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모른다. 울산만 파업 말아달라"
        2007년 06월 20일 04: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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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곳은 하거나 말거나 제발 울산만은 제외해달라."(울산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한미FTA 모른다. 단지 파업만 하지 말아 달라."(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대대적인 언론홍보를 받으며 한미FTA 파업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금속노조를 방문한 울산단체 대표들이 금속노조와의 면담에서 한 얘기다. 이들은 항의하기 위해 금속노조를 찾았으나 노조 간부들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지하게 얘기하자 "이성적인 차원에서 얘기가 되는 것 같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울산으로 내려갔다.

       
     
    ▲ 행복도시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 회원 12명은 20일 오전 11시 금속노조를 방문해 "한미FTA는 모른다. 파업만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금속노조)
     

    20일 오전 11시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 12명이 20여명의 기자들과 수행원을 대동하고 서울 영등포 금속노조 사무실을 찾아왔다. 양복을 잘 차려입은 이들은 "불법정치파업 울산경제 파탄난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새벽에 울산을 출발해 서울로 왔다.

    이두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서진익 6.25참전유공자회 울산지부 회장, 이정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울산지부장… 이들은 ‘행복도시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금속노조에 파업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다.

    금속노조는 박근태 부위원장을 포함해 4명의 주요 간부들이 이들을 맞았다. 금속노조는 대표들에게 ‘한미FTA와 자동차산업’이라는 33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나눠줬고, 한미FTA가 왜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재앙인지, 왜 금속노조가 파업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노조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상학 애울청년단 회장은 "금속노조의 설명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고 온 것"이라며 말을 끊고 "현대차가 산별노조로 전환된 이후 금속노조의 지시를 받고 정치파업을 하는데 파업을 철회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이번주 금요일쯤 울산에서 적당한 시간을 조절해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울산방송도 있으니까 생중계를 하자"고 제안했다. 금속노조 박근태 부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체결하지 않도록 정부를 방문해달라"고 요구했다.

    "30일 한미FTA 협상 체결 중단하면 파업도 중단"

    박종해 한국예총 울산연합회장은 "거리에 파업한다고 매일 오니까 거리 질서도 엉망이고 울산이 살만한 도시가 아니"라며 "어떻든 간에 파업은 중단해달라"고 말했고, 서진익 참전유공자회 회장은 이승만 시절부터 장황하게 역사를 얘기하더니 "다른 곳은 하거나 말거나 간에 울산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여기저기서 "울산만 하지 말아달라"는 얘기가 나왔고,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울산만 하지 말아달라는 게 민망했는지, 박종해 회장은 "단순하게 지역 이기주의라고 몰아세우지 말아달라. 울산이 외국도시 아니지 않느냐, 섬이나 외톨박이 도시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근태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들이 알고 토론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는데 미국과의 재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6월 30일 협상을 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협상 체결을 중단한다면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에게 30일 양국 간에 체결을 중단하도록 여러분들이 요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박 부위원장은 "현대자동차의 파업으로 인해 중소기업, 식당, 자영업자 등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파업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파업 때문에 울산공장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럼 파업이 많은 울산공장을 중국이나 미국으로 옮겨가면 어떻겠냐?"며 "한미FTA 하면 그렇게 되기 때문에 파업을 해서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화기애애한 항의방문 자리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이날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박종회 한국예총 울산연합회장은 "(울산에) 내려가면 우리를 환대해주고 부드럽게 대해주고 우리 의견을 들어주도록 노력하더라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두철 상공회의소 회장도 "오늘 이 분위기를 전 시민들에게도 알리겠다"며 "금속노조 본부는 그래도 뭔가 많이 달라져있더라. 경청하는 자세더라고 알리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단체 대표들은 "한미FTA 체결저지 파업계획을 철회해주시기 바란다"는 서한을 전달했고, 금속노조는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파업을 한다"는 기자회견문을 전해줬다. 보수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이날의 항의방문은 1시간 동안의 ‘화기애애한’ 간담회로 끝나고 대표들은 모두 울산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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