정당이지만 전체 노동자, 농민, 서민 대중의 당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비정규직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면서 "열심히 투쟁해왔지만 비정규직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약점? 강점!

    토론 중간 후보의 약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도 있었다.

    ‘통합력은 뛰어난데 추진력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권 후보는 민주노총 건설과 민주노동당 창당, 지난 대선 출마 등을 예로 든 뒤 "역사가 필요로 할 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나는 역사의 요구가 있을 때 결단했고 소처럼 일해왔다’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개인적인 능력은 출중한데 당 차원의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2002년 지방선거,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의 승리를 이끌 때 선대본부장을 맡아 조직적으로 지휘했다"면서 "이게 조직적 활동이 아니면 뭐겠느냐"고 반문했다.

    심 후보는 ‘당 활동기간이 짧고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민주노동당의 나이는 7살이지만 30년 노동운동 농민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나는 그 뿌리를 관통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답했다. 또 "역량이 아니라 경륜이 부족하다는 것 같은데, 민주노동당의 승리에 필요한 것은 경륜이 아니고 패기"라면서 "민주노동당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 저"라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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