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발전소, 위험한 수명 연장 시도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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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19일 11: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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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고리 핵발전소 앞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내 상업적 핵발전의 시초인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장례식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에 의해 진행되었다. 고리 1호기는 1967년 10월 장기전원개발계획에 의해 계획이 확정되어, 1971년 공사 착공하여 1977년 상업적 핵발전을 시작하였다.

    핵발전소 계속 운전인가? 수명 연장인가?

    설계수명은 지난 6월 18일로 만료되었고, 이에 앞서 9일부터 가동이 중지된 상태이다. 고리 1호기 발전소의 설계수명 만료와 관련하여,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6년 6월에 과학기술부에 10년의 수명 연장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한수원 등 관계 기관은 수명 연장이라는 말 대신에 계속 운전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계속 운전은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고 있는 안전기준을 만족하여 설계수명 이후에도 계속해서 운전하는 것’을 말하며, 설계수명은 ‘원전 설계시 설정한 목표기간으로서 원전의 안전 및 성능 기준을 만족하면서 공학적으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 기간’을 말하는 것이라 강변한다.

    사실 계속운전이라는 모호한 용어는 ‘발전소 수명 연장(PLEX)’을 가리키는 말이다. 발전소 수명 연장은 발전소 수명관리(PLIM), 장기 가동(LTO)과 함께 동일한 활동 – 주요한 문제점 없이 가동되어 왔던 것으로 보여지는 노후한 핵발전소들의 가동을 시간에 관계없이 확대하는 것-의 또 다른 명칭일 뿐이다.

    계속 운전은 한수원 등이 노후화되어 위험한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 운전’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위험성을 은폐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위험의 사회적 수용. 계속 자동차와 비교할 것인가?

    그러면서 주요한 부품의 교체 및 교환을 통해 자동차의 수명을 늘리듯 핵발전소의 수명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정당화 하고 있다. 장주경 고리핵발전소 소장은 ‘안전 입증된 고리 1호기 수명 연장하자’라는 글에서 ‘자동차 10년타기 운동’을 비교하며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주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자동차와 비교하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사고 현황 및 안전성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아래 그림에서 확인하듯이 핵발전소 사고 비율은 핵발전소의 가동 초기와 이론적인 설계 수명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사고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초기 가동 과정에서 발전소 설계 및 운전상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많아지며, 이후 이론적인 설계 수명 기간 동안 수용 가능한 사고 비율을 나타내다가,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급격 하게 사고가 많아지는 것을 보여준다. 핵발전소 설계 수명을 넘어선 수명연장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핵발전의 안전관리 및 운영이라는 인위적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이다. 핵발전소 안전성은 당위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비단 직접적인 사고 비율의 문제만이 아니라도, 우리 사회가 핵발전소를 비롯하여 각종 위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기 다양한 위험 중에서 어떤 위험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고려 할 때, ‘핵발전소의 위험’을 ‘개인의 선호와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비교하는 방식은 적절치 못하다. 위험의 대상과 영향, 개인과 사회의 선택의 범주가 절대적으로 비교조차 되지 않는 대상이다.

    사실 1970~1980년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핵 발전 중흥 정책’을 ‘민족적 과제’이자 ‘강대국으로 가는 지름길’로 설명하였던 시대에서, ‘핵 발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는 제한되어 있었으며, 국민 스스로가 ‘전력원에 대한 자기 결정’이나 ‘위험과 기회에 대한 선택’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당시 국제적인 에너지 파동을 거치면서 ‘정부로 대표되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에 의한 ‘전력원으로 핵’의 선택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국가적 명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이 여전히 1970년대와 같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확률적 통계로 낮은’ 사고의 위험성을 가진 핵발전소라 할지라도, ‘핵발전소로 인한 위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은 여전히 낮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그렇기에 ‘사고 위험이 낮다는 핵발전소와 방폐장 등 관련 시설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수원 등 원자력계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 라는 시대적 과제 대신 ‘막대한 광고비의 핵발전소 안전성 홍보’만을 진행하는 희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노후화되는 핵발전소. 각 국가의 선택은?

       
     

    위 표에서 보여지 듯 세계적으로 30년 설계수명이 만료되거나 도래하는 핵발전소(붉은색 도표)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즉, 신규 핵발전소는 급감하고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발전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체르노빌 사고(86년) 이후 핵발전소 건설은 세계적으로 급격히 급감하고 있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 국가별로 핵발전소 건설의 불확실성 및 대중의 반대, 높은 비용 투자, 장기 건설 과정 등으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핵발전소들은 발전소 수명 연장과 출력 증강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수명 연장은 발전사업자에게 안전성 부분과 무관하게 핵발전소 초기 투자비용을 이미 오래 전에 회수하였기에, 가능한 한 핵발전소에서 장기간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수익이 좋다는 이유로 선호한다. 그러나 발전소 수명 연장과 출력 증강은 사실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위협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적인 경향은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를 더 위험스럽게 할 뿐이다.

    현재 존재하는 OECD 국가의 핵발전소 평균 가동년수가 20년 정도이므로, 평균 수명을 30년으로 볼 때, 2015년 근방이 핵발전소의 폐로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며, 새로운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고리1호기 수명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원자력계의 주장처럼, 국제적으로 대부분의 상업용 핵발전소의 수명은 각 국가마다 상이한 기준과 상황에 근거하지만, 대부분 핵발전소의 설계 수명은 30~40년이다. 이는 원자로 노심과 노심 냉각시스템을 포함하는 부품들이 중성자 조사, 고온, 고압에 의해 약해지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수명연장을 한 핵발전소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실례로 미국에서만 104개의 핵 발전소 중 48기의 핵발전소가 수명 연장(면허 갱신)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원자력에 의해 생산된 전력은 전체 전력 생산의 20%(연차 에너지 전망 2006에 따르면 2030년에는 총 전력 생산량 중 15% 차지)에 불과하며, 1979년 TMI(쓰리마일섬) 2호기에서의 최악의 노심 용융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단 1기의 신규 핵발전소도 건설하지 못하였던 것 역시 사실이다.

    총 23기의 원자로 중 10기를 수명 연장 하였다는 영국 역시,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경제성에 대한 논란과 노후화로 2023년까지 1기의 원전을 제외하고 폐쇄돼야 할 형편이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일 역시 최근 메르켈 총리 체제(기민-사민당 연립 정부) 등장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마다의 발전량에 따라 2020년까지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였던 2000년 법안은 뒤바꾸지 않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근(2007년 3월) 독일 환경부와 독일 원자력 규제기관은 독일 전력회사 RWE가 신청한 비블리스(Biblis) A 핵발전소의 2011년까지의 수명 연장을 거절하였다.

    또한 수명연장을 진행하는 나라 대부분이 관련 법제도에 대한 논의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각종 일상적인 점검 평가 제도(미국과 캐나다가 ‘체계적 성능평가(SLA)’와 ‘개별적 원전점검(IPE)’, ‘2년주기의 운영허가 제심사’ 등)를 시행하고 있으며, 여타의 나라들도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10여년 전부터 도입하여 평가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평가제도일 뿐 수명연장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명연장을 하는 핵발전소에 대한 각종 정보의 공개와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주민 참여 절차가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다. 유럽의 ESPOO 협약 혹은 Aarhus 협약은 타국에서 진행되는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와 의견 수렴, 주민 참여 절차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외국의 상황은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한 정보 공개 자체가 ‘한수원’이라는 발전 사업자의 영업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거부되는 우리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리 1호기의 폐로를 공고하다 2002년에 폐로 계획 자체를 폐지하고, 2005년에 원자력법을 졸속으로 수정할 지경이다. 그렇기에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에 대한 국내외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수명 연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위험에 대한 알권리와 사회적 수용성’, ‘전력원에 대한 국민 스스로의 결정권한’ 등 ‘국가 및 사회적 이익’과는 무관한 ‘핵발전소를 소유한 발전사업자의 자기이익’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2005년 9월에 수명 연장을 결정하였던 영국의 던니스-B 원전(AGR)의 성능 개선 프로그램 책임자 앤 워드(Ahn Ward)는 “원전의 수명을 연장키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상업적 이유, 브리티시 에너지(BE)사가  원전에 대해 바라는 것은 10년 간 수명 연장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을 정도이다. 누가 이 상황에서 사회적 이익을 이야기 하는가?

    핵발전소 폐로. 새로운 변화의 기회이다.

    우리가 고리핵발전소 1호기와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은 수명 연장에 대한 법률적인 절차를 한수원의 신청과 과기부의 안정성 진단으로 극히 간단하게 만든 제도 자체의 문제점, 무엇보다 최소한의 정보공개와 수명 연장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대한 합리성, 전문가와 지역주민에 대한 검토 과정 등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수명 연장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지와 폐로를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장・단기적으로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국가(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독일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상식적인 핵에너지 지속 주장의 종결과 재생가능에너지원의 확장을 위한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의 전환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핵발전소의 폐쇄는 공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100개의 우라늄 광산, 90개의 상업용 원자로, 250개 이상의 연구용 원자로와 연료 사용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완전히 해체되었다.

    핵발전소 폐로를 세상의 종말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그로 인해 이익을 받아왔던 원자력계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래 표는 세계 각국의 상업용 원자로 폐로 현황에 대한 일부 자료이다. 이 표에서 보듯이 핵발전소 폐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각 국에서 진행되는 현실일 뿐이다.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폐로와 관련하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02년 원자력 안전 검토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수명 연장이 시도되고 있으나, 결국은 해체작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성공적인 해체작업을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해체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데 이에는 해체에서 발생할 페기물의 파악, 관리 방안, 처분 시설 가동 계획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IAEA. Nuclear safety Review of Year 2002)"

    고리 1호기 수명 만료에 이어 2012년이면 또다시 월성 1호기 설계 수명이 종료된다. 고리 1호기에 대해 편법적이고 졸속적인 수명 연장이 결정된다면, 지역 주민과 국민 스스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결정할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게 되는 꼴이다. 어떤 전력원을 선택하고 그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소비자이면서 위험을 감수할 주민과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논란은 우리 사회의 ‘핵 중흥 정책’과 ‘재생가능에너지 확장 정책’의 갈림길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수명 연장이 아니라, 관련 법제도에 대한 합리적 점검과 핵발전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종합 접근, 장기적으로 폐로를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핵발전소의 폐로. 이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변화를 위한 시간이다! It is time for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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