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민주노동당 후보는 없다
        2007년 06월 09일 09: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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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선거 시기 민주노동당이 맞닥뜨리는 최대의 적은 여론의 무관심이다. 정확히 말하면 ‘언론’의 무관심이다. 특히 중앙언론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홀대는 심각하다. 이번 대선 보도 행태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언론의 민주노동당 보도횟수, 참담하다"

    요 며칠간 중앙언론의 정치면을 휩쓴 건 ‘이명박 x-file’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이다. 그 이전엔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둘러싼 논란이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그 이전엔 경선방식을 둘러싼 ‘이-박’ 쟁투가 뉴스의 초점이 됐다. 언론의 정치면을 한나라당 후보들이 독식하는 형국이다.

       
      ▲ 한겨레 6월6일자 1면
     

    한나라당 일색을 뚫고 간간히 신문의 헤드라인을 채울만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다. 개헌, 한미FTA로 여론의 중심에 섰던 노 대통령은 최근 기자실 폐지 문제로 모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더니 참평포럼 강연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들 다음으로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건 구여권의 정치공학이다. 열린우리당이 몇 개로 쪼개지네, 구여권이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네, 그들이 어떻게 합쳐지네, 각 계파들이 어떤 주판알을 굴리고 있네, 하는 늘어진 테이프에서 나오는 듯한 지리멸렬한 얘기들이 몇 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민주노동당의 공식적인 예비 대선후보 세 명은 거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대변인실은 지난달부터 모든 중앙매체를 대상으로 대선 보도 행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김형탁 대변인은 "결과가 다 나와봐야 알겠지만 참담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중앙언론 정치면은 한나라당 후보의 독무대

    <레디앙>이 한 뉴스검색 제공 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색해본 결과도 ‘참담’했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8일까지 대선 후보자별 중앙언론 보도횟수를 보면 이명박 전 시장이 5,155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4,021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정동영 전 의장 1,829건, 손학규 전 지사 1,360건 등의 순서를 보였다.

    민주노동당 후보의 경우 지역 방송, 전문지, 주간지, 월간지, 지방신문, 인터넷 언론 등을 포함해서 계산한 것이 노회찬 후보 1,052건, 권영길 후보 744건, 심상정 후보 694건이었다. 민주노동당 후보의 경우 인터넷 언론의 보도 비중이 높은 것은 감안하면 중앙언론의 홀대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한겨레21>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석 달 동안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다섯 개의 종합일간지들의 대선 보도를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조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보도가 전체 대한 주자 관련 보도의 65.5%를 차지했다.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심상정 후보를 보도한 비율은 <경향신문> 각각 4.4%, 4.7%, <한겨레>는 3.6%, 3.8%, <조선일보> 0.9%, 1%, <동아일보> 0.7%, 0.9%, <중앙일보> 1.7%, 1.3%였다.

    ‘정책’에 특히 관심 없는 중앙언론

    틈만 나면 정책선거를 강조하는 중앙언론이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정책’에 특히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재미있다. 권영길 후보가 최근 연달아 내놓고 있는 ‘내일이 행복한 나라, 권영길의 미래구상’이나 노회찬 후보의 ‘P+1′ 구상’, 심상정 후보의 ‘세박자 주택정책’은 중앙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았다.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공방이나 흥미꺼리다. 이는 민주노동당 후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노 후보는 ‘삼성 x-file’ 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기소처분을 내리면서 여론을 탔고, 심 후보는 최근 대출업체 광고를 중단한 탤런트 김하늘 씨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화제가 됐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론’은 ‘언론’이고, 주자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횟수는 개별 주자의 영향력은 물론 당 경선의 흥행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각 캠프는 언론에 대한 노출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권 후보 측 공보 담당자는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는 진보적 의제를 꾸준히 던지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뾰족한 수가 있겠나"

    노 후보 측은 지역 언론의 시선을 끄는 방법을 대안의 하나로 놓고 있다. 그를 위해 지역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지역 여론의 주목은 물론 지역 활동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노 캠프는 금강산 관광열차 복원 정책과 제주 해.공군 기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정치 현안에 개입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심 후보 측은 ‘정국 주도형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질 것이라고 한다. 정국을 주도할 정책과 이슈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도적으로 치고 나온다는 것이다. 한미FTA나 세박자 경제론 등 이슈를 선점하는 경우 언론도 반응했다는 평가다.

    심 캠프는 최근 메시지 관리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적인 논평도 범위를 좁혀서 꼭 필요한 것에 한해 인상적으로 내는 쪽을 택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대선은 언론의 무관심과의 ‘투쟁’

    대선후보에 대한 중앙언론의 홀대는 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대선이라는 특수 국면에서 개별 후보들이 자신의 문제를 놓고 언론과 다투는 건 적이 부담스런 일이다. 권 후보 측 관계자는 "개별 후보 차원에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다른 캠프의 공보 담당자들도 "우리 후보를 왜 적게 다루느냐고 따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중앙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중앙당의 대응방안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달 중순께 모니터링 결과가 나오면 그에 입각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오는 20일 부산지역 후보초청 순회 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 국면이 전개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점차 가열될 한나라당의 내홍, 노 대통령의 기획된 좌충우돌, 구여권의 재편 등 중앙언론의 눈과 귀를 빼앗을 소재들은 앞으로 더욱 쏟아질 공산이 크다. 대선까지 남은 6개월여 동안 민주노동당이 제1의 적인 언론의 무관심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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