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 방북, '관계정상화' 신호탄인가
    By
        2007년 06월 22일 09:3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 자격으로 21일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이번 방북이 2·13 합의 이행을 기정사실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수의 22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 머리로 올리고 해설기사와 사설을 덧붙였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2일자 아침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를 비판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다음은 이날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관련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힐 차관보 군용기 전격 방북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 ‘물살’>
    국민일보 <힐 전격 방북…부시 메시지 전달한 듯 "잃어버린 시간 메우고 싶다">
    동아일보 <미, 북핵장비 구입 제안 가능성>
    서울신문 <힐, 북핵무기·시설 구입 제안할 듯>
    세계일보 <힐, 북과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조선일보 <힐 방북 "잃어버린 시간 메우자">
    중앙일보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북한 방문 "부시 특사 라이스 평양행 논의할 것">
    한겨레 <힐, "잃어버린 시간 메우길 희망">
    한국일보 <힐, 북지도부에 핵 신속폐기 요구>

    한겨레 "2·13 합의 초기단계 이행 기정사실화"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힐 "잃어버린 시간 메우길 희망">에서 "이번 방문으로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이라는 2·13 합의 초기단계 조처 이행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이 성사됐다는 것 자체가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조처 이행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공감이 있음을 뜻한다"는 정부당국자의 발언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 한겨레 6월22일자 1면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의 초청으로 방북한 힐 차관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김 북방위원장의 측근 가운데 한 명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는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서 북·미 당국자 사이에 어떤 의제가 논의될까. 한겨레는 3면 <북핵 불능화 재촉, 북-미 정상화 ‘밑그림’>에서 "힐 차관보는 신속한 2·13 합의 이행 및 한반도 비핵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특히 북핵 시설의 불능화를 최대한 앞당기는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또 "플루토늄 추출량 등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의 완전한 신고 및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문제 해결 등에 북쪽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이어 "북쪽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양자 관계를 제도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북한은 무역·금융을 포함한 대외관계의 숨통을 죄고 있는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문제를 집중 제기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부시 행정부 북 농축우라늄 장비 구매 제안 검토

    2·13합의 2단계 조처 이행 문제를 북·미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1면에서 "부시 행정부가 힐 차관보의 방북 협의 때 북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장비를 구매하겠다고 제안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되면 북핵 문제의 또다른 핵심 쟁점인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문제에서 북-미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6자 회담 회의 재개와 관련해 참가국들은 한-중 외교장관 전화협의 등을 통해 다음 달 초 베이징에서 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고, 힐 차관보의 방북 결과가 나온 뒤 최종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 쌀 지원 이르면 6월 말 재개

    대북 쌀 지원 재개와 관련해 정부는 21일 청와대 주재로 열린 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대북 쌀 차관 40만t을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한겨레는 3면 <쌀 차관 40만t 곧 북으로>에서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쌀 구매와 수송선 계약에 열흘에서 14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초에는 쌀을 실은 첫 배가 북쪽을 향해 출발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힐 방북, 6자 회담 속도 높이는 계기 돼야>라는 사설을 싣고 "이번 방북은 북-미 관계의 수준을 높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그러려면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종료 절차 등을 분명히 하는 것을 포함해 두 나라 관계를 안정화·제도화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한편으로는 "북한이 신고해야 할 핵 프로그램의 범위·내용과 핵시설 불능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번 방북에서 진전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비디에이 문제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인 만큼 이제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분명히할 때"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또 정부의 대북 쌀 지원 재개를 환영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중반 이후 사실상 남북관계를 북한 핵문제에 연계함으로써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에서 스스로 입지를 좁혀 왔다"며  "파국 상황이 아닌 한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 "대북 쌀 지원 재개 이르다"

    중앙일보는 사설 <대북 쌀지원, 힐의 방북 후도 늦지 않아>에서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이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 등에 관한 논의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만은 확실시된다"면서 "이번만큼은 공허한 설전 대신 북핵 해결의 가시적인 계기가 마련되길 정말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대북 쌀지원 재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과 연계해 온 대북 쌀 지원 정책마저 파기했다. 20여 일 전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천명했던 원칙을 속절없이 무너뜨린 것"이라면서 "쌀 지원은 힐 차관보의 방북이 끝나고 북한이 핵시설 폐쇄에 들어갈 때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헌법소원에 사설로 일제히 비판

    노 대통령은 21일 개인의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이 국민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침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공권력 행사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개인의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은 결코 단순한 개인 또는 국민의 한 사람일 수가 없다"면서 "공권력 행사의 최고 당사자인 현직 대통령이, 그것도 차기 대선의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책임이 부여된 임기말 대통령이 특정 후보들에 대해 끊임없이 정치적 공격을 가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적 자유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또 "그 존재만으로도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현직 대통령의 강도 높은 구체적 발언은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며 "이를 ‘개인의 자유’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헌법소원 명분도 실익도 없다"

    이번 헌법소원이 명분과 실익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신문은 <‘노무현 헌법소원’ 명분도 실익도 없다>에서 "대통령은 대선의 공정한 관리자로 머물러야 한다. 대통령이 소매 걷어붙이고 선거판에 뛰어들면 공명선거는 그날로 끝장"이라면서 "노무현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는 더 중요하다"도 밝혔다.

    한국일보도 <헌재 결정 때까지 중립의무 지켜야>에서 "복잡한 법리를 떠나, 헌법질서를 수호할 책임이 막중한 대통령이 개인적 권리를 앞세워 헌법기관을 상대로 헌법쟁송에 나선 것은 보기 흉하다"면서 "그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는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가릴 일이지만,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선거관련 발언을 삼가는 자세만이라도 보이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세계일보는 <‘노무현씨의 헌법소원’이 웬말인가>에서 "우리는 이를 대선 정국을 흔드는 부적절한 처사로 본다"며 "공권력의 핵심 주체인 대통령이 공권력의 피해자인 양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헌법재판소법 68조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고 보면 실익도 얻기 힘든 데다 선거 개입 논란만 가열되지 않겠는가"라고 우려했다.

    헌재의 엄정한 결정 요구

    동아·중앙일보 등은 헌법재판소의 ‘엄정한 결정’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또 하나의 진기록, 대통령의 헌소는 난센스>에서 "공권력의 주체인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을 뿐 스스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은 없다"면서 "따라서 ‘개인 노무현’의 헌법소원은 궤변이요 난센스"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6월2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이어 "노 대통령은 레임덕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계속 뉴스의 중심에 서겠다는 발상에서 이 같은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기를 바로 세운다는 사명감으로 엄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도 <헌법소원 낸 대통령에게 헌법을 깨우쳐 주라>에서 "헌재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헌법소원 자격이 없다면 바로 각하하고, 아니면 대통령의 선거 중립을 규정한 선거법 정신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속히 내리라"면서 "헌법을 거스르고, 헌법의 중요성에 대해 무지한 대통령에게 헌재는 분명한 가르침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금속노조 파업에 엄정 대처

    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저지를 위한 파업 방침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25∼29일로 예정된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해 정부는 관계 장관 담화문을 내고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조 집행부는 물론 불법 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25일로 예정된 총파업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가 30일로 예정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서명 추진을 곧바로 중단하고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이번 협정에 대해 검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아·중앙, 현대차노조 내부 이견 부각

    노조의 파업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해 온 동아일보는 A12면 <"파업 도대체 왜 하나" 대의원들 반발>에서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반대 파업을 추진하면서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도부가 현장 조합원들의 거센 파업 반대 의사에 직면하고 있다"며 "지난 21일 열린 현대차지부의 대의원대회에서도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의원들이 많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 중앙일보 6월22일자 12면  
     

    중앙일보도 12면 <"파업하려면 간부들만 해라" "조합원 희생돼도 파업한다">에서 금속노조 중앙 간부들과 현장 조합원 간의 간담회 대화록을 자세히 전하면서 파업을 둘러싼 내부의 이견을 부각시켰다.

    서울신문은 <현대차 노조 민주노총 요구 거부하라>는 사설을 내고 "민주노총의 반 FTA 총파업은 조합원의 이익과는 무관한 불법이며 정치파업"이라며 "단지 상급단체와 연대의식에서 나온 결정이라면 당장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또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파업에 노조원들을 더 이상 끌어들여선 안 된다"면서 "상급단체와 맺은 규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나, 그들의 요구사항이나 의제가 회사와 노조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면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겨레, 노정·노사 주도권 다툼이 갈등 증폭

    반면 한겨레는 6면 <‘반FTA’ 예봉 꺾고 임단협 기선잡기>에서 "이번 금속노조 파업의 강도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금속노조 쪽은 조합원 14만4천명 가운데 12만명 이상이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파업 시간은 사업장 별로 25∼29일 닷새에 걸쳐 12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재계가 금속노조의 시한부 파업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한겨레는 "이번 파업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는 것은 정부가 추진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시각 차이에다, 올해 노사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사 주도권 다툼이 겹치면서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기업별 노조가 대거 가입하면서 산별노조의 틀을 갖춘 만큼, 기업을 넘어선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자동차가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득을 보는데 왜 파업을 하느냐는 논리는 적철치 않다"고 말했다.

    또 ‘정치파업’ 논란과 관련해 김기덕 금속노조 법률원장(변호사)은 "헌법학자들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조항에 따라 포괄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적 정치파업’을 인정한다"며 "이와 달리 현행법은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한기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져 규제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2면 <노-정 ‘반FTA 총파업’ 충돌위기>에서 금속노조의 파업을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금속노조 230개 지부 12만3000여명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데 이어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호남·수도권·영남 순으로 하루 2∼6시간씩 순환·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경기 평택시의 쌍용자동차지부는 주·야간조별로 파업결의를 마친 데 이어 이날 "독약이 든 밥상(한-미FTA)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인천 대우자동차지부 등 완성차 4사와 나머지 지부들도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며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 이창길 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