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백만 민중대회' 왜, 어떻게?
        2007년 06월 25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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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별 생각이 다 든다. 1백만 명이 모여 한 사람이 투쟁 기금 1만원씩 내 1백억원이 모이면 장기투쟁사업장이나 비정규직사업도 도울 수 있겠다.… 1백만명이 한번에 서울로 오면 차가 막히니 절반은 하루 먼저 올라와 서울에 50만, 고속도로에 50만이 모여 있어도 좋겠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예비후보가 지난 20일 부산에서 첫 공동 유세를 하며 한 말이다.

       
      ▲ 지난 20일 부산에서 첫 공동 유세를 하며 ‘백만민중대회’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는 권영길 대선 예비후보 (사진=권영길 의원실)
     

    2007년 11월 11일 서울. 권 후보의 집권 전략에 따르면 이날은 ‘제2의 6월 항쟁’이 일어날 예정이다. 세상을 향한 대반격 백만민중대회. 이는 권 후보의 시나리오에 따라 당이 집권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자 서민에게 정치권력을 돌려주고자 하는 그의 ‘숙원 사업’이다.

    이와 함께 권 후보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97년 노동자 총파업, 2002년 민주노동당 창당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영광의 연단에 항상 권 후보가 섰듯 2007년에도 ‘권영길’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2007년 11월 11일 서울. 백만민중대회 개최

    이렇듯 권 후보 측의 핵심 전략은 민중의 투쟁을 결집시킴으로써 ‘정치적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당이 정치적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실제로 권 캠프 관계자는 "두 번의 대선 과정을 통해 이미 좋은 정책들을 제시해 인정도 받고 티브이 토론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일련의 과정들을 다 거쳤지만 그러한 반응이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실제 표로 이어졌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중의 정치적 힘을 보여주는 ‘백만민중대회’가 보수 정당 중심의 현 정세와,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좋은 정책과 의제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기껏해야 언론노조 의혹만 보도하는 왜곡된 미디어 권력에 개입해 주도적으로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한미FTA와 비정규직 ‘개악법’ 등의 민생 화약고들이 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라는 권 후보의 정세 인식과 맞물려있다.

    권 후보는 이 같은 자신의 기획이 ‘헛꿈’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번 공언했다. 한 당원이 당 게시판에 ‘백만민중대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올리자, 권 후보는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1백만 대회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며 ‘실명’으로 ‘직접’ 답글을 달기도 했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향후 조직된 대중과 뜻을 모으고, 전국을 돌며 한미FTA와 비정규직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 및 일반 서민들에게 참여를 호소할 방침이다.

    당 지도부,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 긍정적 검토

    권 후보의 공약에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민주노총, 전농 등 대중 조직들은 공식적 논의를 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연욱 대표 비서실장은 "대선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의 힘을 확인하는 유효한 전략으로써 (당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투쟁"이라며 "다만, 구호로 끝나지 않게 구체적으로 사업을 잘 조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선준비위 전략기획단을 맡고 있는 김기수 최고위원은 "단순히 ‘된다 안된다’라는 관점을 떠나 검토할만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면서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논의가 되면 실현시킬 수 있는 형태로 당과 함께 다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빈련, 전농 등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민중대장정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의미의 일환이 아니겠는가?"면서 "이미 저희들은 그런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최재관 전농 정책위원장은 "11월은 추수를 마친 농민들에게도 투쟁하기 적절한 시기"라며 "이미 농민들은 FTA를 막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있어 당연히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덕휘 전빈련 정치위원장도 "공식 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면서 "각 단위들이 지역에서 결의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만의 특화된 콘텐츠 시급"

    그러나 권 후보의 공약에 ‘난감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대중을 조직해야 할 당사자인 한 지역위원장은 "투쟁을 조직할 당사자들과 교감을 통한 구체적 프로그램이나 내용이 없다보니 당 내부에서조차도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면서 "FTA만 해도 이미 여러 번 민중궐기대회가 있었지만 잘 안됐다. 근데, 왜 안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나 대안 제시 없이 계속 똑같이 하자는 건 공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말하면, 경선을 앞두고 내부 정치용으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며 "그러나 멀리 내다봤을 때, 후보들이 먼저 앞장서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대국민 메시지’를 제시하며 경선을 이끌어야 한다. 이에 당원들도 대국민 의제로 치열한 토론을 벌일 때 경선은 물론 사회 전반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의 전략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큰 정치적 파급력을 미치지 못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진보정치연구소 강병익 연구원은 "본선과는 무관한 철저한 당내 공약"이라며 "당내에서도 동원식의 근대적인 정치 집회에 대해 여러 번 비판이 제기됐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경선 과정에 큰 파급력을 지니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대선을 맞이해 권 후보만의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부산 연설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한 당직자는 "집토끼를 단속하고자 하는 선거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막상 부산에서 처음 백만민중대회 연설을 직접 들으니 본선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개척할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본선을 향한 권 후보만의 특화된 콘텐츠 개발이 정말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 “낡고 칙칙한 이미지 더 강화 시킬 것”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이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권 후보가 리더였던 97년 노동자 총파업을 국민들에게 연상시키고자 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선거에선 똑같은 전략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칙"이라며 "노조에 대한 사회 인식도 안 좋은데, 오히려 그 시절을 환기시키는 것은 권 후보의 낡고 칙칙한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민들이 지금 정치에 원하는 건 운동이나 가두의 정치, 투쟁의 정치가 아니다"라며 "보수주의자이긴 하지만, 홍준표의 반값아파트처럼 일상 생활에 천착해 파고 들어가는 그런 핵심 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귀영 한구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도 "보통 공약이라면 국민들에게 뭔가를 해주겠다는 약속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적군과 전선을 선명하게 그어주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없어 생소하다"면서 "운동 진영을 향한 메시지인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다가갈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백만민중대회는 ‘선택’이 아닌, ‘결단’의 문제”

    반면, 이같은 내부 정치용이라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그러한 접근이 정파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자민통 내 한 관계자는 "진보대연합과 민중참여는 진보진영 내 뜨거운 감자로써 당연히 후보들이 화두를 던지며 주도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문제”라며 “권 후보의 행보는 진보대연합의 기초를 다지는 자연스러운 행보인데, 이것이 NL의 요구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건 질 낮은 평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내부 정치를 제대로 세련되게 하려면 어떤 정파도 거슬리지 않은 채 적절히 통합을 말하는 노회찬, 심상정 후보처럼 해야 한다”면서 "외부에서 봤을 때, 권 캠프는 내부 정치를 할만큼 조직이 준비돼 있거나 예리하지도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권 대표의 백만민중대회 강조가 경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지금은 판단하기 이르다. 먼저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고 그에 따른 반응도 구체적이어야 한다"면서 "투쟁의 의지를 당이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 후보가 실현시킨다면 그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당 안팎의 우려와 무관하게 권 후보 측의 입장은 확고하다. 권 후보에게 백만민중대회는 ‘선택’이 아닌 ‘결단’의 문제로써 위기에 빠진 진보 진영과 민중을 구원할 필수적인 수단이다.

    즉, 진보진영의 힘과 의지를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만들어 주면서 현 대선 정국에 공세적으로 개입해 그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한편, 권 후보의 공약에 대해 노회찬, 심상정 후보 진영은 생각의 결을 달리했다. 노회찬 후보 측은 "민중대회는 진보연대가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대중 조직과 당에게 제안한 것”이라며 "이는 모든 진보 진영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 측도 "당이 열심히 하면 되는 일”이라며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서는 각도나 맥락이 다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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