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삼반', 이반을 만나다
        2007년 06월 16일 07: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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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삼반’과 이반이 만났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와 일군의 성소수자들이 15일 저녁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장소는 6호선 이태원역 근처에 있는 ‘아워 플레이스’. 탤런트 홍석천씨가 주인장인 곳이다.

    이날 미팅은 노 후보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노 후보는 그간 성소수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해 10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얼마 전엔 동성애자 커플의 입양 문제와 관련해 ‘하리수 씨에게 가족 구성권을 허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 탤런트 홍석천씨가 주인장인 이태원역 근처의 ‘아워 플레이스’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와 일군의 성소수자들이 15일 저녁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사진=노회찬 의원실)
     

    그러나 이들을 직접 만나 속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박영선 보좌관은 "법안 공청회에서 듣기 힘든 솔직하고 절절한 얘기를 듣기 위해 기획된 행사"라고 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동성애자 AIDS 퇴치연맹 김현구 사무총장은 "노 의원이 한 수 배우러 왔다"고 했다.

    미팅을 주선한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나는 이성애자로 살아온 50년이 너무 지루하고 견디기 어려웠는데 노 의원께서는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말해 웃음을 끌어냈다. 그는 "노 의원이 대선행보와 인생에 있어 우리를 친구로 택했다면 잘 택했다. 우리는 존재 자체가 저항"이라고 했다.

    붉은 셔츠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노 후보는 자신을 ‘붉은 삼반’이라고 소개했다. "이반보다 뒤늦게 각성한, 그러나 그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삼반"이라고 했다.

    노 후보는 성소수자의 문제를 인권의 시각에서 처음 바라보게 된 것이 90년대 중반이라고 했다. 그는 2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무지개 깃발을 꽂고 있는 가게를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또 96년 민주노총 총파업 때 거리에서 무지개 깃발을 보고도 감동했다고 한다.

    노 후보는 "무지개색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다른 색들이 서로 공존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노동당의 이념도 다원주의다. 각자의 사상과 이념, 성적 지향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세계가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세계"라고 했다.

       
      ▲ 사진=노회찬 의원실
     

    그는 또 "진보정당의 기본색은 빨간색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는 경직되기 쉽다"면서 "생태와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도 들어와야 한다. 빨주노초파남보가 다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진보의) 붉은 색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노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진정으로 진보적인 정당으로 가려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차별없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지, 새로운 차별을 기꺼이 없애고 공존을 위해 노력하며 나가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아워 플레이스’의 주인장인 홍석천 씨는 "노 의원은 지난 5년간 우리 가게를 찾은 명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분"이라며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사랑스럽다. 이런 분이 정치권에 있다는 게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성소수자들은 끈적임 없는 성적 농담을 수시로 던지며 행사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행사 프로그램 가운데는 성소수자와 노 후보가 서로에 대해 묻고 맞추는 퀴즈시간도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40여 명의 LGBT(Lesbian, Gay, Bisexuality, Transgender)가 참여했다. 행사장인 ‘아워 플레이스’는 건물의 7층에 있다. 창 밖으로 이슬람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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