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휘청, 대세론 몰락하나
        2007년 06월 22일 07: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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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려대던 이명박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한 때 50%를 넘어섰던 이 전 시장 지지율이 최근 3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도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경선 승리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 (사진=이명박 홈페이지)
     

    이명박 전 시장 지지율 급락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세는 뚜렷하다. YT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 리서치와 공동으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만약 오늘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 물어봤다. 이명박 30.5%, 박근혜 26.1%로 조사됐다. 두 주자간 지지율 격차는 4.4%포인트. 오차범위 이내다.

    문화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 지지율은 37.8%를 기록했다. 전달 16일 조사치에서 11.1%포인트 빠진 수치다. 반면 박 전 대표는 3.7%포인트 상승한 26.1%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1.7%포인트로 좁혀졌다.

    ‘SBS-한국리서치’의 지난 18일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 지지율은 전달에 비해 7.9%포인트 하락한 33.5%를 기록했다.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는 14.8%포인트에서 8.7%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동아일보-KRC’의 14일 조사 결과도 비슷해서, 이 전 시장은 2주 전보다 4.9%포인트 하락한 38.5%를 나타냈고,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는 20.7%포인트에서 13.3%포인트로 좁혀들었다.

    "대운하 문제로 촉발된 지지율 하락세 검증 국면으로 증폭"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탓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전 시장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한 비판여론 증가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건 1차 정책토론 이후"라고 했다. ‘대운하’ 공약은 1차 정책토론의 핵심 쟁점이었고, 이후 당 안팎의 경쟁자들에 의해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는 경제지도자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대표브랜드 공약이 저렇게 허약하니 ‘이건 아니지 않느냐’ 하는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위장전입 의혹 등 도덕성 문제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귀영 실장은 "1차 검증 국면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된 채 수면 아래 있다가 최근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고 했다.

    민병두 의원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굉장히 요구한다"면서 "이 전 시장은 도덕성 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노회찬 캠프의 이준협 보좌관은 "대운하 문제로 촉발된 지지율 하락세가 검증 국면까지 에스컬레이션 되고 있다"고 했다.

    도덕성 문제는 본선경쟁력의 문제와 직결된다. 후보의 도덕적 하자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한나라당 내에 있다. 얼마 전 박 전 대표가 들고 나온 ‘한방론’은 이를 정확히 짚고 있다. 최근 검증 국면과 맞물려 박 전 대표의 ‘한방론’이 더욱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시 증명된 노 대통령의 힘?

    이 전 시장에 대한 범여권의 집중적인 견제 탓도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을 작심하고 비판하기 시작한 때와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빠지는 시점이 일치하는 건 흥미롭다. 노 대통령의 비판은 이 전 시장에 우호적이던 친노성향의 유권자를 돌려세우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시장측의 미숙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대응이 서툴렀다"고 했다. 이준협 보좌관은 "캠프가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캠프 내에 후보를 이기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범여권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민 대표는 "손학규 전 지사의 선진평화연대 출범, 이해찬 전 총리의 대선출마 선언, 정동영 전 장관의 탈당,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선언, 김근태 전 의장의 불출마선언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 여론을 타게 된다"면서 "이런 것들이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 일부 높이는 요인이 됐을텐데, 대개 이 전 시장의 지지층에서 이탈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박근혜로, 중도층은 부동화

    이 전 시장으로부터 이탈해 나온 층은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다. 이들은 박 전 대표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귀영 실장은 "이 전 시장에게 갔던 전통적 보수층이 박근혜라는 대안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KSOI의 20일 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에서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추월했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세론’ 이후 TK에서 지지율 역전은 처음이다.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14.8%포인트 줄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5.8%포인트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한 부류는 중도층이다. 이들은 일부 범여권으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부동층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귀영 실장은 "이 전 시장쪽에서 빠져나온 중도층은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태다. 범여권은 이들을 흡인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이들로 인해 부동층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 부동층이 10~15%포인트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권 포기선언 할 수도"

    ‘이명박 대세론’은 몰락할 것인가. 한귀영 실장은 "현재는 박 전 대표가 흐름을 타고 있다"면서 "박 전 대표에게서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현재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실장은 "경선은 집토끼의 문제다. 경선장에 나와 투표할 핵심 지지층에서 누가 표를 얻느냐의 싸움"이라며 "집토끼 싸움에서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민병두 의원도 "당초 15%포인트 차이면 뒤집어 질 거라 봤는데, 지금 7~11%포인트 차이"라면서 "7월까지 역전 비슷하게 갈 수 있는데 그러면 이 전 시장은 경선에서 진다. 일반국민투표가 7만 명이고 여론조사 반영문제도 있어 그렇다"고 전망했다. 그는 "저대로 가면 7월 말이나 8월 초 쯤 이명박 전 시장이 대선 포기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성민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지금처럼 좋은 장세에서 이 전 시장 이탈층이 박 전 대표에게 가지 않고 부동화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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