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 있는 말들 속 팽팽한 신경전
        2007년 06월 14일 06: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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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동당은 6·15 공동선언 발표 7주년 기념행사 및 도라산역 대선후보 토론회를 14일 도라산역에서 열었다 (사진=민주노동당)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통일.외교.정치 분야 토론에서 처음 맞붙었다. 각 후보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보다 자신의 정책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뼈 있는 말들 속에선 팽팽한 신경전이 읽혔다.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를 묻는 사회자의 공통 질문으로 시작한 도입부는 다소 밋밋했다. 모든 후보는 평화 문제를 핵심 의제로 놨다. 다만 각론에선 다소 차이를 보였다. 노 후보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방안,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 마스터플랜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심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추진합의서 채택 및 남북간 경제협력을 총괄할 한반도평화경제위원회 설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권 후보는 평화실현방안, 경제협력 및 민족경제공동체 방안, 민족통일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개헌보다 진보역량 강화 선행돼야"

    사회자 개별질문에서 심 후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 "경제 통일을 이룬 다음 정치통일을 이루자는 것으로 수구보수 세력이 주장해온 흡수통일론의 반복"이라고 비판한 뒤 "(자신의 한반도평화공동체방안은) 안보를 평화로 대체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남북경제를 발전시키고, 그것을 모멘텀으로 해서 평화통일 앞당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 아래서 남북관계가 삐걱대고 있는 데 대한 견해를 요구받은 권 후보는 "노무현 정권에게 한마디 하겠다. 인도적 지원 바로 시작하자. 대북 쌀지원 바로 시작하자. 먹는 것 갖고 그러는 것 아니다"고 일갈한 뒤 "미국 중심의 정책을 남북관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비핵개방 3000’과 자신의 ‘코리아연합’ 구상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노 후보는 "주식회사 남한의 CEO가 북한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이 전 시장의 통일론을 비판한 뒤 "북의 경제문제는 북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에선) 그를 위한 정치 군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후보별로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권 후보는 보수와 진보가 맞서는 정치체제의 당위성을 강조한 뒤 "낡은 법과 제도를 바꿔서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다소 추상적인 답변을 내놨다.

    노 후보는 "서민의 삶을 바꾸고 평화통일을 일구는 제7공화국 헌법을 제헌절에 제안할 것"이라고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심 후보는 "노 대통령의 실패나 시장만능주의 강화는 헌법 때문이 아니라 나쁜 정치 때문"이라며 진보정치 및 민주노동당의 강화와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권영길 "친북정당이라는 공격에 과감히 맞서야"

    후보자 상호토론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다소 뜨거워졌다. 공격의 포문은 노 후보가 열었다. 노 후보는 심 후보에게 "집권 후 평화체제 형성과 통일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심 후보는 북미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평화은행 설립 등 구체적인 정책을 열거했다.

    노 의원은 권 의원에겐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그 동안 통외통위에서 한 일이 뭐냐"고 물었다. 권 후보는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청문회 개최를 약속했는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청문회를 가로막고 있다. 국회 통외통위는 25대 1이다. 평화문제를 해결하려면 민주노동당 의원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받아넘겼다.

    두 번째 공격수로 나선 심 후보는 권 후보에게 "민주노동당이 친북당의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가 뭐냐"는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친북정당이라는 공격에 대해 과감히 맞서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우선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노 후보에게 ‘2012년 코리아연합’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노 후보는 "저에게 (정권을) 맡겨주시면 보여주겠다"고 응수했다.

    첫번째 상호토론의 마지막 공격수로 나선 권 후보는 먼저 노 후보에게 "코리아연합이 흡수통합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노 후보는 "깨끗한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면서 "노태우 정권이 말했던 류의 낡은 국가연합과 견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심 후보에게 "심 후보가 말하는 평화는 경제공통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고, 심 후보는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은 평화체제 구축과 더불어 함께 잘 먹고 살 수 있는 경제발전의 병행추진이라는 것이 제 얘기의 핵심"이라며 "권 후보가 제 공약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 같다"고 역공했다.

    노회찬 "민중참여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 제한 적용은 문제"

    두 번째 상호토론은 정치분야였다. 권 후보는 노 후보에게 민중경선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노 후보는 "민중참여를 공직선거 후보자를 뽑는 데 제한해서 적용하는 것은 공직선거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관련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넒은 폭으로 추구하는게 맞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후보는 심 후보에게 이번 대선에서 다자구도가 형성될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물었고,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한미FTA 반대 투쟁을 주도하고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한나라당대 민주노동당의 대선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권 후보에게 정파간 반목 등 당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뜯어고칠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권 후보는 정파 구도를 인정하면서 공개적으로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노 후보가 지난 1월에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800만표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가 4월에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00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정세분석이 양 극단을 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한나라당에 맞서 대반격해야 한다는 것을 고취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이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서 말한 것이지 내 자신의 예측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서 "제 보도자료를 열심히 봤다면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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