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면 뒤덮은 '기자실 통폐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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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01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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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제한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소속 서울지역 37개 언론사 지회는 31일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통제조치를 철회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희대의 언론탄압 행위인 취재 제한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조선 중앙 경향 등이 <"희대의 언론 탄압…취재 제한 철회를">(중앙)라는 제목 등으로 1면에서 다뤘다. 기협 서울지역 소속 39개 지회 중 한겨레와 연합뉴스는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한겨레는 기사를 통해 김동훈 지회장의 말을 인용, "기자협회에 ‘정보접근권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생겨 단일화된 창구로 결집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성명에 불참했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국정홍보처는 31일 4일부터 국정브리핑에 정부의 언론보도 대응 절차와 결과를 공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동아 경향 한겨레 등이 <정부 기사 자의적 판단…언론압박 우려>(동아) 등의 제목으로 다뤘다.

    많은 신문들이 1일에도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일보는 사설 <기자실 통폐합, 토론 대상이 아니다>에서 "천동설이 맞느냐, 지동설이 맞느냐, 지구가 둥그냐 평평하느냐가 토론 대상이 아니듯, 정부의 이번 조치 또한 토론 대상조차 될 수 없다" "정부 주장만 일방적으로 홍보하면서 대통령이 언론을 대중 앞에서 욕보이는 자리로 변하고 말 것임이 자명하다"며 토론회 제안 자체를 거부, 비판했다.

       
      ▲ 경향신문 6월1일자 1면  
     

    초상권 때문에 이택순 청장 사진 못 찍은 경향

    취재 제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이 초상권을 내세워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진촬영을 저지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경찰은 31일 오전 7시20분경 이택순 경찰청장의 출근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청사로 간 경향신문 사진기자에게 "업무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 경찰청장 촬영이 가능하다"며 사진 촬영을 막았고, 규정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회사) 사장님 명의로 된 공문을 보내면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경향신문은 경찰은 해당 기자가 청사 출입기자가 아니므로 출입할 수 없다는 논리를 댔지만 경찰청이 개청 이래 수십년간 청사 출입기자가 아니란 이유로 기자들의 출입을 막은 적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장에게도 초상권이 있는데 함부로 찍으면 되겠느냐"는 경찰청 홍보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공인으로 수백 차례 보도된 경찰청장의 출근 모습 촬영이 사생활 침해에 속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처럼 청와대가 일선에 내린 취재 제한 조치는 벌써 공인의 사진 촬영을 막는 지경에까지 와 있었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6월1일자 1면  
     

    공무원들, "부재중" "답변곤란"으로 회피

    한겨레는 <전화걸면 "부재중" 통화돼도 "답변곤란">이라는 제목으로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이 금지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자실에서 일어난 기자들과 직원들의 신경전을 아래와 같이 상세히 전했다.

    "브리핑룸에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만 달랑 두건 던져져 있을 뿐, 공보실 직원 외에 다른 직원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기자들이 금감위 간부 직원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외부회의에 참석 중’이거나 ‘국외 출장 중’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사무실을 찾아갈 수 없으니 ‘부재중’이라는 답변이 사실이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경향신문도 <부처간 엇박자 ‘엉터리 자료’ "난 몰라, 홍보관에 전화하라">(3면)에서 정부의 조처 이후 공무원들의 취재 기피와 거부, 부실 자료 제출을 지적했다.

    한편, 조선일보도 경기지역에 배달되는 일부 판에서 <홍보처 ‘답변’한마디 얻는데 전화걸기 7번 4시간30분>이라는 제목으로 공무원과의 통화의 어려움을 전했다.

    금감원, 취재거부에 노조압박까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31일 오후 4시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금지 조치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  대다수 신문들이 이를 인용한 가운데, 한국일보와 동아일보가 금감원 노조가 윗선의 외압으로 성명을 철회·번복했다고 보도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오후 4시에 비판성명을 발표했으나 금감원 총무국은 오후  6시30분께 통해 ‘금감원 공식 입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노조 해명자료를 들고 나타났다.

       
      ▲ 한국일보 6월1일자 1면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사측이 ‘가뜩이나 금감원 임직원들의 비리 사고로 외부 평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방침과 어긋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일부 노조원도 반발해 간부회의를 열어 해명자료를 내게 됐다"는 오승훈 금감원 노조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 "사실 호도한 국정홍보처, 감시 잘 해야"

    조선일보는 파리와 워싱턴 모스크바 특파원을 통해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강경희 파리 특파원은 기자수첩 <‘선진국 기자실’ 곡해한 정부>에서 OECD 27개국 중 미국 일본 이탈리아를 빼면 부처별 기자실이 없다는 국정홍보처의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강 특파원은 "27개국 중에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과 근본적으로 정치구조가 다른 의원내각제"라며 "권력의 중심도, 기자실의 중심도 의회가 될 수밖에 없고, 행정 부처에 기자실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한국 대통령은 ‘5년 철밥통’임기를 보장받고, 장관들은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강 특파원은 "언론의 입장에선 대통령과 정부 부처에 대한 감시가 더 필요하"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강 특파원은 "해외 사례를 이리도 엉뚱하게 해석해 기자실 없어야 선진국인 것처럼 호도하는 국정홍보처야말로 한시도 감시를 소홀히 해선 안될 취재 대상이 아닐 수 없다"며 국정홍보처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조선은 워싱턴 발로 미 백악관 기자실에 자리한 기자들의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을 <"기자실은 국민이 언론에게 준 공간 대통령이 어떻게 나가라고 하나">(5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조선은 4면 <"정부와 다른 목소리 낸다고 언론접근 막다니 이해 못해">에서 모스크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기자연맹 (IFJ) 총회에 참석 중인 크리스토퍼 워런 국제기자연맹 회장을 인터뷰해 실었다.

    한편, 통일부에서 출입정지를 당한 중앙일보는 <사면초가 이재정 장관 언론은 집단항의하고 북한은 버티고…>(4면)와  <선진국선 ‘출입정지’ 등 취재 제한 없어>(5면)에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이 공개한 ‘취재지원 시스템 실태조사 결과’라는 자료를 인용해 국정홍보처를 비판했다.

    동아·조선, 양정철 비서관 과거 이력 언급하며 비판

       
      ▲ 조선일보 6월1일자 4면  
     

    대다수 언론들은 정부 조치를 주도하고 있는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집중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은 <"나는 사육신이지 간신은 아니다">(4면)에서 양 비서관의 과거 이력을 언급하며 비난했다.

    조선은 "양 비서관은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유난히 독설을 많이 해온 강경파"라며 언론노보 기자와 나산그룹 홍보실 한보그룹 재직 경력을 나열했다. 특히 조선은 1997년 1월 경희대병원에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을 수행하는 양 비서관의 사진을 크게 싣고 "97년 한보사태 당시 정태수 회장의 비서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인은 비서 출신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정연욱 기자도 기자수첩 <"난 간신 아닌 사육신" 양정철의 궤변>에서 "1994년 나산그룹 홍보실을 거쳐 1997년 한보사태 때 정태수 총회장의 홍보업무를 맡아 언론인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 이후 스카이라이프에 근무하다 내부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2005년 8월 삼성그룹에 대통령이 참가하는 행사의 비용문제 등을 ‘협의’한 사실이 드러나 공개사과하기도 했고, 지난해에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 기자는 이런 이력을 볼 때 양 비서관이 "충절의 상징인 사육신에 비유한 것은 궤변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선은 한국언론학회 회원 2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언론학자의 72%가 브리링룸 통폐합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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