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저리들아, 노동자는 바보가 아냐"
        2007년 06월 22일 11:4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미FTA 반대 총파업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이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차버리는 꼴"이라며 연일 ‘자동차산업 최대수혜’를 떠들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는 22일 "독이 든 밥상을 받으라는 것이냐"며 정부와 언론의 논리를 반박하는 선전물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했다.

    정부는 21일 "FTA로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완성차 부문에서 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영세·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내용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자동차산업이 최대 수혜자고, 굴러 들어온 밥상이라면 왜 미국은 자동차분야를 재협상하자고 하지 않느냐?"며 "더 요구할 게 없을 만큼 충분히 따냈기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 금속노조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동당 회의실에서 제 57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한미FTA 저지를 위한 6월말 총파업을 전개하기로 재차 확인했다.(사진 금속노조)
     

    자동차가 수혜산업이라면 왜 미국은 재협상 요구를 안할까?

    금속노조는 8%에 이르는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를 즉시 철폐했기 때문에 외제차의 점유율이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의 미국 관세 철폐로 수출효과가 일부 생기겠지만 3년이 지난 후에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수출을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국내생산이나 국내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금속노조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해외공장은 더욱 더 확대되고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훨씬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협상 내용 중에서 ‘순원가법’ 35% 적용이 단적인 예다. 자동차의 35%만 국산을 사용하면 한국산으로 인정돼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즉, 중국과 인도, 동남아 등 저임금 국가에서 65%를 수입해도 된다는 뜻이다.

    금속노조 박근태 부위원장은 "설사 국내 자동차의 대미수출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내 생산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해외생산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국내 제조업의 축소와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도 반대한다고?

    언론은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한미FTA에 반대할 만큼 유리한 협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미국에게 그토록 불리하다면 왜 GM이나 크라이슬러 회사가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일 금속노조와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한미 FTA가 양국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반대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미국 노동자의 표를 의식한 힐러리가 노조 초청 모임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 슈워브 대표는 "반대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한국 전경련 조석래 회장을 포함해 양국 재계대표는 이 자리에서 6월 말 한미FTA 체결을 요구했다. 또 미국의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한미FTA에 찬성을 표하고 있다.

    박근태 부위원장은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협상에서 한국이 관세 뿐만 아니라 비관세분야까지 모든 걸 열어줘서 재협상을 하더라도 한국이 더 줄 게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 노동자들과 한국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한미FTA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구조가 바뀌면서 양국 노동자들 모두가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노동강도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미FTA가 끝이 아니고 시작이고 유럽, 일본, 중국과 FTA 협상이 체결되면 제조업의 국내 기반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합원 동의없는 정치파업이다?

    보수언론은 "조합원 동의없는 정치파업"이라며 조합원과 금속노조 지도부를 분열시키려고 하고 있고, 정부도 "이른바 정치파업으로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고 조합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지난 해 11월 한미FTA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가결시켰기 때문에 별도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FTA와 중앙교섭을 묶어 파업찬반투표를 하려고 했다가 사업장 임단협이 늦어져 별도로 찬반투표를 하기로 하는 등 내부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은 인정했다.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는 파업찬반투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의가 있었으나 규약의 해석기관인 중앙위원회는 "규약위반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총파업 결정이 조합원의 뜻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 윤여철 사장은 조합원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그 동안 대부분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오지 않았던 국내 경쟁사들이 금번에도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금속노조는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자동차, 타타대우상용차 등 완성차는 물론 자동차 부품사와 조선, 철강회사까지 신규사업장이나 장기투쟁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장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