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철폐 세계신기록, 장하다 한국정부"
        2007년 06월 01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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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한미FTA 농업분야 협상에서 정부는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의 관세를 즉각, 혹은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관세화 예외 품목은 1,531개 품목 중 16개 품목으로 1%에 불과하다. 이는 지금까지 체결된 세계 모든 국가간 FTA에 유례가 없는 전대미문의 결과다. 과거에 우리가 체결한 어떤 FTA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신기록’이자 ‘세계신기록’이다.

    ‘한미FTA저지농대위'(이하 농대위)와 ‘한미FTA반대 비상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31일 국회에서 ‘한미FTA 농업관련 부문 협정문 평가’ 기자회견을 갖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전 품목 관세철폐로 중장기적으로 농업, 농촌, 농민의 해체적 위기가 가속화될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가 작성한 평가 자료에 따르면 미-호주 FTA의 경우 미국은 342개 품목(19%)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했다. 미-캐나다 FTA에선 미국 4.8%, 캐나다 3.4%였고, 캐나다-멕시코 FTA에선 캐나다 7.5%, 멕시코 8.7%였다. EU-칠레 FTA에선 EU 31.8%였고, EU-멕시코 FTA에선 EU가 35%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대상으로 인정받았다.

    FTA 협상을 할 때 대략 20-40%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맺은 FTA 가운데 농산물 관세 철폐 품목이 가장 많았던 한-칠레 FTA의 경우도 정부는 29%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뒀다. 이번 한미FTA 농업분야의 개방 폭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협상 결과대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중요 품목의 경우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격한 충격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경쟁력 있는 농민이나 농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생각보다 급격한 농업 해체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적으론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대폭 떨어지면서 현재는 수입되지 않는 품목도 미국에서 들여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품목별로 보면 오렌지에 대한 관세 축소로 감귤 농가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전체 감귤 생산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하우스 감귤(5월-11월 출하), 월동온주감귤(12월-익년 5월 출하), ‘한라봉’ 등 만감류(11월-익년 6월 출하)는 ‘비출하기’에 출하되는 분량이 많아 상당한 피해가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협상에서 오렌지는 ‘성출하기'(9월-2월)에는 현행관세 50%를 유지하고 ‘비출하기'(3월-8월)에는 관세 30%에서 시작해 7년 후에 철폐하기로 했다. 오렌지 농축액에 부과되던 54%의 관세는 즉시 철폐키로 했는데, 이로 인해 국내 감귤 가공산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의 경우 현행 40% 관세를 15년 후에 철폐키로 했는데, 특히 한우의 60%를 사육하고 있는 17만 소규모 농가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산 돼지고기의 소비도 가격이 더 싼 미국산 쇠고기로 상당분 대체될 것으로 보여 국내 양돈농가에도 피해가 우려된다.

    낙농제품의 경우 전.탈지분유의 관세 176%를 현재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며 혼합분유 관세 36%와 버터류 관세 36%는 10년 이내에 완전 철폐키로 했다.

    윤 교수는 "UR 협상을 잘못하여 분유의 대체재인 혼합분유 관세율을 36%로 낮게 책정했고, 버터의 대체제인 조제버터의 관세율을 8%로 낮게 책정하여 이들 제품의 위장수입이 급증하여 결국 국산 유제품 및 분유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내 낙종제품 시장은 초토화의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선 대부분의 과일, 채소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SG)를 일회에 한해 발동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심각한 독소조항이고 유례가 없는 일로 지적됐다.

    그나마 보리, 옥수수, 전분,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등에 적용되는 농산물특별긴급수입제한조치(ASG)도 "주요 품목이 관세철폐기간이 종료되면 발동할 수 없거나 일부 품목은 2-3년 더 지속되어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발동할 수 없게 되어 한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농업 관련 서비스 분야에선 육류도매업과 육우사육업 관련 서비스에 외국인이 5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거대 유통 자본이 육류도매업에 진출해 수입 축산물은 물론 국내산 축산물도 취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농대위’와 ‘시국회의’는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미국산 생우를 들여와 미국이 출자한 육우사육기업에서 사육한 후 역시 미국이 투자한 육류도매업을 통해 시중에 유통시킬 경우 우리나라 축산업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농협자회사의 대농민 지원사업을 금한 것,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농업부문 보조금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 미국의 농산물 덤핑 수출을 사실상 용인한 것 등이 이번 협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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