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어려움 악용, 제주도민 분열"
        2007년 06월 19일 07: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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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군사기지 이전 강행을 반대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제주도의 군사기지 이전이 단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제주도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요충지가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 악용 군사기지 이전

    단식 12일차를 맞아 몸무게가 무려 6kg이나 빠진 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레디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주도민뿐 아니라 국민들도 발상을 전환해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과 종속적인 한미관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로 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제주도 군사기지 이전 강행을 반대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과 18일 단식 12일차를 맞아 국회에서 인터뷰를 가졌다.(사진=레디앙 김은성 기자) 
     

    현 의원은 “정부나 국방부가 제주도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절박함 때문에 생겨나는 기대 심리를 악용하고 있다”면서 “한 걸음 물러나 미국의 동북아 군사 패권 전략과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가 군사기지 이전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꼼꼼히 살펴보자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6자 회담 후 한반도에도 평화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는 중에 제주도에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기지를 이전한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선택"이라며 “제주도가 아름다운 평화의 섬으로 정착 할 수 있게 전 국민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현 의원과 일문일답.

    – 단식이 지금 12일째인데,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는데, 격려해주시는 분들의 도움과 호응으로 힘을 얻고 있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다행이, 제가 단식을 함으로써 지역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들이 분출되면서 다시 한번 힘이 모아지고 있다.

    물과 죽염 소금을 먹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7일이 지나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면서 몸도 마음도 오히려 더 편해졌다.

    열흘이 넘어가니 솔직히 조금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살이 6kg 정도 빠졌고 이젠 감각이 무뎌져서 불편했던 속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다.

    – 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나? 다른 대안은 없었나?

    국회에서 본회의 5분 발언을 하고, 예결산 위원회에 들어가는 다른 의원들을 통해 예산 통과의 부적절함을 호소하는 등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전부 다 해봤던 것 같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아무리 발언을 해도 ‘그저 제주 지역 출신 의원이라서 그런다’는 말만 들었을 뿐 아무런 반향이 없어 한계를 느꼈다. 극단적 방법이지만, 이를 통해 군사기지의 부당함을 알리고 도민들에게도 ‘그저 앉아서 당하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적극적인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군사기지로 인한 실체 없는 경제적 효과에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갖게 만들기 전에, 찬반을 떠나 군사기지 이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임있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또 무엇보다도 단식을 계기로 제주도의 군사기지 문제가 단지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이 제주도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요충지가 된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 제주도 군사기지이전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제주도에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무기의 섬, 분쟁의 섬으로 전락한다. 제주 해군기지는 과거에도 이미 그랬듯 한미 해군의 중추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군사 분쟁에 휩싸여 한반도의 화약고가 될 것이다.

    한미 해군 중추기자 가능성 높아

    바로 그 이면에는 한미 FTA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적 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동시에 평택에 이어 제주도에도 군사 기지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군사적 패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본질이 있다.

    이젠 제주도민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들도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냉전 체제 지배 아래 그 패권 전략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도래하는 평화의 시대에 맞게 평화를 선택 할 것인지 국민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

    또 절차상에 있어 김태환 도지사는 주민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고 군사 작전을 벌이듯 행정력을 동원해 여론몰이를 하며 지역 갈등을 조장했다.

    그 과정에서 단 한번도 정작 주민의 의사를 묻기 위해 주민 투표를 실시 한 적도 없었다. 김 도지사는 현재 조작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벌일 예정인, 여론 조사만을 유일한 근거로 군사기지 이전을 감행했다. 해군기지 유치 동의를 결정하게 만든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현재 용역 검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보고서의 신뢰성’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어 곧 조사에 들어간다.

    제주도 의회도 김태환 도지사의 결정에 반발하며, 행정사무조사를 발동하고 추경예산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또 제주도의 군사기지 이전은 국회에서도 제대로 논의되거나 통과된 것이 아니다. 국방부가 제주도 김태환 도지사와 임의적으로 결정해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 단식 4일차 농성장을 찾은 막내딸 자연이와 함께 (사진=현애자 의원실) 
     

    예전엔 말도 못꺼냈는데, 지금은 찬반 팽팽

    – 찬성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질적인 지역 민심은 어떤가?

    과거엔 제주도에서 군사기지라는 말만 나오면 얘기를 시작조차 하기 전에 무조건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래서 국방부도 유보만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도민의 의식과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겨 찬반이 팽팽한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민들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사람들의 인식마저도 변하게 한 것 같다. 국방부가 순박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 휴양 단지를 만들어주겠다, 상권을 개발해주겠다는 등의 경제 발전을 내세우며 접근했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은 FTA에 대해서도 절망에 빠져있다. 아직 국회 비준도 되지 않았고 완전히 끝난 게 아닌데, 마치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처럼 절망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국방부에서 홍보하는 경제적 효과가 실제라고 믿는 소박한 생각을 바탕으로 막연한 기대 심리가 생기는 것이다.

    생계 문제로 당장 하루하루가 캄캄한 주민들에게 국방부가 제시한 경제 논리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것도 사실이다.  당장 오늘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먼 미래와 평화를 생각해 달라는 여유를 주문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무리일 수도 있다.

    한미FTA 절망도 찬성으로 돌게 만들어

    정부나 국방부가 제주도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제주도의 해군기지 이전 문제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나온 말이 아닌 만큼, 제주도민들이 그간 오랫동안 홀로 투쟁을 해오면서 정부의 국책 사업을 무슨 뾰족한 수로 막을 수 있겠나, 싶어 지친 것도 사실이다.

    – 찬반에 따른 지역민들의 부작용도 심할 것 같다

    지금 제주도는 FTA가 문제가 아니다. 군사 기지 이전으로 인해 대상 마을들이 찬반에 따라 홍역을 치렀다. 제주도민들은 ‘4.3 이래 최대의 비상시국’과 같은 충격과 상실감에 빠져 있다. 문제는 이런 상처가 너무 깊어 쉽게 아물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제각기 찬반 운동을 하느라 아이들도 제 각기 길거리에 방치돼 있다. 그렇게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정작 중요한 문제들, 국방부가 제시한 경제적 이익의 허구성이나 군사기지의 문제점에 대해 차분히 따져보지도 못하고 소모적인 냉전 논쟁을 벌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유독 지역민들 간의 화합과 단합이 잘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찬반이 갈려 서로간의 상처내기가 전쟁터를 상상하게 한다.

    – 쉽지 않은 싸움일 수도 있는데, 향후 투쟁의 추이를 어떻게 전망하나?

    꼭 어려운 싸움이라고는 보지는 않는다. 군사기지가 들어옴으로써 생기는 이익과 손해를 지역 주민들에게 정확히 알려나가는 활동을 시작으로 국방부가 지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의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다.

    예정지역 주민투표 예의 주시

    또 제주도의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이는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국민적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이들과 지역 주민들의 힘을 모아 공동으로 투쟁을 조직해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찬반을 떠나 국방부의 일방적 강행은 엄청난 폐해를 나을 것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다. 제주도민들과 뜻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군사기지를 감행한 김태환 도지사가 쉽게 자신의 결정을 철회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선거법에 걸려 있어(7월중 판결), 그 결정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 할 것이다.

    최근 군사기지가 예정된 강정 마을의 주민투표와 제주도 의회 활동을 예의 주시하며, 완전히 객관적인 상황이 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단식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나?

    제주도는 숱한 전쟁과 4 . 3 항쟁을 겪으면서 그 상처와 피해가 여전히 남아있고 아픔이 깊은 지역이다. 정부가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지정한 것의 이면에는 평화의 섬 제주도를 동북아의 전초 기지로 이용하겠다는 방침이 숨겨져 있었다.

    6자 회담 후 한반도에도 평화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에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기지를 이전한다는 것은 시대에도 맞지 않는 선택이다.  제주도민뿐 아니라 국민들도 발상을 전환해 이제는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과 종속적인 한미관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넘어서는 사회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주도민 뿐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평화의 섬으로 정착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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