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창당도 가능하다?
        2007년 06월 21일 07: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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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보대연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공식 제안했다. 문 대표는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법안 철폐, 6.15 정신 계승, 국가보안법 폐지 등 연합을 위한 네 가지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정책연합, 후보단일화, 신당창당 등 구체적인 연합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정작 누구에게 하는 제안인지 모호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상이 누구냐"는 거였다. "여러분이 짐작하는 대로"(김성진 최고위원)라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

    ‘노동자의 힘에서 미래구상까지’. 민주노동당 내에서 진보대연합의 범위를 말할 때 곧잘 인용되는 구절이다. 노동자의 힘, 사회당, 초록정치연대, 미래구상 등을 뜻한다. 이 가운데 미래구상 ‘좌파’는 내달까지 진보 신당을 지향하는 별도의 조직을 꾸릴 예정이다.

       
      ▲ 지난 16일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민주노동당 입장’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사진=민주노동당)  
     

    사회당 "선거공학적 발상", 노동자의 힘 "진지하게 검토"

    문 대표의 18일 제안은 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연석회의’에 ‘새사연’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주권운동’도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세력과 대중조직이 함께 참여해 다양한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진보대연합 제안에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은 미래구상 좌파다. 지금종 전 미래구상 사무총장은 "연석회의 제안은 지금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호응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미래구상 좌파는 진보대연합의 한 축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동당보다 왼편에 있는 정치세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사회당 최광은 대변인은 "연석회의라는 형식 말고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평했다. 또 "대중운동의 수준에서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이슈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합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각 당의 후보가 선출되면 일상적으로 연합과 연대는 가능한 것"이라며 "진보대연합은 대선을 앞둔 선거공학적 제안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현재 제안되는 방식’에 비판의 강조점을 뒀다. 그는 진보대연합에서 ‘민주노동당식 패권주의’의 혐의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노동자의 힘’의 대선사업단 책임자는 "연석회의가 정식으로 제안되면 참여할지 여부, 참여하는 경우 어떤 기조와 내용으로 참여할 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진보진영의 선거연합을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고양하는 데 중심이 놓이지 않고 후보 선출 문제로 논의가 흐르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해서 총선 치러야"

    민주노동당 대선준비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각 조직을 대상으로 연석회의 제안을 하게 될 것"이라며 "7월 중순까지 연석회의를 구성해 이후 거기서 진보대연합과 관련된 일체의 논의를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과 현재 나타난 각 조직의 반응을 토대로 보면 대략 내달 중순께 ‘민주노동당+미래구상 좌파+알파’가 참여하는 연석회의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진보대연합’ 논의는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연속 국면을 겨냥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가 후보단일화는 물론 신당창당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건 이 때문이다.

    당내에선 통합 진보신당의 틀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성희 전 위원장은 "통합신당을 만들어 총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그를 통해 보수-중도-진보의 3자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선준비위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진 최고위원은 "진보대연합의 한 방법으로 신당 창당의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면서 "선거연합으로 대선을 치른 후 일정한 성과가 남는다면 총선에 앞서 연합공천이나 신당창당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진보대연합 사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미래구상 "개혁세력 대통합이 우선"

    일각에선 미래구상 본진과의 연합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노동당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당이 제시한 4대 기준을 수용하는 세력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대상을 미리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들이 ‘진보대연합’에 결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대화 ‘미래창조연대’ 대변인은 "미래구상 내부에선 개혁적 정치권과 함께 가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직 통합 이후 더욱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범여권을 포괄하는 개혁세력의 통합이 우선적 관심사라는 얘기다. 그는 다만 "현재 범여권이 추진하는 통합의 방식은 퇴행적"이라며 "이들과의 통합이 무산되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남게 되면 민주노동당과의 연대 요구가 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 대한 민주노동당 내부의 반응도 호의적이진 않다. 정성희 전 위원장은 "미래구상은 조직 통합 이후 중도통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진보대연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보-개혁의 2단계 연합?

    민주노동당과 이들의 결합은 ‘진보대연합’의 범주가 아니라 차라리 ‘진보-개혁’ 연합의 범주에서 모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즉 진보와 개혁이 각각 세력 통합을 이룬 후 최종적으로 반한나라당 대연합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정대화 대변인은 "수구세력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기 위해 진보와 개혁의 연대가 필요하다.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이 필요하다"면서 "개혁세력 대통합 후 진보세력과의 연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지배적 기류는 개혁세력과의 ‘반한나라당 연대’에 부정적이다. 진보대연합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정대화 교수의 구상은 중도통합을 해도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으면 민주노동당의 힘을 얻겠다는 발상"이라며 "민주노동당 주변의 유권자를 열린우리당과 다를 바 없는 중도통합의 아류에 헌납하라는 것이다. 배신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 우파와 범여권을 포괄하는 개혁세력 대통합이 이뤄지고 ‘반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이 가시화될 경우 개혁과 진보의 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북문제를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입장의 경우 그렇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북정책만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개혁세력과의 선거연합에 반대한다"면서 "비정규직 철폐 등의 문제에서 입장차가 크다"고 말했다. 정대화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연합의 4대 기준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개혁진보 연합을 하겠다고 하면 구체적인 대안의 문제에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상층연합 동력 얻기 힘들어" vs "후보 선출되면 유리한 국면 열릴 것"

    한편 현재의 진보대연합 논의가 일부 명망가 중심의 상층연합 문제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는 없이 몇 개월째 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 사람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여기서 콩밭이란 ‘총선’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하층 대연합이 토대가 되지 않으면 상층연합도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되고 그 후보의 지지율이 5%를 넘기면 우리에게 대단히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며 "지금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해서 진보대연합의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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