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로 향하다
    2007년 06월 19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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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에코토피아는 올해로 19번째 맞이하는 행사로서 환경문제와 정치, 사회적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생태캠프이다. 올해는 포르투갈에서 남쪽으로 250km 떨어진 알제주르(Aljezur)라는 곳에서 에코토피아가 개최되며, 올해 중심 이슈는 이주(migrant)이다.

에코토피아는 참가자들이 환경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 등에 대해 서로 배우고 경험과 정보를 나눈다. 매년 200~6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며 광범위한 환경문제, 예를 들면 인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교통수단, 유전자조작식품(GMO), 유기농산물, 생태건축, 경제시스템, 캠페인에 대한 경험, 대안미디어, 이주, 인종주의, 문화적 이슈와 관련된 경험을 나누고 토론한다.

에코토피아의 사전행사로 진행되는 에코토피아 바이크 투어는 약 2개월 동안 국적과 나이, 언어를 넘어선 10~50명의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하면서 에코토피아 행사가 열리는 곳까지 여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자전거 여행 중에는 환경,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공동체들을 만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올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 에코토피아 행사가 열리는 포르투갈 알제주르까지 달린다.

여행 중에 참가자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음식준비를 하는데, 대형마트가 아닌 그 지역의 시장을 이용하며, 채식을 한다. 이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자전거 도로를 주로 이용하며 하루에 약 50km정도를 이동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 또한 여행 중에는 그 지역의 공동체와 함께 각종 캠페인에 참여한다.

이 글의 필자는 독립미디어 활동가이며, 독립다큐멘터리인 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2004년)와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6년) 작업에 참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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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발하기는 하는 건가?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도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출국 이틀 전이 돼서야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필요한 물품들은 그전에 다 준비해두기는 했는데 무엇인가 빠진 느낌이다. 자전거 박스에 자전거를 분해해서 넣기를 반복.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박스 안에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박스 사이사이 틈에는 자전거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옷과 침낭 같은 것을 넣었다. 자전거 포장이 끝나고 트레일러 박스에 준비한 짐들을 정리했다.

드골 공항에서의 검색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짐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자전거와 트레일러, 그리고 큰 배낭에 카메라 가방까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인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하면서 수화물 초과운임으로 엄청난 돈을 날려버려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홍콩을 거쳐 5월 29일 아침 파리에 도착할 즈음, 드골 공항 주변의 모습은 한국의 여느 농촌과 비슷하지만 다른 것 하나.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데 머리는 짧고 동양인에다가 대형 박스 수화물이 두개나 되니 경찰이 불러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전거는 다시 가지고 돌아가냐? 카메라도 다시 가지고 갈 거냐? 등등.

그래서 걱정하지 마라, 프랑스에 온 게 아니고 스페인 가서 자전거 탄다. 그리고 다 가지고 돌아간다.(자전거는 중고시장에 팔고 갈 예정이다.) 입국 심사는 까다롭지 않은 것 같았다. 대부분은 그냥 짐 가지고 통과. 의심쩍게 보이는 사람만 선택해서 여권과 짐들을 살펴본다. 내가 바로 그 의심쩍은 사람 중의 한명이다.

짐을 찾자마자 담배를 한대 피기 위해 잠시 밖에 나갔는데 흐린 날씨에다가 아침이라서 그런지 꽤 쌀쌀하다. 반바지에 반팔셔츠만 입고 있으니 더 추위를 탔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공항 내 자동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대형 박스 두개에 배낭과 카메라 가방을 들고 힘들게 이동을 하는 중에 한층 아래에 있는 기차 승강장으로는 카트를 가지고 이동을 못하게 되어 있다. 혼자서 힘들게 왔다 갔다 짐을 나르는데 한 사람이 갑자기 도와준다. 자전거 박스를 에스컬레이터에 실어 준다. 바로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던 것이다.

짐 옮겨주더니 "머니, 머니" 외쳐, 대답은 "아이 돈 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더니 프랑스말로 뭐라고 그런다. “아이 돈 노” 라고 했다. 그러더니 “머니 머니”를 외친다. 짐 하나 에스컬레이터에 실어주고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모른다고 대답하니 그냥 돌아간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2시 10분 출발이다. 아직도 6시간이나 남았다. 캠코더에 카메라에 값나가는 것들이 많으니 마음 놓고 한숨 잠기도 힘들다. 지루하게 앉아서 책을 좀 읽다가 노트북을 열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로 한 마르코스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 확인을 위해서다. 그런데 마르코스가 일이 있어서 못 나온다고 한다. 짐이 많아서 늦더라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하니 좀 늦을 거라며 마중 나오기로 했다.

   
▲ 바르셀로나 자전거 전용도로
 
 

드디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착. 한 친구가 접이식 자전거인 미니밸로를 가지고 공항에서 두리번거린다. 마르코스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도심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에 내려서 나는 택시에 짐을 싣고, 마르코스는 자전거를 타고 임시숙소로 이용할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미터기의 요금이 상당히 빨리 올라간다. 10유로면 된다고 했는데, 도착하니 14유로 정도 나왔다. 그런데 기사가 가리키는 미터기를 보니 짐 값은 따로 받는다. 합쳐서 거의 20유로다.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요금에 비싼 물가를 실감 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임시 숙소

임시숙소로 쓸 집에 사람이 없어서 일단 문 앞에 짐을 옮겨 놓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임시숙소가 5층에다가 엘리베이터도 없고, 계단은 사람 한명 지나갈 정도의 폭이었다. 힘겹게 짐을 옮겼다. 문제는 이 집에서 3일 정도는 머물러야 되는데 자전거를 들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마르코스와 헤어져 임시숙소로 돌아왔지만 아직 집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무려 17시간 넘는 비행에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문 앞에 돗자리를 펴고 잠시 쉬었다.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서 아기를 업은 여자가 계단을 올라온다.

이본과 그녀의 아들인 유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왔고, 작년 에코토피아 바이크 투어에도 아들 유나와 함께 참가했었다고 한다. 작년 바이크 투어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본 것 같다.

피곤이 밀려 왔지만, 자전거와 짐이 무사한지 살펴봐야 했다. 포장을 뜯고 자전거를 꺼내서 조립을 했다. 다행히 파손된 곳은 없었다. 나머지 짐들도 간단하게 확인을 하고나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5월 30일. 아침 9시쯤에 눈을 떴다. 샤워를 하고, 오늘 일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본이 도와 달라고 한다. 비행기에서 본인의 자전거 휠이 파손됐는데, 자전거 숍에 같이 가자고 한다. 거절하기도 그렇고, 시내에 대형 스포츠 숍이 있다고 하니 같이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까딸루냐 광장 근처에 있는 스포츠용품 전문숍으로 갔다. 지하철 요금도 비쌌는데 1.25유로 우리 돈으로 거의 1천 5백원 정도 되는 돈이다.

대형 스포츠 상점에는 없는 게 없었다. 스포츠 관련 용품들은 대부분 팔았다. 가격은 한국에 비해 많이 싼 편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여기서 구입해도 좋았을 물건들이 많다. 자전거 수리점도 안에 같이 있었다. 14유로 하는 20리터 배낭을 하나 샀다. 큰 배낭을 메고 자전거 타기는 힘들기 때문에 큰 배낭은 트레일러에 넣을 예정이다.

이본의 자전거 휠을 수리하고 나서 점심을 못 먹은 나는 값이 약간 싼 뷔페식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와 고추장과 함께 먹었다. 예전에 홍콩에서 먹었던 중국음식과는 달리 한국음식과 거의 비슷해서 맛이 있었다.

식사는 값이 싼 중국식 뷔페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누적된 피로에다가 시차 때문에 졸음이 밀려온다. 자고 일어나니 9시가 넘었다. 일어나서 인터넷에 접속하니 이번 바이크 투어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조아오가 메신저로 연락을 했다. 잘 도착했는지, 바르셀로나는 자전거 타고 한번 돌아봤는지 등 안부를 묻는다. 피곤해서 계속 잠만 잤다고 했다. 조아오는 현재 G8회담 반대 시위를 위해 독일에 머물고 있다. 6월 15일쯤 바이크 투어에 합류할 예정이다.

비행기 수화물 초과로 한국으로 돌아갈 때 자전거를 중고시장에 팔았으면 좋겠다고 하니 조아오가 7월 말쯤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하면 팔 곳을 알아봐 준다고 한다.

이본과 나, 조아오 세명은 메신저로 바이크 투어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과 달리 루트와 중간 중간 거치게 되는 공동체에 대한 조직화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걱정이 많이 앞선다.

조아오가 친절하게 이것저것 많이 조언을 해주고, 걱정도 해준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메신저를 통해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다. 한국말로 굿나잇은 무엇이라고 하는지 물어본다. 잘자, zalza. 내일 저녁에는 이스라엘에서 참가하는 에란(Eran)이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31일도 아침9시쯤에 정확히 눈을 떴다. 모닝콜을 해 놓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날은 자전거를 타고 바르셀로나를 둘러볼 생각이다. 그러나, 이본이 4일부터 시작되는 바이크 투어 출발에 앞서 1일부터 3일까지 머물 예정인 깐마스데우에 같이 가야 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길리엄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바이크투어 일정과 깐마스데우에서 머물 동안의 음식문제 등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바르셀로나 바이크 투어는 잠시 미루고 함께 깐마스데우로 향했다. 임시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깐마스데우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 북쪽인 산 제니스(Sant Genis) 골짜기에 위치한 깐마스데우는 2001년 11월 국제적인 활동가들에 의해 점거된 곳이다. 일종의 빈집 점거운동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2002년 4월 100여명의 경찰이 침입해서 점거자들을 내쫓으려고 갖은 시도를 했었지만 도로까지 막힐 정도의 많은 지지자들이 저항에 함께 함으로써 법원의 경찰해산 명령을 이끌어 내었기 때문이란다.

빈집 점거운동의 상징 깐마스데우

이곳은 17세기 초에 시골 저택으로 지어졌고, 20세기 초에는 수녀원과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이었다. 이곳이 약 53년 동안 버려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한센병의 오명 때문이었을 거라고 한다. can masdeu(깐마스데우)의 can은 재산(property)이라는 의미이며, 중세시대에 masdeu 가문의 소유였다고 한다.

깐마스데우 안에는 일종의 사회운동 센터가 있는데, 일요일에는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환경이슈, 퍼머컬쳐, 유기농, 공동체생활, 자치운동 등 다양한 활동과 워크샵을 연다. 현재는 약 30명 정도의 점거자들이 생활을 하고 있는데, 직접 농사를 짓고, 태양열을 이용해서 온수와 전기를 만들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길리엄을 만나 바이크 투어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길리엄도 바이크 투어에 함께 할 예정이다.

깐마스데우를 나와서 나는 바르셀로나 시내로 향했다.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이다. 일단 어제 갔었던 뷔페식 중국식당에 들려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바르셀로나 물가가 비싸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싼 중국식당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지도가 없어서 길을 헤맸다. 바르셀로나는 자전거도로가 거의 환상적일 만큼 잘 되어 있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가 다양하다. 중앙선 중심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가 하면 인도와 차도 사이에도 있고, 어떤 곳은 인도에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자전거로 도심을 여행하는 것이 일종의 여행상품이기도 하다.

   
▲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시티 바이크’
 

그리고, 바르셀로나에는 일종의 시티 바이크가 곳곳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집으로 자전거를 가져갈 수는 없다.

바로셀로나의 환상적인 자전거도로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 보관대에서 카드를 통해 자전거를 거치대에서 분리한 후 자신의 목적지 근처에 있는 시티바이크 거치대에 갖다 놓으면 된다. 약 5개월 동안 3만명의 시민이 이용했다고 하니 부럽기 그지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도 자전거 출퇴근 인구가 늘어났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자전거 도로는 정말 잘 정비되어 있고, 출퇴근 뿐 만 아니라 레저 스포츠로서도 한 몫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직 도심 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전거 도로 뿐만 아니라 현재 지하철이나 기차에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면 자전거를 실을 수 없는 것도 문제이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필요하지만 그 외의 인프라도 구축되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한번 기대를 해본다.

어렵게 중국식당을 찾아 들어가니 웨이트레스가 한국에서 왔냐고 반갑게 맞이한다. 허기진 배를 달래고 까딸루냐 광장과 주변을 둘러보고, 해변을 끼고 뻗어있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임시숙소로 향했다.

6월 1일부터는 깐마스데우에서 4일 아침 출발 전까지 캠핑을 해야 한다. 자전거를 점검하고, 트레일러를 조립했다. 역시 짐이 너무 많다. 2인용 텐트와 침낭이 트레일러 부피의 3분의 1은 차지하는 것 같다. 게다가 DV 테잎이 80개나 되니 트레일러 무게가 초과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밥 트레일러는 자전거 트레일러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모델인데 32kg이 한계중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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