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형의 회복과 다양성의 상실
    By
        2007년 06월 21일 10:2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07년 프랑스 총선의 최종결과가 나왔다. 총 577석 중 314석을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차지하게 되었고, 사회당이 207석, 공산당이 15석, 녹색당이 4석을 가지게 되었다. 푸른 바다라 불릴 정도로 집권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획득했음에도 총선이 끝난 직후 일간지를 메운 소제목들은 ‘균형의 회복’이었다.

    좌파의 의석수가 집권여당의 과반수를 따라가진 못하지만, 1차 투표에서 우려했던 여당의 ‘절대 승리’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르몽드지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제도의 필수적인 균형을 위해서도 잘된 일이다. 우리는 절대 권력의 영향력을 걱정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낮은 투표율 좌파에게 유리

    약 20명의 사회당 의원들이 1차 투표에서의 부진을 딪고 당선되는 역전드라마를 일궈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선거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이긴 하지만, 역대기록을 세운 저조한 투표율도 오히려 좌파에겐 호재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1차 총선 투표 때의 39.58%보다 더 높은 40% 투표율이 절대 고정표가 많은 좌파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대략 35석을 잃은 UMP에서는 총선의 승리를 축하하는 공식 언급 이외에도 비판이 새나오고 있다. 17일 저녁 총선결과에 대한 프랑수와 필롱 총리의 "우리는 승리했다. 우리는 절대다수가 되었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공식발표에 대해서, 시라크 전 대통령과 2002년 총선을 이끈 쟝-피에르 라파랑 전 총리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60명의 의원이 낙선하였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총선기간 쯤에 발표한 부가가치세 인상 정책이 프랑스 시민들에게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국가 중에서도 프랑스의 19%나 되는 부가세는 너무 높다는 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사회적 부가세는 낮추고 직접세를 높이자는 좌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25%까지 높이겠다는 사르코지의 정책은 자신의 오른팔이자 정부 2인자인 알랑 쥐페의 낙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부가세 인상을 고용확대로 이어가겠다는 사르코지의 전략이 평탄하진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 지 하루도 지나기 전에 경제부 장관인 쟝-루이 보루 장관이 쥐페의 후임을 맡는 등의 구조정비를 끝냈다. 이로써 사르코지는 자신의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엘리제궁 메시지의 세 가지 요점

    필롱 총리는 이번 선거에 대한 엘리제궁의 세 가지 요점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부는 확실한 다수로써 운영되어질 것이며, 그럼에도 좌파와 중도파들에게 항상 연대의 손을 내밀 것이며, 국정운영에 대한 재구성 작업을 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균형의 회복’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이유는 여성의원 진출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총 577석 중 여성의원이 107명이다. 이중 49명의 사회당 여성 의원을 포함한 61명이 좌파이며, 45명의 UMP을 포함한 46명이 우파이다. 전체 의석수를 고려한 백분율로 분석하면 좌파의 승리가 여성의원의 증가를 불러온 것이다.

    이는 지난 200년 총선의 12.2%에서 18.5% 로 크게 증가했으며 1981년의 5.3%, 처음으로 10%를 넘긴 1997년도를 봐도 약진이라 불릴만하다. 세계 여성의원 평균률 17.1%를 이번 선거에서 넘겼다지만 유럽 25개국중 15위임을 고려한다면 아직 프랑스가 해야 할 일들은 많이 남은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사르코지 또한 여성의원의 동수 균형을 위한 정책비를 따로 마련하는 등의 약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균형의 회복’ 이면에 다양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종의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 이번 선거에서 소수민족의 의원이 부재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선거에서의 57.5%보다 더 높은 62.7%의 지지율로 파리의 20구에서 당선된 UMP의 라울 드라마흐가 유일한 소수민족 의원이 되었다.

    다양성 상실 우려 목소리

    사회당에선 17명의 의원을 선거에 내보냈지만 6명만이 2차 선거에 갈수 있었고, 그나마 본선에서는 사피아 오코레, 파우지 라두위등의 선전에도 아무도 당선되지 못하였다.

    이번 2007년 선거의 가장 큰 스캔들은 사르코지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이자 절친한 친구인 알랑 쥐페가 전통적으로 보수지역인 보르도에서 낙선한 것과 17일 저녁 세고렌 루와얄이 사회당의 약진에 기쁨의 환호성속에서 공식 선언한 당서기 프랑수와 홀랑드와의 결별 선언이다.

    루와얄은 "홀랑드에게 집을 떠날 것을 요구했고, 이제 그가 그 자신을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며 행복해질 바란다. 이 모든 것을 홀랑드는 조용히 받아줬다."고 발표했다. 10년간 사회당의 제1비서직을 지켜온 홀랑드는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루와얄이 보내는 사회당 정책실패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사회당 내 우파로 통하는 루와얄의 지지자들이 소수만이 당선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된 듯하다. 사회당 내 좌파인 죠스팽-홀랑드파가 대략 50석, 반루와얄의 선봉장인 파비우스파가 45석 정도이고 실질적으로 대중적 지지도 외엔 사회당 내에서 지지 기반이 약한 루와얄이 선거발표 날 보내온 별거선언은 단순한 한 가정사를 떠나 앞으로 정치적 울타리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될 듯하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