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치 아파요, 지역구 여성할당 어떻게?
        2007년 06월 01일 07: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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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여성할당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당의 최고 규범인 당헌에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의 여성할당 30%를 의무화했으며, 비례 후보의 경우는 실제로 여성 50% 이상이 확보된 상황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적용되는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여성할당제는 민주노동당에게 해법이 안 나오는 골치덩어리로 변질되고 있다. 지금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끙끙 앓고 있으나 ‘솔류션’이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다.

    "끙끙 앓는 민주노동당, 좋은 해법 어디 없나"

    지역구 여성할당제는 말 그대로 지역구에서 한명씩 뽑는 국회의원 후보의 총수 가운데 여성이 30% 이상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에 국회의원 선출 지역구 수는 243개. 따라서 적어도 73명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에 할당 기준을 광역시도로 하면, 서울은 48개 선거구 중 15개 선거구, 충남은 10개 선거구 중 3개 선거구 이상에서 여성이 출마해야 한다. 

    이는 뒤집으면 전국에서 여성후보가 60명뿐이라면 전체 출마자 수가 200명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서울에서 여성후보가 9명이라면 전체후보가 30명, 충남에서 여성후보가 2명이라면 전체후보는 6명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출마하고자 하는 남성 후보가 있어도 할당제에 막혀 출마하지 못하는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구 후보에 여성할당을 적용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 부분이 적용된 바 있다. 민주노동당은 그 이전인 2005년 7월에 지방의원 후보 20% 여성할당제를 결정했다. 당시에도 여성할당이 논란이 되었으나 결국에는 지역구 여성후보가 전체 629명 중 23%인 147명을 차지해 20% 여성할당을 실현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지방 의원하고는 다르다. 우선 지방의원 지역구 후보 선출 방식과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선출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구로구에서 구의원 후보를 5명 내보낼 경우, 선출단위가 구로구위원회 당원 전체가 되기 때문에 구로지역위 차원에서 정치적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며, 5명 중 20%인 1인을 여성 후보로 출마시킬 수 있었다.

       
      ▲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3.8여성대회에서 풀뿌리 여성정치 실현을 위한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위원의 경우 한 지역위에서 뽑는 후보가 1명일 수도 있고, 그 이상일 수도 있으며, 다수의 지역위원회가 1명의 후보를 뽑게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처럼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지역위원회의 정치적 노력으로 30% 여성할당을 지키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현실은 바닥인데, 이상은 하늘, 갑갑하다"

    민주노동당은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돌파할 생각인가.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의견부터 ‘정면돌파해야 하는 과제’라는 인식까지 다양한 시각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규정을 2년 전인 지난 2005년 10월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했으며, 구체적인 할당 방안은 오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할당 방안을 두고 의견 차이가 커 차기 중앙위원회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성할당 방안이 조기에 확정되지 못하고 내부 갈등 요인으로 남게 되면, 내년 총선 준비과정 전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한 당내 현안이 된 상황이다.

    특히 총선 후보를 조기 선출해서 선출된 후보가 지역 차원에서의 대선 활동을 주도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적지 않은 민주노동당의 지역위원회의 경우 전략 전반을 새로 손질해야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여성 30% 할당은 기본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정신이다. 설계과정의 어려움은 있으나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현실은 바닥인데, 이상은 하늘이라서 갑갑하다"고 말했다.

    "당규 다시 바꿔야 한다"

    김용한 경기도당위원장도 “일괄 적용할 방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으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당규를 만들어 놓고 시행도 해보지 않고 우려만 가지고 개정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노력해 보고 정 안 되면 당규개정은 내년 3월에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임성대 충남도당위원장은 “여성할당제 30%는 진보정당의 가치 실현 목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시기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라며 “부칙을 신설해서라도 강제조항을 권유조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학규 동작지역위원장은 국회의원 지역구 30% 여성할당에 대해 “당규 자체가 재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학규 위원장은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30% 할당은 당헌에 반한다. 각각 독립적 단위가 있는데 총수에서 30% 할당하는 것은 당헌을 잘못 확대해서 해석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는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30% 할당은 광역단위로 기준으로 적용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광역단위로 여성후보 예비등록을 받고, 여성예비후보의 수가 30%를 초과할 경우에는 각 지역구별로 경선을 해서 1위를 차지하면 바로 지역구 후보가 되고 1위를 차지하지 못해도 득표율이 높은 순으로 지역구 후보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성예비후보의 수가 30% 이내이면 광역시도당별로 여성후보만 출마하도록 하는 여성전용선거구를 지정하도록 해서 여성할당을 실현한다는 방안이다.

    여성전용 선거구 지정도 검토

    박인숙 여성위원장은 이 방안에 대해 “여성의 낮은 참여와 진출에 대한 적극적 조치이다. 이런 조치가 없으면 여성의 정치 진출이 더 어렵다. 지방선거에서도 어려웠지만 해냈다”며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박인숙 위원장도 “여성위 안보다 좋은 다른 방식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다”며 논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김학규 위원장은 이에 대해 “광역단위에 여성전용선거구를 두면 남성출마 기회가 봉쇄된다. 당원들의 선거권도 제약된다. 현재 여성 30%할당에 기계적으로 얽매여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를 광역 선거구 단위로 일반명부와 여성명부를 두고 선출하는 방법도 있다. 1위부터 지역구 선택권을 부여한다거나 여성에게 우선권을 줄 수도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도 인정하듯이 특정 지역에서 준비한 후보가 그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마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

    김용한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합치면 30% 이상이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충남이 10%라도 경기에서 35%, 40%가 되면 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전국조정은 더욱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은 또 “여성 최고위원, 중앙당 상근간부들, 지역위원회 상근자 등이 지역구 출마를 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각 지역에서 평당원 후보를 발굴하는 것보다는 “검증되고 훈련된 당직자들이 공직자로 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평소에 잘 했어야지"

    이봉화 관악구위원장은 이와 비슷한 주장을 소개한다. “여성당원들이 힘을 합쳐 전국 선거구 중 30% 이상에서 다 발굴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역위를 옮기는 것도 여성이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 정치인이 아니라는 면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도 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성후보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결국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30% 여성할당 방안은 똑 부러지는 제도설계가 불가능한데다가 이에 대한 입장차이도 커 특정 방안으로 결론이 난다 해도 갈등과 부작용을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결국 민주노동당이 평소에 여성정치인 양성에 힘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자성이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30% 여성할당 당규는 2005년 10월에 마련되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여성후보 타령’을 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인숙 여성위원장은 이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다 된 후에 할당을 하면 그런 제도가 필요하겠냐”고 반문한다. “5.31 지방선거 때 여성 279명을 후보로 냈다. 이 자체로도 중요한 훈련과정이었다”며 여성정치학교 등 다양한 양성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임성대 충남도당위원장은 “당규 개정 후 당의 실현 방침과 노력이 없었다”며 “지난 2년간은 정체기였다. 당 전체가 질곡을 겪었다. 당 활동가가 성장을 못했다”고 평가한다.

    한편 현재 여성위원회가 마련한 방안은 6월 초 몇몇 광역시도당 위원장들과 함께 검토되고, 이후 오는 12일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토론될 예정이며, 여기서 나온 안을 바탕으로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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