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팀 감독 남성독점은 고용 불평등"
        2007년 06월 11일 09: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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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농구가 8년만에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가운데,  여자농구계의 ‘대모’ 박찬숙씨가 지난 5월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신임감독 선발 당시 1차 면접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11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대선예비후보와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과 함께 인권위에 고용 차별 진정서를 제출한다.

    박씨는 지난 5월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측의 요청으로 신임 감독 1차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으나 2차 면접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박씨는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더 뜨겁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경력이나 실력면에서도 제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우리 은행측에서는 제가 1차 면접에서 떨어진 것에 대해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진정서를 내게 된 배경과 관련해 "사실 고용차별 진정서를 내기까지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이번 우리 은행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제가 받은 차별이 개인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여성스포츠 분야의 여성지도자 실태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한국에서는 여성선수들로 구성된 팀에서조차 여성감독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10년의 역사를 가진 여자프로농구가 이제까지 단 한 명의 여성감독도 배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스포츠계의 심각한 여성고용 불평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제가 1차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리더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유독 스포츠분야에서만큼은 여성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구조적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전임 감독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남자 감독이 여자 선수들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충분히 예견되었던 사건”이라며 "오늘 용기를 낸 것도 사실 그 후배가 보여준 용감한 행동에 대한 무한한 지지와 부끄러운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것임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저도 선수시절, 남자 감독에게 차마 말 못할 고민이 생길때마다 혼자 속으로 앓아야만 했다"면서 “여성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노동당 심상정 대선예비후보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한 이때 유독 스포츠분 야에서 남성지도자 독점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스포츠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지도자 양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심 후보는 “최근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전임 감독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스포츠 계에서 남성 감독과 여성 선수 사이에 선수지도라는 명분으로 관행화된 성폭력 문제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자농구를 포함한 여성스포츠 분야에서의 여성지도자 육성이 절실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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