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을 6월항쟁 기념식에 앉힐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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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18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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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 행사가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배제를 둘러싸고 파행 끝에 가까스로 민족대단합대회를 치렀다. 한나라당 의원 주석단 배제를 고집한 북한의 태도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많다. 하지만 남측 내에서는 이성적 검토와 토론보다, 감정적 비이성적 대북비난만이 횡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주장의 하나가 <레디앙>에 실린 홍기표씨의 ‘자본주의 잡사상 전체주의 잡사상’이라는 글이다. 이글을 중심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본다.

    1. 다원주의를 부정한 것이 전체주의인가?

    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논문에서 “다원주의는 자본주의 잡사상”(이런 표현이 나오나?)이라고 규정한 바 있었는데, 다원주의를 잡사상 취급하는 관점이야말로 고루한 ‘전체주의 잡사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원래 전체주의는 파쇼독재자들의 정치이념이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쏠리니가 전제주의를 자신들의 파쇼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상적 도구로 이용했으며, 그들은 마르크스 레닌,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를 제일의 적으로 내세우고, 소수 독점 자본가들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관철하고 민중의 이익을 희생시켰다.

    전체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난 파쇼독재체제의 이념으로 소수 독점 자본가들의 배타적 이익실현을 위해 민중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이론적 도구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그들은 기만적인 ‘국가사회주의’라는 구호를 내걸고 민족 전체 국가 전체를 위해서 그 어떤 노동운동도 계급투쟁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초보적인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를 말살했고, 민중들의 정치적 자유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과연 다원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전체주의인가? 그렇다면 다원주의를 부정하고 프로레타리아트 독재론을 제기한 마르크스,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키고 프로레타리아트 독재체제를 구축한 레닌은 전체주의자(파쇼독재자)인가? 과연 마르크스 레닌주의는 전체주의 사상이며, 반민중적 반노동자적 사상인가?

    2. 한나라당 배제가 다원주의 시스템에 대한 무지의 산물인가?

    홍기표씨는 이번 사태가 다원주의 시스템에 대한 북측의 무식한 소견을 드러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홍기표씨는 사상의 자유란 권력의 기초를 만들기 위한 운동의 자유를 뜻하며, 이것은 야당이 존재해야 비로소 제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북한은 야당이 없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가 없고, 야당의 존재가 필수적인 한국적 체제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홍기표씨에게 질문하고 싶다. 과연 독일에서 반나치법을 제정해 히틀러와 관련되 모든 사상활동과 정치활동을 금지시킨 행위는 사상의 자유를 탄압한 것이며, 다원주의를 부정한 행동인가?

    북한이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 앉히는 것을 반대한 행위는 다원주의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거나 야당의 존재에 대한 무지와는 전혀 인연이 없다. 북한이 내세우는 단 한 가지 이유는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반북반통일적 행동으로 일관한 정당의 대표가 어떻게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민족대단합대회의 주석단에 앉을 수 있는가이다.

    주석단이란 말그대로 6.15공동선언 이행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자리이며, 따라서 6.15공동선언 이행과 민족의 화해와 단합에 혁혁한 활동과 공헌을 한 사람만이 앉을 자격이 있는 자리이다.

    당시 민족대단합대회에서는 민족대단합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민족대단합 선언에 동의하지도 않고 실천할 의지가 전혀 없는 개인이나 정당, 집단을 참석시키는 것은 그 집회의 의의를 무력화하고, 민족대단합 선언을 한낱 공허한 말장난으로 변질시킬 뿐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면 그 판단이 틀렸다고만 할 수 있는가? 과연 남쪽에서 6월 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전두환 노태우가 참석했다면 그것을 허용할 수 있겠는가?

       
      ▲ 17일 오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회 및 폐회식을 마치고 한반도 깃발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 누가 6.15공동선언에 무지한가?

    홍기표씨는 이 사건이 6.15공동선언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로 6.15공동선언이란 본질적으로 ‘국가연합에 대한 합의’로 요약된다고 규정하면서 국가연합이란 분단상태이지 통일상태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평화적 분단에 대한 합의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특정야당을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이 분단선언이라는 독특한 규정(?)은 처음 들어본다. 도대체 그 어떤 근거로 분단선언이라고 말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세력들이 왜 그렇게 6.15공동선언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할까? 또한 평화적 분단을 축하하는 모임이라니 그 얼마나 희극적인 모임인가?

    6.15공동선언은 분단선언이 아니라 통일선언이다. 통일을 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이루어 나가자는 것, 이것이 바로 6.15공동선언의 본질이다.

    6.15공동선언 제2항은 국가연합을 합의한 것이 아니라,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에 기초해서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진행시켜 나가자는 것이며, 그 구체적 의미는 남북이 갖고 있는 외교 국방권을 한꺼번에 합치기 어려우니, 단계적으로 합쳐나가자는 것이지, 외교 국방권은 영원히 합치지 말고 두 국가로 살아나가자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정치세력도(한나라당 등 반통일정당을 제외하고) 분단 합법화를 찬성하지 않고 있다.

    필자의 논리대로라면 6.15공동선언이 분단합법화 선언이 아니라 자주통일선언이라면 반통일 정당인 한나라당의 참석을 거부하는 것은 이론적 논리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일합의를 축하하고 통일투쟁을 더욱 더 열심히 해 나가자는 축하모임 결의모임에 그것을 축하할 수 없고 결의할 수 없는 세력을 배제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볼 때에도 상식적으로 볼 때에도 합리적이지 않는가?

    4. 민족주의자들이 같은 민족인 한나라당을 차별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인가?

    필자는 “민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민족주의자들이 같은 민족인 한나라당을 ‘차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상당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북한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는가? 정주영도 같은 민족이고 전두환도 같은 민족인데 왜 차별하냐고 항변하면서 필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민족에 이익이 되면 그것이 정의이고 민족에 이익이 되면 그것이 진실”이라는 규정이 가장 적합한 민족규정 아니냐고 주장했다.

    필자가 주장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규정에 비추어 민족의 개념을 접근해 볼 때 전두환을 민족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접하는 것이 마땅한가? 전두환은 민중을 탄압한 독재자였으며, 민족의 단결과 단합을 반대한 반통일세력이다.

    민족의 구성원을 학살하고 민중을 탄압하고 민족의 통일을 반대한 자, 그리고 외세 굴종해서 반민족적 행동으로 일관한 자들을 과연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존중해야 하는가? 민족의 이익을 훼손하고 외세의 반북 반통일 정책을 추종하고, 민족의 분열을 획책하고, 민족의 단결과 단합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는 자들이 도대체 민족 구성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미국의 전쟁정책을 추종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반대배격하고 부정한 행동으로 일관해 왔던 것은 명백하다. 그런 정치세력이 과연 민족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대접받을 자격이 있는가? 민족의 통일축전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가?

    6.15통일 대축전은 6.15공동선언을 지지하고, 남북의 화해와 단합,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지지하는 남북의 각계각층 단체와 개인이 참가하는 민족의 대축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축전에 6.15공동선언을 반대배격해온 자신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없고, 또한 여전히 반북대결노선을 고수하면서 6.15공동선언 이행을 훼방만 놓고 있는 정치세력을 참가시키는 것이 올바른가를 이성적으로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계층과 사상, 이념을 떠나 모든 세력이 함께 하자는 것이 6.15정신"이지만,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깨뜨리는 세력까지 함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통일세력과 통일세력이 함께하는 통일운동이란 얼마나 기괴한가? 나찌세력과 민주세력이 함께 하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라 할 수 있으며, 전두환세력과 함께 하는 6월 항쟁 기념행사가 바람직한 기념행사라 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북한을 비난하려면 적어도 6.15공동선언을 비난하고 대북화해협력을 부정하고 방해해 왔던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반성하고,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에도 북한이 한나라당을 반대 배격한다면 그 때에는 그들의 비난이 대중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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