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대통령과 다수파들
    2007년 06월 08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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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저항하는 대통령이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현 정부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맞서기 위한 일종의 ‘저항조직’이다. 노 대통령이 최근 이 모임에서 한 발언 내용이 문제가 되자 청와대는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선관위는 7일 노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냈는데, 청와대는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법적 투쟁이라도 벌일 태세다. 핍박받는 대통령, 수난의 대통령이다.

   
▲2003년10월0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 55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을 하면서 조영길 국방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요즘 언론 권력에 맞서서도 맹렬히 저항하는 중이다. 뿐인가. 노 대통령에게 한미FTA는 수구 진보에 대한 항전의 성격을 띤다. 그는 한동안 대연정과 개헌을 추진하며 지역주의란 것에 맞서기도 했다. 이렇듯 노 대통령은 집권 후 끊임 없이 뭔가에 저항했다.

문제는 그 방향을 도무지 종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과 별 차이 없던’ 한나라당이 2007년 ‘정권을 잡으면 끔찍한 정당’으로 바뀐 이유를 노 대통령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아무튼 권력의 정점에 있는 현직 대통령이 ‘저항’을 상징자본으로 취한 건 노 대통령이 유일하다.

노 대통령만 저항하는 건 아니다. 구여권이 주창하는 통합론이라는 것도 결국 몸을 불려 한나라당에 맞서자는 얘기다. 이상한 일이다. 국민들은 헌정사상 최초로 과반수 넘는 의석을 몰아줬는데, 이들은 여전히 저항하는 위치에 있다.

게다가 17대 국회에서 이들이 보인 업적을 보면 한나라당과 맞서야 할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법안를 주도한 건 여당이다. 한미FTA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열린우리당이다. 사학법을 개혁입법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나라당과의 재개정 협상 과정에서 누더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이들은 민주, 평화, 개혁, 미래의 수사를 동원해가며 ‘전선’을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에 시민단체나 소위 재야출신 인사들이 가세해 ‘반한나라당’을 일종의 ‘운동’적 차원으로 고양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이 내는 소리가 하도 요란하다 보니 정작 ‘한미FTA 전선’ 같은 것은 잘 들리지 않는다.

민주파 집권 2기가 저물어가는 지금, 정치권 안팎의 민주파에게 남아있는 건 저항의 레토릭이요, 알량한 운동의 포즈다. 그런데 이게 더욱 고약하다. 이들의 가짜 저항이 진짜 저항을 가리고 있다. 또 억압하고 있다. 정희성 시인은 이런 시를 썼다.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소위 민주파의 무능, 혹은 신자유주의적 유능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에게서 ‘저항’의 자긍을 강탈해간 것이야말로 이들이 저지른 최악의 도덕적 범죄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체로 민주파의 시각에서 조명되는 6월항쟁 20주년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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