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7만명 정규직화 방안 생색내기"
        2007년 06월 26일 06:4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26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 계약 전환 및 외주화 개선 계획’과 관련해 "공정한 원칙과 절차를 결여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다섯 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단 의원이 지적한 문제점들은 이렇다.

    첫째, 무기 계약 전환 대상의 기준을 ‘직무’가 아닌 ‘사람’으로 판단해 상시, 지속적 직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2년 주기 교체 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훈령 제3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원칙)에서 정한 상시적, 지속적 업무는 무기계약으로 하도록 한 원칙을 축소한 것이다.

    예컨대 상시적으로 필요한 직무에 A, B, C, D라는 네 명의 노동자를 각각 6개월씩 교체해 사용한다면 무기 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인건비 절감의 유혹을 근절하지 않고 단기간 기간제를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의 이러한 태도로 인하여 민간 노동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2년 주기 교체 사용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무분별한 외주화에 대한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외주화 확대가 우려된다. 정부는 훈령 제7조(외주화의 기본원칙)에 외주화의 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을 마련하면서 이에 따른 어떠한 현장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평가해 제출한 ‘외주화 타당성 보고서’를 점검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외주화의 타당성에 대해 해당 기관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라고 한다.

    이번 계획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훈령에서 정한 기본원칙이 각 기관에서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며, 그 이행여부를 별도의 기관에서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기본적인 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기관의 추가적인 외주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셋째, 추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추가 소요 예산은 ’07년 151억원, ’08년 1,306억원이다. 그러나 ’07년 추가소요예산에 대한 충당 방안이 없다. 추가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각 기관들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다른 사업비를 전용하거나 업무 추진비를 절약하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다른 사업을 부실하게 하거나, 출장비와 교통비를 줄여서 계획을 이행하라는 의미이다. 실로 무책임한 방안이며, 결국 실효성이 의심된다 하겠다.

    넷째, 비정규노동자, 비정규노동조합 등 당사자의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어 향후 이행과정에서 노사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정부는 계획을 마련하면서 공청회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각 기관이 제출한 ‘무기계약전환계획서’와 ‘외주화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철석같이 믿고 이에 따라 그 적정규모를 판단만 한 것이다.

    또 각 기관도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계획이 실효성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당 당사자들과의 대화와 의견 수렴은 최소한의 공정성과 원활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필요 절차이다. 이런 절차 흠결로 인해 나타나는 노사 관계의 악화에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외주화 개선을 위하여 재경부가 마련한 ‘적격심사기준’에 ‘근로조건 보호조항’을 신설하면서 가장 필요한 ‘임금 및 사회보험료 사후 정산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사후정산제는 예정가격 산정시 산정된 임금 및 사회보험료에 대해 낙찰률의 적용을 받지 않고, 사업주가 선지급한 후 지급액에 따라 발주처가 정산해 주는 제도로 공공 건설 공사에는 이미 도입을 결정한 제도이다. 이를 도입하는 경우 도급 등으로 인한 근로 조건 침해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입하지 아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단 의원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개선 계획이 또 다시 부실하게 운영될 위험이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추진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6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앙행정기관과 학교, 공기업 등 공공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7만1,861명이 올해 9월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개선 및 차별시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만714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간제(계약직) 근로자 20만 6천742명 가운데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5월말 기준) 근무한 비정규직 7만1,86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방침이다.

    근속 기간이 2년 이상이더라도 전문 자격 소지자나 육아 휴직 대체 인력, 55세 이상 고령자, 정부의 복지ㆍ실업대책에 따른 공공근로 종사자 등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정규직으로 전환된 주요 직종은 학교 식당종사자가 44.4%로 가장 많고 행정사무 보조원(10.3%), 교무ㆍ과학실험 보조원(9.2%), 학교회계업무 담당자(5.3%) 순이다.

    또 정부는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종사하지만 근속 기간이 2년이 안돼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4만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내년 6월께 2차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주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각 기관이 외주 업체를 입찰로 선정할 때 최근 시중 노임 단가를 적용토록 하고 퇴직금과 4대 사회보험료 등 법정 부담금을 임금과 별도로 책정, 지급 토록하는 근로조건 보호조항도 신설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