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 민족단합대회 파행 전말
        2007년 06월 1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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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평양에서 열린 6.15 선언 7주년 기념 민족단합대회는 결국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찜찜하게’ 끝났다. 이번 사태는 남북 민간교류의 토대가 아직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이번 행사에 다녀온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김기수 최고위원의 증언을 토대로 사태를 재구성했다.

    이번 파행은 15일 오전 민족단합대회 직전 북측이 돌연 한나라당 배제론을 들고 나오면서 비롯됐다. 북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 앉힐 수 없다고 제지하고 나선 것. 이영순 의원의 설명이다.

    "행사 예정시각을 조금 넘겨 대표단이 주석단(귀빈석)에 오르기 위해 대기실을 나서려는데 남측 실무자가 오더니 ‘북측이 박계동 의원을 주석단에 앉힐 수 없다고 해 대회가 무산됐다’고 전했다. 북이 박 의원을 주석단에 앉힐 수 없다고 하자 남측이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대회를 치를 수 없다고 맞서면서 무산됐다는 얘기였다."

       
      ▲ 15일 오전 12시경 6.15민족통일 대축전 남측 참가자들이 북측의 한나라당의원의 등단 거부로 민족단합대회가 열리지 못하자 인민문화궁전 대회장에서 퇴장하고있다. 결국 당일 민족단합대회는 무산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이 박 의원의 주석단 좌석을 문제삼은 건 돌발적인 것이었다. 김기수 최고위원에 따르면, 당시 주석단에는 박 의원의 명패도 놓여 있었다고 한다. 전날 오후 열린 개막식에서 북은 박 의원이 주석단에 앉는 것을 문제삼지 않았었다.

    결국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것을 북이 작심하고 공표하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안경호 6.15 북측위원장이 사전에 몰랐던 것을 보면 북측 고위 라인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란 추측도 해봄직 하다.

    남측대표단은 현장에서 우리측 참석자들에게 대회 무산을 통보했다. 그러자 통일단체,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신중하게 결정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행사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처음부터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 대회에 참석한 것을 마뜩찮게 여겼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을 배제하고는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곳도 있었다. 당장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빠지면 우리도 안 한다"고 했다. 종교계나 시민단체도 대체로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북측이 한나라당 배제 입장을 고수할 경우 대회 무산도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 사이에서 백낙청 공동위원장이나 민주노동당은 대회의 성사를 가장 중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민주노동당은 "정치권이 문제라면 한나라당 뿐 아니라 모든 정당의 대표들이 주석단에 앉지 않는 것으로 하자"는 타협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백낙청 위원장은 먼저 종교계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종교계도 내부 회의를 거쳐 대회의 성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남쪽대표단은 △주석단을 아예 없애는 방안 △주석단에 4인이 앉는 방안(남북 각 1인, 해외 2인) 등을 제시하며 북측과 협상을 벌인 결과 11명만 주석단에 앉는 것으로 최종 타협했다.

    남쪽대표단의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이 안을 갖고 한나라당의 대회 참석을 설득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북쪽의 입장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는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대회에 불참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종단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측 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었다고 한다.

    이영순 의원은 "어떻게든 대회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시각이 다수였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회를 성사시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내부의 입장 차이는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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