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수입 늘고 부품산업 공동화"
        2007년 06월 08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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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한미FTA 협상의 대표적인 수혜산업으로 꼽는 게 자동차와 섬유산업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한 협정문을 정밀 검토한 결과 이들 분야 역시 한국이 얻은 것보다 내준 것이 많은 협상 실패 사례로 드러났다. ‘전자계측기’, ‘석유화학’ 등의 산업 분야는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다 내주고 얻은 것은 없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8일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한미FTA-자동차, 섬유 등 상품분야 평가’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분석했다.

    먼저 내국민대우 원칙에서 한국은 ‘가장 유리한 조항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를 하기로 미국에 약속했다. 앞으로 한국이 다른 나라와 더 개방적인 FTA를 체결할 경우 그에 준해 미국에 더 유리한 조항으로 한미FTA 협정의 조항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국내법(Jones Acts)상 내국민 대우 예외 원칙을 협상 초기부터 제기했고, 한국은 별 다른 저항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또 우리 수출업계의 중점 요구사항인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비관세 장벽의 완화 내지 폐지 요구를 전혀 관철시키지 못했다. 결정 권한 없는 협의회 성격에 불과한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반면 미국은 농산물 섬유 세이프가드, 배기가스 규제 철폐, 자동차 표준 작업반 설치, 신속분쟁절차 스냅백 도입, 미 캘리포니아 환경기준 적용 등 주요 비관세 장벽 대부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FTA 체결로 물품취급수수료가 폐지되었고, 이로 인해 연간 4700만 달러의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맺은 FTA의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항목이며, 대미수출의 0.1%에 불과한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지적됐다. 

    "완성차 수입 증대 효과 더 커, 글로벌 소싱으로 부품산업 공동화"

    개별 산업별로 보면 먼저 자동차 분야의 경우 수출보다 수입 증대 효과가 더 클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차에 매기던 2.5%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중.소형차의 경우 대당 300-400달러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2010년 6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또 급등하는 환율 변수를 고려하면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이익률이 높은 3,000cc 이상 승용차의 경우 즉시 철폐가 아닌 3년 내 철폐로 되어 있어 수출 증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미국산 수입차의 경우 8%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해 3,000cc급의 경우 300~500만원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됐다. 여기에 대형차에 매기던 특소세를 3년 내 5%로 낮추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범국본은 "대형승용차를 중심으로 미국자동차업계의 국내시장 잠식은 빠르게 확장될 것이며, 미국산 일본자동차가 수입되거나, 한미 FTA 이후 한-EU FTA, 한일 FTA가 연이어 진행될 경우 국내 내수시장의 외국계 업계 점유율은 3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 산업도 완성차의 해외 현지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글로벌 소싱이 늘면서 국내 생산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관련 분쟁의 경우에 있어서도 한국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스냅백(snapback : 자동차 분쟁해결 절차의 협정을 위반했을 때 관세혜택을 없애고 제자리로 돌려 기존에 양허한 내용을 무위로 돌리는 조치)이 도입돼 자동차 부문의 유일한 성과라 할 수 있는 관세철폐가 무력화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자동차작업반을 통한 기술표준조정작업은 미국식 표준에 우리 기술을 종속시키게 되어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친환경자동차개발 등 첨단기술발전에 제약을 가하게 될 것으로 우려됐다.

    무엇보다 "세제 개편, 환경기준 후퇴, 수입차 소비자 인식 개선 등 이른바 비관세 장벽 제거는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 권한을 축소하고 사회적 공익을 양보한 것으로 한국의 국가적 자동차산업지침까지 넘보는 무리한 것이었으나,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함으로써 미국의 요구가 모두 관철됐다"고 범국본은 지적했다. 

    "섬유 – 얀포워드, 세이프가드로 수입 증대 결정적 제한"

    섬유분야의 협상 결과도 참혹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섬유관세 양허로 인해 섬유부문의 대미흑자 규모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대미 섬유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미측이 섬유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수출 증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범국본의 분석이다.

    미국이 우리측에 양허한 섬유 품목은 전체 수출 섬유 품목의 61%에 해당하는데, 이는 싱가폴, 바레인 등이 미국과의 FTA에서 얻어낸 100% 양허 수준에 견줘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특히 원사기준의 경우, 원칙적으로 얀포워드(yarn-forward, 원사 산지가 수출국이어야 완제품의 원산지를 수출국으로 인정하여 관세혜택을 부여하는 조항)를 채택하고, 200개 요청 품목 중 5~6개 및 레이온, 리오셀, 아크릴 등 원사공급부족 분야 등 총 섬유류 중 15%에 불과한 품목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했다.

    범국본은 "의류 수출의 폭발적인 증대는 사실상 얀포워드 원사기준에 의해 원천 봉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이 15%의 얀포워드 예외 품목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정부는 국내 섬유업체의 소재지와 인적사항은 물론, 관련 기술, 기계의 종류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미국에 공개하기로 했고, 미 조사기관의 불시 조사도 허용하기로 했다. 게다가 얀포워드를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LMO(유전자조작생물)의 검역기준을 완화하는 양해서(understanding)에 합의하기도 했다.

    정부가 협상의 성과로 내세웠던 개성공단 역외가공지역 지정 문제 역시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 기준 충족" 등의 부속조건에 대한 구체적 합의와 기준사항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측 주장인 빌트인(Built-in : 협상 타결이 안되는 쟁점을 다음 협상 의제로 넘겨 다시 논의하는 방식) 방식으로 해석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전자계측기(관세율 8%), 레이저기기(관세율 8%), 석유화학(관세율 6%) 등의 산업 분야는 즉시 관세 철폐로 인해 수입량의 대폭적인 증대와 이로 인한 국내 산업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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