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 공무원 중립 의무 위반"
        2007년 06월 07일 06: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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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에서 발언한 내용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7일 결론내렸다. 선관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결론짓고 노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그러나 선거운동으로 보긴 힘들어"

    선관위는 "다수인이 참석하고 일부 인터넷방송을 통해 중계된 집회에서 (노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특정정당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에 속한 단순한 의견개진의 범위를 벗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또 다른 쟁점인 참평포럼 강연이 사전 선거 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강연의 대상이 참평포럼 회원으로 국한됐고, 비판발언 내용은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야당과 언론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반박과정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미흡하다"고 결론내렸다.

    선관위는 참평포럼이 선거법이 금지하는 사조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포럼 발족 후 지금까지의 모든 활동내용을 검토한 결과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응 방식에 따라 논란 증폭 가능성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대선 정국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제약하는 효과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청와대가 "선관위가 납득하지 못할 결론을 내리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서도 알 수 있듯, 노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따라서는 논란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5일 참평포럼 강연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노 대통령에 대해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및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 혐의로, 참평포럼 이병완 대표와 안희정 집행위원장에 대해서는 선거법이 금지한 사조직을 설립한 혐의로 각각 선관위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2003년 12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 공명선거 협조공문을 보냈고,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에는 노 대통령의 경인지역 언론사 기자회견, 방송기자클럽 회견 발언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리고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구동성 "선관위 결정 존중해야" 

    선관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유명무실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결정을 일단 존중한다"면서도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강연 대상이 한정돼 있고,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한마디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재성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은 이미 탈당하신 분이며 대통령의 향후 대응은 우리당과는 관계없다"고 말하고 "선관위에 고발된 한나라당 대선주자 관련 문제에도 엄격한 선거법의 잣대가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양형일 대변인은 "선관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시비를 얘기하는 것은 선관위의 중립성에 비춰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통령과 청와대는 앞으로 정치적 시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노대통령은 선관위의 결정에 승복하고 앞으로는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하고 공정한 대선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면서, 특히 참여정부평가포럼에 대해 "선거법상 사조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하위직 공무원은 정당가입의 자유도 보장 안 해"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이 결정에 대해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 있으나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공방이 이어져선 안된다. 선관위의 결정이 난 만큼 노 대통령은 선거중립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약속하라"면서 "한나라당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요구했다.

    권영길 대선 예비후보는 "그동안 청와대는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 운운하며,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왔다"면서 "청와대의 경거망동에 가까운 과민반응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는 "노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은 퇴임 후 정계복귀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권한을 이용하여 대선정국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퇴임 후 영남에 기반을 둔 개혁세력을 묶어 총선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봐야 한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단임제’ 정신에도 어긋난다"면서 "노대통령은 선관위의 요청대로 선거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국민이 원하는 대로 민생 챙기기에 전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 십 명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거나 기소되고, 일부는 해직됐다"면서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 다 쏟아 놓으면서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정당 가입과 같은 초보적 정치적 자유까지 말살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의한 정치적 권리의 차별"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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