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연구소 쫓겨날 판
        2007년 06월 22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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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노동당의 부설 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에 지난 21일  ‘경고장’이 도착했다. 두 달간 월세를 내지 못하자 입주해 있는 여의도 한양 빌딩 관리실에서 납부를 독촉하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와 함께 건물 주인도 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정식 공문을 보내왔다.

    관리실 쪽에서는 22일까지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부터 단전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당장 다음 주에 예정된 토론회 비용은 물론, 연구원들의 월급도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 민주노동당 중앙당사가 문래동으로 이전하기 전에 입주했던 한양빌딩. 진보정치연구소는 아직 이곳에 있다.  
     

    대선을 앞둔 중대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용역비를 지급하지 못해 외부 전문가들과 계약이 끊어지고, 이에 따라 상호 신뢰에 금이 가는 등 사실상 연구 작업마저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정치연구소의 수입원은 중앙선관위가 지급하는 법정 국고보조금으로 이뤄진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중앙당은 연간 국고보조금의 30%(6억원)를 연구소에 지급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22일 현재 한해의 절반이 다 돼가고 있음에도 진보정치연구소가 지금까지 중앙당으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은 예정된 3억원 가운데 3천만원뿐이다. 

    법적으로는 12월 30일까지만 30%를 주면 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하자는 없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연구소가 생긴 이래 매번 분기마다 받은 국가보조금을 다른 사업 비용으로 급히 충당하느라 연말에 몰아서 지급하는 관행을 반복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진보정치연구소는 중앙당의 이같은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매번 개선을 호소해왔으나 연구소의 요구는 당의 급한 재정 사정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결국 연말에 다 쓰지 못한 이월금으로 연구소를 근근히 운영해왔다는 것이 연구소 관계자의 말이다.

    당장 단전될 위기에 처한 진보정치연구소 관계자들은 연구소 명의로 부족된 자금의 차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중앙선관위에 문의하는 등 돈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백승우 중앙당 총무실장은 "진보정치연구소의 얘기를 이미 알고 있다"면서 "일단 급한 임대료 해결을 위해 내일(23일)까지 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가보조금이 분기별로 제때 지급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백 실장은 "12월 30일 전까지만 30%를 지급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당의 재정이 너무 어려워 매번 진보정치연구소와 여성정치지원 분담금 관련해서는 양해와 이해를 구하고 연말에 한꺼번에 몰아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진보정치연구소에 마땅히 지급돼야 할 법정 국고보조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다른 용도로 급하게 돌려써야 할 만큼 민주노동당은 재정 상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대선을 앞두고 당 안팎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상근자들은 지난 3월부터 월급을 반만 받고 있으며, 정무직의 경우 지난달부터 월급이 끊겨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최고위 회의 때 총무실이 제출한 시급히 지급해야 할 예산 내역에 따르면, 당장 19억원 가량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차입 말고는 별 뾰족한 수가 없어 당 지도부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총무실은 △당원 대선 특별당비를 미리 집행하거나 △세액공제 및 특별당비로 대선 할당금을 집행하고 △ 당 지도부(최고위원/국회의원)가 차입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재정 운영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할 대선 시기에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당의 재정 계획이 졸속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출과 예산에 대한 부분을 정확하게 책정해 집행해야 하는데, 계속 당원들과 공유없이 적자 재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무국이 대안이라고 제시한 안도 정작 돈을 내야 하는 당사자들과 합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진보정치연구소만 해도 중앙당이 전횡을 한 것이다. 당연히 지급돼야 할 국고보조금을 당사자와 협의 없이 다른 곳에 쓴 것이 횡령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 운영 실태를 보면 살림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상근자 노조는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지도부에 촉구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 등 별도의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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