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경선제 다수파 지배 고착화시켜
        2007년 06월 04일 1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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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명확하게 A라는 팀과 B라는 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A라는 팀은 상대적으로 다수이고 B라는 팀은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물론 이 중간에 이 팀에 속해 있지 않은 많은 당원이 존재한다.

    민중참여경선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팀은 A팀이다. A팀은 이미 당 대회에서 다른 형식으로 경선의 룰을 바꾸자고 시도했고 역시 자신이 다수임을 확인했지만 2/3의 지지에 못 미쳐서, 즉 64%의 지지를 받아 경선의 룰을 바꾸는 대 실패하였다.

    경선의 룰을 바꾸자고 다시 주장한 팀도 역시 A팀이었다. 만약 소수인 B팀이 경선의 룰을 바꾸어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의 룰을 주장하였다면 당연히 기각될 것이다. 그래도 민주주의의 원칙인 소수 배려가 관철될 수 있었을 것이고 경선의 룰을 바꾸어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많은 당원이나 국민의 관심이 모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B팀의 일부는 “A팀이 경선의 룰을 바꾸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평소에 지지했던 ‘갑’이라는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A팀에서는 “민중참여경선제가 후보로 나와 있는 ‘갑’ ‘을’ ‘병’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설사 옳다고 해도 문제는 게임의 참여자가 A팀만 아니라 B팀도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러한 A팀의 주장에 대해 B팀이 받아 들인다면 게임의 룰은 바뀔 수 있다. 즉 B팀이 A팀의 주장에 동조하여 이에 협조할 수 있다면 게임의 룰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당내 민주주의가 잘 작동할 수 있으려면 A팀과 B팀의 세력이 비슷하고 경선의 룰이 결과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민중참여경선제의 문제는 ‘얼마나 민중의 참여를 더욱 더 높일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는가’의 원칙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분명히 당내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민중참여경선제가 현재의 세력 분포를 바꿀 수 있고 결과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분명히 바람직하겠지만 도리어 다수인 A팀의 세력을 더욱더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과의 불확실성을 더욱 낮추는 경선의 룰이라면 B팀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다수가 자신을 더욱더 다수로 만드는 경선의 룰을 만들고 소수는 끊임없이 소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 B팀이 경선에 대한 참여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때 홀연히 도인이 나타나 B팀에게 너희들은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할 줄 모르는 옹졸한 사람들이야”하고 꾸짖는다면, 현실주의자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너도 한번 당해보고 그렇게 이야기해라. 정치는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야. 독재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너는 알고 있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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