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녹색파’ 세규합에 나섰다
        2007년 06월 20일 03: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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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내 ‘녹색파’가 “당의 낡은 사고와 관행, 무기력에서 벗어나 녹색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 규합에 나섰다. ‘녹색파’의 이러한 행보가 민주노동당을 명실상부한 ‘적록동맹 정당’으로 만들지, 당에 ‘녹색 분칠’을 하는 데에 그칠지 주목된다. 또한 이들의 움직임이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으로 하여금 ‘녹색 바람’을 불게 만들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민주노동당 당직자 및 지방의원 등 34인의 ‘녹색정치선언 제안자 일동’은 20일, 1천명의 ‘녹색정치선언’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제안문을 중앙당 및 각 시도당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제안문은 당 중앙위원, 대의원, 지역위원장 등에게도 이메일로 발송됐다.

    녹색문제를 대선 핵심 의제로

    이들은 ‘녹색정치선언 제안문’에서 “2007년 대선을 맞이하는 시점에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한국사회의 희망이 되고 있지 못하다”면서 “민주노동당은 낡은 사고와 관행,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변화해야 한다. 희망을 이끌어낼 변화의 방향은 녹색”이라고 밝혔다. 오는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녹색의제를 핵심의제로 삼아 선거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녹색정치선언’은 다음 달 초중순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선언 전에 선언문과 이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녹색정치 당원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선언 제안자들은 선언 후 8월에는 녹색정치 의제 발표, 녹색정치 경선후보 검증, 9월에는 ‘민주노동당 Green Vision 2007’ 발표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선언 제안자 중심으로 실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 2006년 12월 민주노동당 3기 녹색정치학교에서 (사진=민주노동당 환경위원회)
     

    이처럼 당내 ‘녹색파’들이 환경위원회와 같은 당내 공식적인 틀을 벗어나 움직이지 시작한 이유는, 선언 제안에서 밝히고 있듯이, “진보정당의 해방적 기획은 낡은 틀로 해석되어 분배와 성장에만 갇혀 있고, 생태 평화 여성 소수자 지구적 연대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영호 환경위원장은 “환경 의제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북구하고 당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게 사실이며 선거 시기에는 더욱 그러했다”며 “환경위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어 아래로부터 힘을 모으기 위해 선언을 조직한다”고 밝혔다.

    ‘황우석 함구령’ 등 녹색 가치를 밀어낸 민주노동당

    한재각 정책연구원도 “개별 공약을 나열하는 것과 정치적 의지로 주요 의제화 되어서 힘을 싣는 것은 다르다”며 “민주노동당에서 많은 경우에 공약과 공약, 가치와 가치가 충돌할 때 결정적으로 환경의제는 밀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당시 여론을 이유로 당 기관이 황우석에 대한 문제제기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한 소위 ‘함구령’을 내린 바 있으며, 2006년 북핵사태, 올해 면세유 파동 등 결정적 순간에는 ‘녹색가치’를 외면한 바 있다.

    당내 ‘녹색파’는 이번 대선에서 먹거리 문제, 공공급식, 재생에너지산업, ‘아토피 스탑 프로젝트’, 기후변화 대응 등이 2007년 대선에서 주요 쟁점이 되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이런 의제들 중에는 진보진영의 고전적 가치들과 충돌할 내용들도 있어 민주노동당이 ‘적록동맹체’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특히 이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2013년 한국이 기후변화협약 의무감축국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사회적 노력, 특히 생산영역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을 제기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진보운동의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적-녹 가치 충돌 가능성도 높아

    한재각 정책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산업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데 철강, 자동차 산업 등의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노동운동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이에 대한 당내 경선 후보들의 입장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 ‘녹색파’들은 이번 대선에서 녹색가치와 기존의 노동운동의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변홍철 <녹색평론> 편집장은 “정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비전에 대해 적극적인 재검토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즉, 민주노동당이 성장주의, 생산력주의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당내 ‘녹색파’는 보수정당의 환경적 이미지 포장과 무당파적, 무계급적, 몰정치적, 생태근본주의적 태도와 구분되는 녹색정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선언 제안문은 “개발주의 원조 정당인 한나라당도, 신자유주의 선봉정치세력인 범여권 세력들도 모두 환경을 이야기”하고 “구원투수로 뛰어들겠다는 시민사회 신당도 환경과 문화를 내세우”지만 “우리의 녹색정치는 잘사는 사람들의 한가한 취미나 웰빙을 위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지역에서 일구는…녹색정치”라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 지역에서 일궈내는 녹색정치를

    이은주 울산시의원은 “지자체도 너도나도 환경을 얘기한다. 예산의 많은 부분도 환경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한다. 그러나 뜯어보면 환경을 상품화 시키는 것이며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민주노동당은 장기적으로 환경과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선언 제안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변홍철 편집장은 “(녹색가치는) 근본적으로 진보정치의 문제이다. 국가, 권력, 제도정치 시스템 문제로서 현실투쟁을 도외시하면서 녹색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녹색, 환경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도 현실정치에서 풀어나가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무당파적 접근을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내 ‘녹색파’의 이러한 활동이 당 밖의 녹색 진영과 당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변홍철 편집장은 “생명, 평화 세력과 초록정당을 추진하는 세력 등 당 밖의 세력이 민주노동당의 이런 활동을 주목할 것”이라며 “그 녹색 그룹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 *

    다음은 녹색정치선언 제안자 명단.

    강민아(경남 진주시의원), 강은주(중앙당), 곽상수(대구 환경위원장), 김민아(전북도당), 김선희(중앙당), 김숙향(경북도의원), 김영희(부산시의원), 김은영(인천 환경위원장), 김혜자(제주도의원), 노현기(환경위 부위원장), 문영미(인천 남구의원), 박미진(경기도당), 박주미(부산시당), 박현주(경남 합천군의원), 변홍철(대구 환경위원), 심재옥(최고위원), 오은미(전북도의원), 오영호(환경위원장), 오현아(중앙당), 윤난실(광주시당), 이강준(중앙당), 이수정(서울시의원), 이윤상(천안 환경위원장), 이은주(울산시의원), 장주영(중앙당), 전미라(제주 환경위원장), 정경섭(서울 지방자치위원장), 정태연(서울 환경위원장), 정창호(광주 환경위원장), 조승수(진보정치연구소), 최원자(강원도의원), 최은희(중앙당), 한재각(중앙당), 황영묵(전 제주 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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