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팽한 긴장감, 양보없는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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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1일 01: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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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 간의 첫 합동연설회가 6월 20일 부산에서 처음 열렸다.(사진=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밋밋하다, 쟁점이 없다’는 평가를 들어서였는가? 6월 20일 부산에서 처음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 간의 첫 합동연설회는 날카롭고, 뜨거웠다.

    밋밋하고 쟁점이 없다? 천만에 말씀

    자신이야말로 수구보수세력과의 진검승부에서 대이변을 일으킬 적임자임을 역설한 심상정 후보가 공격에 나섰다. “두 후보에게 묻겠다. 어떤 무기로 싸우려고 하느냐? 그저 ‘대통령이 되려고 나왔다’는 선언으로 ‘100만 민중대회로 모이자’는 구호만으로 되겠는가?.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할 것인가?”며 날을 세웠다.

    ‘애매모호하고 두리뭉실’한 것이 아닌, ‘말재주’만이 아닌 ‘민중을 참여시킬 수 있는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연설회장엔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심 후보의 뒤를 이은 노회찬 후보는 양복 저고리를 벗어부치고 연단 위에 올랐다. “심상정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 권영길은 민주노동당의 과거고, 노회찬은 현재며, 심상정은 미래라고. 그렇다면 2007년 대선은 현재 진행형이므로 이번 대선 후보는 노회찬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권영길 후보는 100만 민중을 모아내겠다고 했는데 이왕이면 좀 더 통 크게 얘기했어야 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300만표를 획득한 정당이다.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에게 세상을 바꾸되 너희도 바꾸라고 주문한다. 새로운 민주노동당으로, 새로운 인물로 바꿔서 서민의 마음을 훔치라고 한다.”

    첫 연사는 권영길후보였다. “경험도 세배, 경륜도 세배라고 하는데 연단위에 서니 떨린다. 떨리는 것도 세배인가 보다”며 긴장을 풀고 시작한 권후보는 시종일관 ‘100만 민중대회’ 조직을 역설했다. 연설원고를 간간히 짚어가며 차분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87년 대투쟁에서부터 20년간 투쟁해 왔으나 성과는 한 줌 연기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한 뼘씩 떠밀려 왔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분노와 눈물인가? 아니다.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 100만 민중대회로 비정규직화, 한미FTA를 물리치는 반격을 선언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권영길, 1백만 민중대회로 정세 돌파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 순으로 진행된 연설회는 연사들이 바뀌면서 열기를 더해갔다.

    권영길 후보는 민주노동당 창업주라는 특유의 자신감을 배경으로 ‘반격 선언, 100만 민중대회 성사’를 주 이슈로 들고 나와 “한미FTA를 막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의 꿈도 이룰 수 없다”며 “단식, 삭발을 하라면 하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안 된다. 쌀개방에 맞서 강기갑 의원이 29일 단식을 했으나 개방을 못 막았다. 비정규 악법을 저지하려는 단병호 의원은 경위들에 의해 사지가 붙들려 끌려나왔다. 조직하자, 정공법으로 돌파하자”고 호소했다.

    권후보는 이어 “민주노총이 어렵다. 투쟁의 나팔 소리보다 비방의 나팔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실패는 곧 당의 실패, 이 나라의 실패가 될 것이다. 87년 대투쟁과 97년 노개투의 열정을 모아 2007년 대선투쟁 승리로 나아가자”고 목청을 높였다.

    이를 위해 노동, 농민, 빈민, 당의 네 축으로 11월 11일 100만 민중 총궐기를 통해 대선을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심상정 후보는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자신의 상품성을 강조하면서 “보수, 수구세력과 겨루는 진보의 전사로 본선에서 대이변을 만드는 선거에 자신이 적임자”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나의 경쟁 상대는 권영길, 노회찬이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다. 재벌 건설업자는 나에게 맡겨두라. 이명박 대운하의 7대 거짓말을 낱낱이 폭로해 거의 절반은 침몰되었다. 박근혜 측에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래서 또 도와줄테니 본선에서 만나자고 했다. 박근혜 옆에 누굴 앉혀야 되겠는가? 박근혜의 줄푸세, 박처리즘도 세박자 경제론으로 단번에 누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심상정, 이변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대표선수

    심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경고하며 “국민의 재산을 강탈한 범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면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청을 돋우었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심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심상정이 안 나왔으면 어쩔 뻔 했겠느냐고 한다. 세박자 경제론은 택시기사들이 뽑은 공약 2위에 올랐고, 한반도평화경제론은 중앙일보가 알러지를 일으키는 공약이다. 최초의 택지 국유화 공약은 부동산 5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대선 공약을 정치쟁점화한 후보가 (나 말고) 누가 있느냐?”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두 가지를 약속해야 한다. 첫번째는 강한 민주노동당을 만들어야 한다. 반FTA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비정규직 당으로 거듭나야 하며, 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당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로부터 진보대연합을 추구해야 한다.

    두번째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대표선수를 과감하게 교체하는 것이다. 확고한 비전과 대안을 갖춘 심상정이 당이 내세울 수 있는 승부수이며 본선에서 이변을 일으킬 유일한 대표선수다. 심바람이 본선승리의 돌풍을 만들 것이다”며 끝을 맺었다.

    원고를 한번도 보지 않은 힘찬 연설에 청중들은 매료된 것 같았다. 연설로는 이미 권영길 후보를 압도하고 있었다. 연설 제한시간 10분의 약속에 쫓긴 듯한 권영길 후보가 최대의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세번째 연사로 나선 노회찬 후보의 연설에서는 열기가 최고조로 올랐다. 노후보는 “범여권에서는 대선을 이미 포기했다.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만을 바라보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진검승부다.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 하는데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이 집권한 부산은 어떻게 되었는가? 실업율이 최고, 출산율이 최저다. 지난 10년간 시장, 구청장, 시의원을 싹쓸이 해온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무엇을 만들었는가? 부산의 침체는 한나라당 집권시 전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며 당내 경선을 넘어 국민들을 직접 설득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노회찬,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진검 승부

    노 후보의 거침없는 말이 이어졌다.

    “2008년은 헌법 제정 60년이 되는 해다. 사람도 60을 살면 뒤를 돌아보는데 한나라가 60년을 보냈으면 이전처럼 60년을 살 것인지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할 지 성찰해야 한다. 이것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내년 4월9일 18대 총선의 화두다. 단순히 노무현 실정 평가가 대선 목표일 수 없다.

    87년 민주화투쟁 이후 20년간 상위 10% 백만장자의 민주주의는 실현되었으나 850만 비정규직과 650만 자영영업자의 삶은 어떤가? 지난 20년은 한나라당, 열린당이 번갈아 집권했다. 이들이 집권한 20년간의 양극화와 전쟁위협을 불식하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제6공화국을 해체하고 제 7민중공화국을 세우고자 한다. 이번 선거는 민주노동당의 사상과 철학이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보여주는 선거여야 한다. 주택문제는 ‘사회주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 후보는 “자신은 비슷한 동료들과의 경쟁으로 성장해 온 게 아니다. 가장 강한 상대와 맞서왔다. 지난 총선에선 당내 비례후보 8번으로 꼴찌였다. 그러나 8번으로 수구보수의 거두 김종필을 꺾었다. 삼성 X파일로 삼성 권력과 맞섰고,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적하며 금기시 되어 온 종속적 한미동맹을 반대하는 최초의 의원으로 활동했다. 거대 권력과 맞서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후보가 바로 노회찬이다. 민주노동당에는 대선돌풍, 총선 승리의 노회찬이 있다”며 연설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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