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발표 이틀 당겨버린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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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05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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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대통령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최근까지 정치권의 중심 이슈는 박근혜 이명박 두 한나라당 대선주자의 후보경선과정에서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초청 특강에서 ‘이러저러한’ 발언들을 하자 단숨에 대다수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발언에 집중됐다. 

    5일자 아침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2일 발언들 가운데 ‘문제’가 될만한 것들이 많았을을 부각시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가 선거법 위반 여부 검토에 들어가 오는 7일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기정사실화’ 조선일보

    가장 열성을 보인 곳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인 <"노대통령 발언, 탄핵때보다 심각">에서 김석수 전 중앙선관위원장, 상임위원에서 작년에 물러난 정홍원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 변호사 등의 말을 인용,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을 지낸 5명 중 4명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제목이나 내용에서 노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미리 기정사실화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신문은 3면 <선거법관련 옐로카드 이미 세번…이번엔 더 악성>에서는 "선거법 위반논란에 휩싸인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에도 선거법 준수와 관련해 세 차례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해 보다 구체적인 비판을 가했다. 조선은 "2003년 12월 중앙선관위의 공명선거 협조공문, 2004년 3월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결정, 2004년 5월 헌법재판소의 선거법 위반결정 등이다. 세 가지 모두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에게 내려진 첫 조치였다"며 "3년 만에 노 대통령은 세 차례 경고를 받았던 사례를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선거법 위반발언 종합세트’를 다시 내놓아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판정을 앞두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면 <한나라 "선거법 위반 금주 내 고발" 청와대 "대통령 정치인 평가 정당">에서 관련 내용을 전한 뒤 3면 <파문 일으킨 盧의 입…"그래도 독설은 계속된다">에서 "노 대통령의 지난 2일 참평포럼 특강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이 빗발쳤지만 청와대는 4일 ‘국정 책임자로서 마땅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며 "앞으로도 수위 조절을 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막말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면 <"토론회서 나온 얘기…선거법 위반 아니다">에서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연설은) 참여정부의 균형적인 평가를 위한 토론이므로 선거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이를 선거법 위반이냐 아니냐 하는 차원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라고 평가했다.

    ‘참평포럼’ 문제제기 나선 한겨레

    보수언론을 비롯해 대다수 언론들이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온도차를 보인 가운데 한겨레는 아예 참평포럼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겨레는 1면 <참여정부 평가 대신 ‘대선운동 참여’>에서 "정치권에선 참평포럼이 2002년 대선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처럼 ‘조직화된 소수’의 응축된 힘을 발휘하면서, 범여권 경선이나 대선에서 판도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되리란 관측이 나온다"며 "참평포럼이 본래 목적인 참여정부 평가를 넘어서 사실상의 정치활동에 나서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지난 4월27일 발족 당시 60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한 달 남짓만에 1400명으로 갑절 넘게 불었다"며 "참평포럼이 전국적인 조직 확충과 동시에 한나라당 공격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올해 대선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집중공격을 통해 ‘반한나라 단일전선’을 형성하면서 흐트러진 친노 세력을 결집하려는 포석"이라며 "현재 대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친노 세력’의 대중적인 전국 조직은 참평포럼이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의 참평포럼에 대한 평가는 35면 <하려면 당당하게 당 이름 내걸고 하라> 사설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평가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해 네 시간 이상 정치강연을 들었고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을 비난하고 대선에서 평가포럼의 역할을 주문하는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과, 이에 환호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은 정당의 집회 현장과 다를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고 확산시킬 권리는 있지만 이미 정치활동을 하고 사실상 정치세력화를 노리면서도, ‘평가포럼’이라는 외피를 내세우는 것은 뻔한 정치적 명분 조작"이라며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지금이라도 정당을 만들겠다고 솔직하게 밝히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언론에게 이렇게 넉다운이 되도록 두들겨 맞은 노 대통령의 궁극적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제기하는 곳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4면 머리기사인 <노-DJ 대선 연합전선 급가속>에서 "노 대통령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범여권 내에 이렇다 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주자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전·현직 대통령이 손을 잡고 연합전선 구축을 서두르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의 ‘의도’에 대한 분석 제기하기도

    국민일보는 "김 전 대통령도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 대선 정국의 전면에 나서고 있고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범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대통합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손 전 지사 등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경선과 단일화 과정을 통해 후보 문제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34면 <대통령은 미치지 않았다> 제하의 배인준 논설주간의 칼럼에서 "노 대통령은 문제의 연설에서 반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DJ와의 공동목표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를 위해 양자는 현란한 정치극을 펼칠 것"이라며 "한나라당 주자(후보)를 비롯해 쓰러뜨릴 카드는 끈질기게 저격할 것이고, 깜짝쇼 이상의 연출로 남북 간 평화국면을 가시화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한나라당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는 칼럼 말미에 "좌파정권의 연장을 막으려는 우파의 전략과 결속력이 우세할까, 우파에게 정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좌파의 지모와 실탄이 위력적일까. 거기서 승부가 갈릴 듯도 하다"며 "지난주 노무현 사람들의 굿판을 패잔부대의 열패감을 달래기 위한 허무개그쯤으로 볼 것인가"라고 폄하했다. /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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