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민주노동당이 싫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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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11일 06: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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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전농 등의 구성원들에게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이것이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말하는 민중경선제입니다.

    민중경선제의 취지는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선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이런 것이 추후 당원배가와 대선의 득표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돈 몇 천원 내고 후보선출에 조합원들이 참여할까요? 전혀 아니지요. 민주노동당 당권을 가진 당원들도 당대표 선출 등 투표 때 용을 쓰고 해야 겨우 50% 넘깁니다. 민주노동당이 자랑하는 진성당원 중에 진성당원 마저 이런데 돈 몇 천원에 투표권을 사고 투표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2004년 총선, 2005년 지자체 선거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10만원 세액공제에 동참했습니다. 제가 있는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도 약 70% 정도가 세액공제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 민주노동당을 지지했을까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는 찍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장, 구청장 대부분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많은 조합원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십시오) 민중경선제를 주장하는 취지대로라면 세액공제에 동참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당원이 되거나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세액공제도 하지 않겠다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서 싫다고 합니다. 2004년 총선 때 상당수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에 호감을 표시하고 무상의료, 무상교육 정책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복지국가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호감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도 패배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진중한 고민 없이 쪽수만 고집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2.

    민주노총 조합원들 과연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습니까? 전농의 농민회원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습니까? 민주노총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 살만한 노동자들입니다. 대학 학비까지 보조해주는 회사가 있고 다양한 복지혜택을 통해 의료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큰 아파트로 이사 갈까를 고민하는 분들입니다.

    강남의 부유층과 비교할 순 없지만 소나타 정도의 차를 굴리고 자녀들 과외도 시키고(대안학교 보내는 민주노총 간부들도 많지요) 가끔 정부의 종부세 정책에 반감을 가질 정도로 큰 평수의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한국노총 조합원이 별로 다른 점이 없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다수가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하지 않고 과격성을 비판합니다. 자기들이 민주노총의 조합원이면서 말입니다.

    한국노총의 대의원들이 이명박을 지지하고 민주노총의 대의원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차이가 양대노총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 다수의 일반 조합원들은 국민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이명박 지지도가 가장 높을 겁니다.(설문조사 한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조합원이 참여하는 민중경선제를 주장한들 가능하겠습니까?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은 이미 대부분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였습니다. 당의 외연 확장은 민중경선제를 통해 절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 출범 초기에 보여주었던 역동성과 참신함을 회복하고 무상의료, 무상교육에 대한 쉼 없는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고 당원을 배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의 내실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일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꾸준한 실천 속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모든 병의원에서 영유아의 예방접종을 무상으로 실시하게 하고 장애인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자영업자들을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카드수수료 인하운동을 벌이고 이런 모든 실천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지금 14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적용받게 될 대한민국 최대의 임금협상인 2008년 최저임금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노동자 평균임금 50%를 최저임금으로 법제화 했을 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노동자가 400만명이 넘습니다. 아니 최저임금 인상으로 차상위 계층의 노동자의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인상된다면 그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이런 법안을 민주노동당이 발의하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기꺼이 총파업 투쟁 전선에 나선다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지지할 것입니다. 실제 이런 투쟁이 가능하다면 매년 연말 국회에서 진행했던 비정규직 법안 개악반대 투쟁보다 더 강위력한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될 것입니다.

    4.

    민중경선제는 민주노동당이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킬 뿐입니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투쟁에 침묵하고 오히려 투쟁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민주노동당 후보 선출권을 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민주노동당이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 당이라는 사실만 더욱 견고히 할 뿐입니다.

    지금 민주노동당에게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서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과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원칙입니다. 말로만 비정규직 투쟁하는 민주노총에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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