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대통령에 애정의 손길을
        2007년 06월 06일 0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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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무원 중립’과 ‘공무원 선거운동 금지’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겠다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불법 선거운동 사조직인가 하는 문제를 제외하면, 한나라당의 노 대통령 고발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가졌거나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정황이 ‘사람 노무현’에게 주어지는 생각과 말과 행동의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권리는 실정법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인에 귀속되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는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려는 적극적 인간 행동이고, 동시에 정치로부터 영향 받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펼치는 소극적 인간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평포럼’이라는 해괴한 모임에서 쏟아낸 노무현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말들은 공직선거법을 떠나 꼭 짚어야 한다.

       
      ▲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보수정당 이전투구에 끌려들어간 민주노동당

    ‘참평포럼’ 발언 중 한나라당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한국 후진 정치가 낳은 기형적 쌍생아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욕지거리질은 올 12월에 있을 상속권 판결을 앞둔 쇼일 뿐이다. 하지만 저희 집안 드잡이에 애먼 민주노동당까지 끌어들이니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없다.

    “‘복지’ 하면 민주노동당이 있지요. 근데 그분들 지난 번 선거 때 부유세 부과를 주장했는데 같은 세금을 내더라도 ‘부유세’ 하면 내기 싫거든요. 기분이 나쁘거든요. 종부세 내자 하니까 내지 않습니까? (일동 박수) 절대로 국회에서 통과 안 될 것만 계속 주장하고, 그래 가지고 생색만 내고, 성과는 하나도 없는 그런 정책을 계속 써요. …쓸 만한 정책이 별로 없어요. 투쟁에는 강하지마는, 창조적인 정책에는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의 진보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와 어떻게 다른가? 실현가능 한 대안이 있는 정부입니다. 현실에서 채택이 가능한 대안, 그리고 타협 가능한 수준으로 정책을 만들고 현실에 적용할 대안을 만듭니다. …현실 돌아가는 이치에 맞도록 진보적 정책을 쓰자, 이것이 민주노동당과 다른 것이지요.”

    부유세와 종부세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부과 대상과 세율 따위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국민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종부세보다는 부유세가 훨씬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종부세의 입안자는 국가권력을 가지고 있고 부유세의 입안자는 소수 야당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종부세’니까 되고, ‘부유세’이니까 안 된다는 따위 인식은 말로 흥해 말로 망할 자의 천박함을 보여줄 뿐이다. 제일 기분 나쁜 점은 은근슬쩍 종부세를 부유세의 반열에 올려 놓는 짓이다. 제발 따라하지 좀 말라.

    말로 흥해 말로 망할 자의 천박함

    민주노동당 정책에 창조적인 것도 쓸 만한 것도 없다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승리21이 내놓은 40시간 노동제, 재벌 규제책, 기초연금, 정당명부제, 국민소환제, 자치경찰, 군복무 기간 단축, 상가임대차보호, 이자제한, SOFA 개정, 학교급식, 장애인 이동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것은 정책이 아닌가?

    그러면 왜 민주노동당에서 뭐 나올 때마다 전화해서 "자료 좀 보내 달라" 애걸하는가? 열린우리당이라는 것 자체가 민주노동당 진성당원제를 수준 이하로 베껴댄 원숭이 당이라는 사실은 잊었나?

    ‘참평포럼’님네들, 머리는 베개를 베거나, 호두를 깨거나, 충성주 따를 때만 쓰는 게 아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보다 조금 더 심각한 거 생각해도 별 탈 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FTA냐 아니냐, 노무현이냐 아니냐 말고도 세상은 넓고 복잡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잊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꼬마 민주당 시절의 자신이다. 조건에 부합하는 가능한 것만 하려면 물리학을 공부하라. 합리적인 것만 하려면 경제학을 공부하라. 정치는 합리라는 속박에 묶이지 않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떄려치고 싶다고 말할 때 경청할 걸

    정치는 인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만, 때때로 정치하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노 대통령의 넋두리는 자살 시도자들이 보내는 구원의 요청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려면, 그 때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경청했어야 했다.

    한나라당의 노무현씨 고발은 역시나 옳지 않다. ‘일동 박수’, ‘일동 웃음’, ‘일동 환호’가 142차례나 이어지는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방치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제 스스로를 ……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도 민주노동당도 같이 책임 져야 한다.

    어쨌거나 행위의 책임을 묻기 전에 노무현씨의 심신 상태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애정 어린 손길 없이 법률적 조치만 앞세우는 것은 노무현씨의 의료수혜권(The Right to Health Care)을 침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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