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각하’ 여론몰이, 헌재에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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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1일 10: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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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주일 동안 정치권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달렸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위장전입’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 타당성 논란은 ‘대운하 보고서’ 위·변조 논란에 묻혀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 대통령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은 "정치인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21일자 주요 조간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와 대운하 보고서 위·변조 의혹 등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대선의 해이니 만큼 일반인들도 정치뉴스에 좀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일련의 정치적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정치권의 숨가쁜 행보와 이를 전하는 언론의 속내가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보자.

    다음은 21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정부 개입이 ‘파문’ 불렀다>
    국민일보 <대우, 대우(大憂)>
    동아일보 <"1%라도 불안하지 않은 후보 뽑아야">
    서울신문 <현직 대통령 첫 헌법소원>
    세계일보 <청와대 이르면 오늘 헌소>
    조선일보 <"한국정부가 부동산 불안 키워">
    중앙일보  <110조 ‘보상공화국’ 뒤늦게 특단의 조치>
    한 겨 레 <한국 양극화 세 번째 심해…사회보장 지출 꼴찌>
    한국일보 <청 ‘선관위 결정’에 첫 헌소>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는 이르면 오늘(21일)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1면 <노 대통령, 이르면 오늘 헌법소원>이라는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중앙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한겨레> 인터뷰 등을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한 데 대해, 이르면 21일 헌법재판소에 ‘정치인인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이 처음 겪는 일이 많아졌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도 그렇고 지금의 대통령 헌법소원도 역시 처음이다. 처음 겪는 일인만큼 국민들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왜 내려고 하는지, 내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론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주목할 대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한 거부감과 우려로 요약할 수 있다. 또 헌재가 노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2년 당시 비슷한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조선일보 "2002년 당시에도 비슷한 사건 ‘각하’ 결정"

    조선일보는 <2002년 대선 때 비슷한 소송  헌재 "헌소 대상 아니다" 각하>라는 1면 기사에서 "헌법재판소는 2003년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과 비슷한 사건에 대해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사건은 2002년 2월 노무현 민주당 대선 주자에 대해 ‘열린인터뷰’를 기획했던 한 인터넷 매체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서울시 선관위가 행사를 중지하라고 보낸 공문에 반발해 청구한 헌법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6월21일자 1면.  
     

    조선일보는 "헌재 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사안의 성격과 내용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선관위의 결정이 국민의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인가에 대해 헌재는 이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번 헌법소원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대통령 청구자격 없다는 의견 많아"

    동아일보는 1면 <청, 이르면 오늘 선관위 결정 헌소 제기>라는 기사에서 "학계와 법조계에선 공권력에 기본권을 침해당한 일반 국민이 헌법소원을 내는 것이지 공권력의 주체인 대통령은 청구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많아 헌법소원의 적격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역시 1면 <청 ‘선관위 결정’에 첫 헌소>라는 기사에서 "법조계 주변에선 청와대가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먼저 대통령이 헌소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의 판단에 따라 헌재가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내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론의 분석이 대체로 일치한다. 동아일보는 4면 <"전례없는 일" 청 내부서도 한때 신중론>이라는 기사에서 "청와대가 20일 노무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무원 선거 중립의무 위반 결정에 헌법소원 카드로 ‘맞불’을 놓기로 한 배경엔 연말 대선정국을 겨냥한 노 대통령의 의중이 깔려 있다"고 보도햇다.

    헌소 결과 따라 노 대통령 정치적 발언권 영향

    동아일보는 "가만히 있으면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권은 급속히 위축되고, 대선정국에서 거세질 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정치 공세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3면 <선관위 결정 수용하면 ‘대선 전 입 묶일라’ 우려>라는 기사에서 "선관위 판단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경우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는 데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노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반복하면 선관위로부터 더 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라고 내다봤다.

       
      ▲ 한겨레 6월21일자 5면.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겨레는 5면 <‘대통령 청구인 자격있나’가 핵심>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처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헌법소원 청구 자격이 논란 핵심

    조선일보도 6면 <"공권력 행사자인 대통령, 헌법소원 낼 자격 없다">라는 기사에서 "전직 헌법재판관 등 상당수 법률가들은 ‘각하 또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면서 "설령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청구를 각하하면서도 중립의무 조항의 위헌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거나, 본안 심리로 넘긴다 해도 합헌으로 결정 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중단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은 정치적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에 개입해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는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한 반론권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대선 주자의 주요 정책공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정부기관에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부를 선거판에 내몰며 "대통령 명령"이라니>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고 했던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이 정부에 ‘명령이다’라면서 ‘후보들 정책 타당성을 조사해서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야당 후보들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기관의 대선 공약 타당성 조사, 또 다른 쟁점

    조선일보는 "지금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완전히 깔아뭉개기로 작심한 듯하다. 노 대통령이 그의 말대로 ‘대통령 짱짱하게 하면서’ 무한대로 누리는 자유 때문에, 국민은 ‘이러다 무슨 일이나 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불법 부추기는 ‘대통령 명령’ 듣지 말라>는 사설에서 "대통령 선거가 이렇게 무법적으로 진행돼야 하는가. 언제 또다시 ‘깽판’을 칠지 전전긍긍하며 현직 대통령을 달래기만 해야 하는가"라며 "대통령의 지시라고 불법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이 면책될 수는 없다. 불법 명령은 아무리 대통령의 지시라 하더라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기관은 대선 주자 주요 정책 공약의 타당성 조사 지시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문은 남는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처럼 국가 차원의 대규모 사업에 대해 정부가 ‘침묵’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일보 "(대운하) 철저한 정책적 검증 필요"…정부 타당성 조사는 반대

    언론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일보는 <정책검증 오염시킨 대운하 보고서>라는 사설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국토를 개조하는 수준의 대역사라는 점에서 철저한 정책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보고서에서 제기한 의문들은 앞으로 충분히 논의 대상이 될 만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 6월21일자 사설.  
     

    그러나 한국일보는 <후보공약 조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앞장서 정부의 선거 개입을 독려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 정부의 위법 사례를 양산할 가능성을 부추기는 오만한 발언"이라며 "대선 후보, 특히 야당 후보의 공약에 대해 그 타당성을 정부가 나서 긍정적으로 판단해 줄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대운하는 국토를 개조하는 수준의 대역사이지만 정부는 야당 후보 공약을 긍정적으로 판단해 줄리 만무하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검증해야 하는 것일까.

    국민일보 "한반도 대운하 타당성 논의 사라져"

    서울신문은 <공약 검증 정부가 나설 일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정부 기관의 공약 평가 관여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경우 중립적으로 선거를 관리해야 할 정부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며 "공약 타당성 검증은 기본적으로 경선 국면에선 당내 후보 진영간에, 본선에선 각당 후보간 논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언론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대선 주자 주요 공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정부기관이 할 수 있는지, 해서는 안되는 일인지, 한다면 누가 해야 하는 것인지는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공약 타당성 검증은 당내 후보 진영간에 각 당 후보간에 논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대운하 공약의 타당성 여부는 당내 후보 진영 논쟁과 정치권 논쟁 과정에서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적 공방만 가득한 모습이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위·변조 논란에 묻혀 한반도 대운하의 타당성 논의는 사라지고 말았다. 문서가 둘이건 셋이건 정책의 정당성을 설득하면 될 일인데 본말이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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