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정치 후원금, 무엇이 문제인가
        2007년 06월 13일 09: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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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임 간부의 횡령 등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의 일부 지역구, 비례대표 후보들이 언론노조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2004년 3월 12일 발효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일명 오세훈 정치자금법)은 법인, 단체가 후원금을 내거나 정치인이 이를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언론노조가 이를 어기고 일부 후보에게 후원금을 줬다는 것이다.

       
    ▲ 검찰은 언론노조의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현역 의원들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18차 중앙위원회 모습.(사진=미디어오늘 이창길 기자)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 보면 문제가 되는 건 두 가지다. 먼저 언론노조가 조합원 1명당 1만원씩 모두 1억2,500여만 원의 총선 투쟁기금을 모은 뒤 이 가운데 5,500만원을 권영길 후보에게 전달하면서 조합원 1명당 10만원씩 개인 후원금을 낸 것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각 지부가 거둔 투쟁 기금의 절반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환급해주기로 하고, 지부별로 그에 해당하는 수만큼의 조합원 명단을 제출받아 권 의원 측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방식으로 서울 성동지역에 출마한 언론노조 출신의 한 후보에게도 500만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13일자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기소하려면) 대가성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세상을 바꿔달라는 것 말고 어떤 대가를 바랐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영길 의원 측은 "당시 개인들로부터 받은 모든 후원금에 대해 영수증 처리를 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언론노조는 또 비례대표 후보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천영세 의원에게 각 30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의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한 관계자는 "노회찬, 단병호 의원에게는 개정 정치자금법 발효 전인 3월 7~8일께 후원금을 전달했고, 심상정, 천영세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면 발효 후인 17~18일께 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천영세 의원은 "나와 내 주변에서 일한 사람 가운데 언론노조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부인했다. 심상정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심 의원과 천 의원에게 누구를 통해, 어떻게 후원금을 전달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고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증빙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총무 담당자가 두 의원의 후원금으로 400만원, 200만원 수표를 지출한 것으로 통장에 메모한 것이 있고, 해당 수표의 넘버를 추적해보니 모 은행 지점 두 곳에서 거래된 기록이 있더라"면서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면 후원금을 받았는지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두 의원에 대한 언론노조의 후원금 지급 여부에 대한 사안은 불법성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덕성’이라는 예민한 대목에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일각에서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 후보들이) 개정 정치자금법 발효 전에 후원금을 받았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고, 발효 후에 받았다고 해도 당비로 납부한 정황이 뚜렷해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진 이후의 일이다.

    한편 ‘오세훈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부분적인 순기능 이면에 노조의 정치 후원금 제공마저 불법화 함으로써 진보정당의 성장을 제약하려 한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언론노조의 후원금 문제는 이 같은 비판적 인식과 함께 정치자금법이 총선 직전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상황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실제로 언론노조가 네 명의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돈이 건네졌을 것으로 얘기하고 있는 날짜는 공교롭게도 개정 정치자금법이 발효되는 시점을 전후로 나뉘어 있다.

    언론노조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언론노조는 2003년 하반기와 2004년 초 중앙위원회와 대의원회 등 의결기구의 결정을 거쳐 조합원 1인당 1만원씩의 정치기금을 모았다. 그 뒤 정치자금법이 개악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가 난데없이 전면 금지됐다"면서 "50년만의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기금을 모아놓고 팔짱을 끼고 있을 순 없었다"고 했다.

    이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던 노조들이면 동일하게 맞닥뜨린 문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민주노동당 주변에서 검찰이 이번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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