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노동자들, 냄비 두드리며 “밥 달라”
        2007년 06월 15일 05: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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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3시 30분, 부자동네인 서울 강남 학동의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늙은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지하철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오십 줄에 이르는 노동자들은 자리에 앉자 가방에서 냄비, 밥그릇, 냄비뚜껑, 숟가락들을 꺼내들었다 .

    이들은 “배고파서 못살겠다 최저임금 인상하라”며 냄비와 밥그릇을 두들겼다. 평당 3천만원, 한 채에 10억에 이르는 강남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늙은 노동자들은 한 달에 93만원만 달라고 외쳤다. 하루 종일 쓰레기를 치우느라 고단한 몸이었지만 목소리는 우렁찼고, 냄비뚜껑 소리는 크기만 했다.

       
      ▲ 민주노총은 1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학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 민주노총)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는 연대의 장이기도 했다. 최저임금보다 10원 더 받아왔던 금속노조 기륭전자 조합원들, 길거리로 쫓겨나 싸우고 있는 한국합섬 노동자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연대했다.

    가난한 노동자들은 30도를 넘는 땡볕더위를 이겨가며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남대로를 지나가는 최고급 승용차의 운전자들은 크렉션을 거칠게 누르며 유리창 너머로 짜증스런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늙은 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에 대해 재벌을 대변하는 경총은 “한푼도 못 올려주겠다”며 최저임금 동결 안을 내밀었다. 그들은 “현재 법정최저임금인 76만원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날 이곳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경총 “76만원으로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느냐?”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936,320원 보장과 택시노동자까지 적용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여성연맹 조합원인 지하철 청소노동자 200여명을 비롯해 500여명이 참가했다.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얘기하는 대통령후보가 있느냐?”며 “오히려 그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을 얘기하고 있는데 여기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2등 국민이냐”고 물었다. 

    이어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지만 최저노동자가 아니고 당당한 노동자”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어떤 정치인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공공노조 서울본부 구건서 본부장은 “경총은 어렵지만 76만원으로 먹고 살 수 있고 지금도 먹고 살아오지 않았느냐며 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저들에 대한 더 큰 분노로 반드시 최저임금 93만원을 쟁취하자”고 말했다.

       
     
     

    “똥 치우는 노동자가 시키는 노동자보다 더 받아야”

    서울일반노조 임재경 위원장은 “통계청 기준 1인 가족 생계비가 110만원인데 우리는 93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똥오줌을 치우는 사람이 똥오줌을 치우라고 시키는 사람보다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3년 동안 최저임금 투쟁을 했는데 평균임금의 39.5%에서 35%로 떨어졌고, 아무리 투쟁해도 격차는 더 벌어졌다”며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70%를 요구하는 입법안을 만들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모든 노동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호소해 큰 박수를 받았다. 

    경인선에서 청소를 하는 최순기 씨는 “적어도 100만원은 있어야 여성가장으로서 자식들 교육시키고 먹고 살 수 있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외쳤다. 이어 “최저임금위원회가 저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대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으면 한다”고 간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풍물패의 신명나는 놀이에 이어 참가자들은 “최저임금 현실화하라”고 외쳤다.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가면서 최저임금 박이 점점 높이 올라가더니 함성소리와 함께 박이 터졌고, “최저임금 936,320원 쟁취”라는 현수막이 꽃가루와 함께 내려왔다.

    냄비와 밥그릇을 두드리며 “밥을 달라”고 외치는 노동자들, 남들이 모두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면서도 100만원도 바라지 않는 소박한 노동자들의 마음이 꽃가루와 함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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