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자 변호사의 기록
    2007년 06월 14일 06: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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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이라는 부제를 단 『평화의 얼굴』이 나왔다. 저자인 경북대 법대 김두식 교수는 자신의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군대 영창은 겨울에 정말 춥습니다. 분명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남들과 똑같이 사회 생활을 했을 그들이, 이제는 영창에서 지급되는 낡아빠진 군복을 입고 얼어붙은 두 손을 비비며 떨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소년이라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릴 그 청년들에게 군대에서 맞닥뜨린 시련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겠지요.

   
 
 

…여러분과 저, 우리 모두는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전쟁이 분쟁 해결의 중요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말뿐이 아닌 평화의 실천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병역거부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변한 것처럼 여러분도 이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책은 ‘그들’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나’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 저의 지적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얼굴』은 물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책이다. 1950년부터 2006년 5월 31일까지 파악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모두 12,324명이었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오랫동안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1년 불교의 살생금지 교리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 사건 이후 민주노동당원으로서 반전평화주의에 기초해 병역을 거부한 유호근과 그 뒤를 이은 임치윤, 나동혁 등의 대학생, 성적 소수자 그룹의 대표인 임태훈, 이라크 반전평화운동가인 염창근, 현역 군인으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여 병역 거부를 선언한 강철민, 초등학교 교사인 최진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병역 거부자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들에 대한 국선변호로부터 시작한 저자 김두식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양심적 병역 거부 의사를 밝혀오는 청년들에게 “군에 입대하라”거나 “부대로 돌아가서 군 복무를 마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단다. 그 청년들이 감옥에서 고생하고 일생 동안 전과자로 살아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란다.

일면 이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병역을 거부하는 마음이나, 그것을 만류하는 김 교수의 마음이나 사람 위에 다른 것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청년들을 감옥에 가둠으로써 김 교수가 ‘양심에 따른 행동’을 못하도록 하는 국가 폭력일 테고.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은 여러 반발심을 불러 일으킨다. 한국 사법부가 자주 들먹이는 “남북 대치 상황이다. 전쟁 나면 어떡할 건데”라는 논리는 세속에서는 거의 폐기되다시피 한 구닥다리 논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연인을 군대에 빼앗겨야 하는 여자들이 가지게 된 보복 심리와 형식적 형평주의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가수 ‘싸이’의 병역특례 비리가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감방 보내지 말고 군대 보네”라고 내뱉지 않던가.

“군대 갔다온 우리는 비양심적인가? 나는 뺑이 쳤는데 너희만 편하려고? 대체복무는 어떻게 실시할 건데?” 김두식 교수의 『평화의 얼굴』은 그런 질문들에 답한다.

『평화의 얼굴』의 유일한 단점은 기독교 얘기가 너무 많다는 것. 현실에서의 양심적 병역 거부가 대개 종교와 평화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인데, ‘종교’도 ‘평화’도 내세우지 않으면서 그저 군대 가기 싫어 안 가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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