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무장관도 주석단에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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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1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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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에 홍기표가 6.15행사 주석단에 한나라당 박계동을 배제한 걸 두고 북한을 ‘전체주의 잡사상’에 오염되었다고 한 소리 하자, 박경순이 뭘 제대로 알고 얘기하라고 반박문을 올렸다. 여기에 한마디 보탠다.

    북한 당국이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을 6.15 행사 주석단에서 배제하려 한 것 때문에 6.15 행사가 파행으로 흘렀다. 이 문제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두고 여러 얘기를 할 수 있겠으나,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 당국의 그와 같은 태도는 결국 남한 내 보수세력의 입지만 키워준 꼴이어서 현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한나라당 의원들의 단상위 배석 문제로 민족단합대회가 결렬된 15일 오후 615민족통일대축전 참가자들이 인민문화궁전 로비에서 단합대회를 속개할 것을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대선과 연계해 북한이 한나라당 집권을 막으려 든다고 온 동네방네 떠든다. 즉 반한나라당 전선에 이른바 진보개혁세력과 북한이 한통속이라고 묶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언제든지 색깔론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밑천을 챙긴 셈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동요하는 자유주의 개혁세력들도 북한이 한나라당과 적대적 관계로 각을 세우고 있으니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될 것이므로 햇볕정책이든 포용정책이든 그 기조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도 대선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시킨다.

    남한에서 독립적인 좌파 진보정당을 키워 가려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이 틈바구니에 놓이게 된 것이다. 

    홍기표의 주장과 박경순의 반론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데 홍기표의 논리 전개 방식도 쉽게 동의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6월항쟁 기념식에 전두환을 앉힐 수 있느냐"는 박경순의 반박 논리도 핵심으로부터 이탈된 논의가 아닌가 한다.

    북한 당국이 한나라당 대표를 주석단에서 배제한 것과 전두환을 6월 항쟁 기념식 주석단에서 배제하는 것은 행위 주체가 달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북한은 북한체제를 압살하려는 ‘철천지 원수 미제’의 국무장관 올브라이트를 아리랑축전 주빈으로 모시지 않았는가? 박경순의 논리만 따라가다 보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답을 찾기 쉽지 않다.

    북한은 하나의 국가state라는 행위 주체다. 국가는 정파party와는 다른 행위주체다. 즉 일국의 안보를 위해 외교나 국방에 대해 국가의 이익을 대표한다. 따라서 남한 노동자들의 계급의 적인 정주영과 거래하고, 그의 죽음에 조의 사절단을 보낸다. 즉 정파적 이익을 넘어 이른바 국익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박계동 의원을 주석단에 앉힐 수도 있고, 배제할 수도 있다. 우리가 6월 항쟁 기념식 주석단에 전두환을 무조건 앉힐 수 없다는 문제와는 달리 국가라는 행위자로 자신의 이익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은 배제를 선택했다. 이 문제를 ‘걔네들은 원래 반북세력이라서 6.15 주석단에 오를 자격이 애초에 없었다’는 식으로 정파적 시선에서 해석하는 것은 북이 국가라는 행위자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진보세력과는 독립된 하나의 이익집단이다. 그들은 그들 고유의 생존 논리를 갖고 그들의 이익에 맞게 선택한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한나라당 되니까 민주노동당 찍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도 남한의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성장 보다는 자신의 체제 이익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북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그러나 북이 하나의 국가라는 행위자로 선택한다는 것을 망각해선 안된다. 최소한 민주노동당을 남한 진보운동의 구심으로 인정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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