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 대립과 당내 정치공학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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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5일 11: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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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우리는 ‘녹색정치 선언 제안자’ 이름으로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녹색정치선언 참여자를 모집하는 유인물을 돌렸고, 지난 주부터 중앙당과 시도당 게시판을 통해서도 선언 참여자를 모집하는 글을 게재하였다. 이미 200여명의 당원 동지들이 녹색정치선언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오고 있다.

       
      ▲ 지난 16일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진=민주노동당)
     

    선언의 대략적인 취지와 방향이 이미 제시되는 했지만, 녹색정치선언의 구체적인 문안은 현재 작성 중에 있다. 조만간 참가의사를 밝힌 사람들에게 회람되어 의견수렴을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녹색정치’가 필요하다고 떠들고 다닌 탓에 녹색정치선언문 초안 작업에 필자도 참가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때마침 필자에게 ‘녹색칼럼’을 쓸 순번이 돌아왔다. 이 기회를 빌려 녹색정치에 대한 이런저런 개인적 생각을 좀 풀어보고자 한다.

    어쩌면 녹색정치선언문에는 구체적으로 담겨지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레디앙> 독자 여러분과 미리 녹색정치선언문에 대해서 토론해본다는 의미도 있겠다.

    사람들, 특히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은 녹색 혹은 녹색정치를 이야기하면 환경 혹은 환경운동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듯하다. 당연한 일이다. 사실 녹색이란 푸른 숲과 들판으로 대표되는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것이고, 환경파괴를 반대하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함축을 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녹색이 당연히 새만금의 갯펄과 천성산의 도룡농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녹색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환경 혹은 환경주의자보다는 생태 혹은 생태주의자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환경이란 말은 인간과 인간 외부의 자연을 분리하고 대상화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지만, 생태란 말은 인간도 자연환경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활동, 특히 경제성장이 생태계의 한계를 고려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는, 즉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인식 상의 중요한 전환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녹색은 환경 혹은 생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녹색은 지배적인 관념과 체제 밖으로 밀려난 모든 사회적, 생물학적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색깔이기도 하다.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어린이와 노인, 전쟁과 폭력 그리고 가난과 기아에 내몰린 사람들 모두에 대해서 녹색정치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연대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녹색정치는 여성 정치며, 성소수자 정치이다. 또한 장애인 정치이며 이주노동자 정치이다. 그리고 어린이 정치이고 평화 정치이며,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지역을 주목하는 지역 정치이며 생활 정치이다. 그래서 차라리 무지개 정치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민족이니 계급이니 하는 단일한 기준으로 환원되지 않는 현대사회의 모순들을 다양한 가치로 이해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종적 약자들이 연대하여 세상을 바꾸자는 점에서  녹색정치는 무지개 정치인 것이다.

    사실 주목받고 강조되고 있지는 않지만, 민주노동당 안에는 녹색정치의 씨앗들이 많이 싹터 있다. 학교급식조례운동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농업을 지키기 위한 운동에 민주노동당이 앞장서 있다. 또한 그동안 정치,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들의 아토피, 부모들의 눈물을 의제화시켰던 ‘아토피 스톱 프로젝트’도 민주노동당이 이끌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의무화한 광주의 태양에너지 조례를 통과시킨 것도 민주노동당 지방의원이었다. 기후변화와 핵발전의 위험에 대응하여 2035년 탈핵을 선언한 당도 민주노동당이었고, 에너지산업 노조들과 환경단체로 구성된 에너지노동사회 네트워크를 이끌어낸 것도 민주노동당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로 여성 할당제와 장애인 할당제를 도입한 당도 민주노동당이며,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 위원회를 설치하고 입법에 나선 것도 민주노동당이었다. 명분없는 침략전쟁에 반대하며 이라크 민중들과 연대하는 평화운동에 앞장 선 정당도 민주노동당이며, 평화의 섬 제주도를 군사기지화하려는 시도를 단식농성으로 막아선 이도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이다. 이런 모습들을 녹색정치의 ‘싹’이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싹튼 녹색정치는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있기 십상이다. 녹색정치의 싹들이 민주노동당을 혁신하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힘을 부여할 가능성을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정파적 대립구도와 당내 정치공학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각에서는 녹색정치의 싹들은 낯선,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일런지 모른다. 정파구도를 넘어서 그로테스크한 당의 모습을 혁신하고 현대화하려는 연대의 움직임이 녹색정치인 것이다.

    이제 첫발길을 내딛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야성의 정치이었으면 좋겠다. 무지와 무관심, 무기력과 나태의 틈바구니 속에서 결코 굴복하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의 눈처럼 빛났으면 좋겠다. 또한 낙관과 희망으로 함께 걷는 것이 즐거운 정치였으면 좋겠다. 한 선언 지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형식도 내용만큼이나 재기발랄하고 즐거운 정치.

    독자 여러분들도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선언에 함께 해주길 요청한다. 당원이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당가입도 하시구. 녹색정치선언 참여는 이메일(eco21@kdlp.org)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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