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자는 노동자 방패 내리치고 강제연행
        2007년 06월 14일 11:5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평온하게 자고 있거나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술 한 잔 걸치고 있는 노동자들을 수백명의 경찰이 기습해 방패로 얼굴을 내리치고 대규모로 연행해 커다란 물의를 빚고 있다. 

    13일 새벽 1시 30분 경 자동차 부품회사인 평택 이젠텍 공장 앞에는 전날 ‘민주노조 사수 악질 이젠텍자본 응징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마친 150여명의 노동자들이 천막 안에서 자고 있거나, 동료들과 술을 한잔씩 마시고 있었다.

    농성자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병력을 이동하면서 금속노조 조합원 한 명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술을 마시고 있던 조합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은 연행자를 풀어주지 않았다.

       
    ▲ 13일 새벽 2시 30분 경 경찰이 평택 이젠텍 공장 앞에서 농성하는 조합원들을 연행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그러자 조합원들은 이젠텍 공장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천막 안에서 취침 중인 조합원들도 일부 가세했고 20∼30명 정도는 여전히 취침하고 있었다. 500여명의 경찰들과 사복체포조까지 동원한 평택경찰서는 진압경고 방송을 하면서 텐트까지 밀고 들어왔다.

    새벽 3시 경 경찰은 텐트 주변까지 포위하더니 방패를 휘두르며 치고 들어왔다. 경찰은 농성하던 조합원들은 물론 텐트 안에서 잠을 자다가 놀라 밖으로 뛰어나오던 조합원들까지 무차별로 방패를 휘둘렀다.

    텐트에서 자고 있던 유성기업아산지회 김관두 선전부장(31)은 경찰의 방패에 맞아 코뼈가 조각났고, 구급차에 실려 평택 박애병원에 입원했다. 유성기업영동지회 박희영 조합원은 경찰의 폭력에 기절해 같은 병원에 실려갔다.

    경찰의 폭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도망가는 조합원들을 봉고차로 쫓아가 연행했다. 조합원들은 쌍용자동차 후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겨야 했다.

       
     ▲ 진압 준비를 하는 경찰들
     

    평택경찰서는 41명을 연행해 평택경찰은 빼고 용인경찰서에 22명, 화성경찰서 19명을 수감했다. 심지어 경찰은 공장 앞에 있던 컨테이너 농성장, 노동조합 방송차는 물론 노숙용 천막과 개인 가방까지 모두 가져갔다.

    경찰의 폭력진압 과정에서 조 모 조합원(32)은 경찰의 주먹과 발길질에 허리와 어깨, 팔 등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이날 폭력으로 8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20여명의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 부상자 치료와 식사 제공까지 거부

    경찰의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성경찰서는 연행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식사제공도 거부했고, 심지어 통증을 호소하며 치료를 요구하는 부상자들을 병원에 보내지 않고 방치했다. 경찰은 낮 12시 경 금속노조 법률원 조수진 변호사가 경찰에 도착해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그제서야 식사를 제공하고 병원치료를 허락했다.

    폭력연행 소식을 들은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낮 12시부터 용인경찰서와 화성경찰서로 모여 항의집회를 가졌다. 특히 화성경찰서 앞에는 이날 노조 간부들이 폭력으로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유성기업아산지회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이고 관광버스를 이용해 집회에 참가했다. 또 세정지회 조합원들도 이날 오후 4시 파업을 벌이고 공장 안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규탄집회에서 금속노조 김일섭 부위원장은 "정당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폭력으로 짓밟은 경찰의 만행에 대해 금속노조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충남지부 최용우 지부장도 "자본가들은 무수한 불법 탈법을 저질러도 손하나 대지 못하더니 노동자들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게 노무현 정권"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 천막을 치고 들어가는 경찰들
     

    금속노조는 이날 저녁까지 경찰서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고 연행된 간부들을 일일이 면회했다. 이어 14일에도 충남지부는 200여명의 간부들과 대의원들이 화성경찰서로 달려와 불법 폭력으로 연행한 조합원들을 즉각 석방하라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또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 세정지회 조합원들은 연행자들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오후 4시간 파업을 벌이고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화성경찰서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금속노조 조수진 변호사는 "천막에서 자고 있던 무방비상태의 조합원들에게 방패를 휘두르며 폭력을 저지른 것은 형법상 살인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경찰의 불법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경찰 지휘관에 대해 살인미수로 고소할 것을 금속노조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속노조는 12∼13일 간부 2천여명이 법원의 판결조차 무시하고 탄압을 계속하는 대표적인 악질사업장인 이젠텍(평택), 기륭전자(구로), 대우자동차판매(부평) 앞에서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탄압 중단과 금속노조 인정을 촉구했다.  

       
       ▲ 금속노조는 12일 오후 2시 평택 이젠텍 앞에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