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경선제 ‘본선경쟁력’ 약화
        2007년 05월 31일 04: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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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선출방식을 ‘당원직선제’로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현 상황에서 당시 ‘개방형 경선제’를 주장했던 민족해방(NL)계 일부와 당의 모태인 민주노총 지도부가 선거인단의 문호를 외부로 넓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이 당의 핵심 기반인 민주노총과 전농 등의 구성원에게 경선 투표권을 주는 ‘민중참여경선제’ 도입을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하고, 여론화하는 상황은 민주노동당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몇 가지 곤혹스러움과 딜레마를 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논쟁의 의미, 그리고 바람직한 판단과 선택을 위해서는, 논의자들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는 선행작업이 필요하다.

    1. 대의제의 ‘숙의적 효율성’인가? 이해관계자의 ‘참여적 민주성’인가?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5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민노총, ‘민중경선제’ 철회하고 차라리 혼자 가라”를 통해 민주노총의 이같은 행보가 “공당의 논의 및 의결구조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부정하는 반민주적 행태”이며 “진보정당의 존재 의미를 상징하는 진성당원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7일 <프레시안>에 “영원히 ‘소수정당’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글에서 “잘못된 결정에 재의 요구하는 것은 ‘반(反)민주’가 아니다”라고 반론하였다.

    즉, “민주노동당의 회의규정에는 회기 내에도 잘못 결정됐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번안 요구를 할 수 있고, 차수가 변경되면 얼마든지 절차에 따라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이것은 의사결정에서, 정보의 미흡 등으로 잘못 판단하거나, 새로운 상황의 발생 등으로 대의원들의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때를 위하여 마련한, 민주적 절차”라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의 재의 요구는 지난 결정 과정에서 풍부하고 충분한 논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제출된 ‘민중경선제’가 ‘개방형 경선제’와 같은 맥락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달라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 세 명의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의 시각도 유사한 것 같기도 하지만 조금씩은 뉘앙스가 다르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 측은 “이미 확정된 사안을 재론할 경우 당내 혼란만 가중되고 국민들에게도 밥그릇 싸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경선 방식 변경에 대한 반대 입장이다.

    반면에, 권영길 의원 측은 지난 17일 전국민주연합노조 초청강연에서 “당대회를 다시 열어 민중경선제를 처리하는 게 어렵다고 해도 민노총, 전농, 전빈련 등 당을 지지하는 대중 조직의 성원들이 이번 대선에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민중참여경선제도 재논의에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2. 민주노총 지도부의 요구는 이기적(정파적)인가, 공익적인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이라는 세 가지 정체성이 가끔씩 균형과 조화를 이루다가도 어느 순간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크게는 ‘노동’이라는 측면과 ‘당’이라는 측면이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충돌하거나 균형을 맞추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노동)는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다알이 일찍이 강조한 ‘다원민주주의’ 관점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이익집단)의 ‘사적 이익’과 ‘선호’ 및 ‘정치적(정파적) 의지’의 중요성을 정당화하였다. 반면에 이것의 과잉에 대해 우려한 밀(J. S. Mill)은 이것을 일종의 민중주의적 다수독재가 될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민중의 직접참여가 아닌 ‘정치적 대리인’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를 강조하였다.

    후자(당)는 ‘사당’이 아닌 ‘공당’을 강조하고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과잉이 나올 수 있는 ‘민중주의적 다수독재 경향’의 위험성을 알고, 그것의 보완을 위해,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통한 합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화주의 또는 공화민주주의적 지향성을 갖는다.

    이것은 정당이라는 공적인 질서가 사적인 이해관계로 균형을 잃고 부패와 타락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공공선과 공동선에 도달하려는 것을 지향한다.

    과연 공익성을 표방하는 ‘이익단체’의 대표인 민주노총 지도부의 요구는 자신들의 정파적이고 이념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공적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이기심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인지?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무조건 반영하여 대변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대리인’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이해당사자와의 충돌이 있더라도 이해당사자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신탁자’가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 둘의 ‘균형’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민주노동당과 의원들이 지향해야 할 대의제의 상(像)이 ‘대리인’인지? 아니면, ‘신탁자’인지? 아니면 이 둘의 혼합적 균형인지? 이것에 따라, 민주노동당이 추구해야 하는 이익과 가치가, 특히, ‘대중정당’이라는 레테르의 가치가 달라진다.

    전자일수록 이해당사자들의 ‘계급적 이익’을 강조할 것이고, 후자일수록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계급적 이익보다는 이것을 넘어서는 국민일반 또는 유권자 일반의 ‘보편적 이익’을 강조할 것이다. 물론 이 둘의 혼합적 균형도 가능하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을 지향해야하는지 궁금하다.

    3. 민중참여경선제도가 ‘본선경쟁력’을 강화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에서 당초 ‘개방형경선제도’가 논의된 직접적인 배경은 아마도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본선경쟁력 강화’였을 것이다.

    이것은 지난 1월 26일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와 사회동향연구소가 실시한 당원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질문지에서, “현재의 당원직선제로 경선을 치룰 경우 어떤 변수(요인)가 선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당원의 과반수인 57.1%가 ‘후보에 대한 국민여론 지지도’라고 답했으며, ‘당내 정파구도’도 24.1%가 나와 정파가 후보선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시하였다.

    이 두 가지 통계적 지표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본선경쟁력이 있는 후보선출방식을 찾아서”라는 글에서,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당원들의 여론을 참고해 볼 때,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선출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합리적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지만, 당원들이 원하는 것은 ‘정파적-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일반 유권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본선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의 ‘민중참여경선제도’는 당초의 ‘본선경쟁력 강화’ 논리보다는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민중주의 세력 총단결주의’ 또는 ‘진보대연합 강화 노선’ 측면과 더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민중주의적 이념적 정파적 성향이 강한 ‘민주노총의 지지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을 지향하는 것 같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지지후보’가 ‘본선경쟁력 있는 후보’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서는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후보가 정파적 이념적 이해관계로 인하여, 유권자들에게 본선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선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한국적이면서도 민주노동당적 오픈프라이머리가 미국식과 다른 특이성이다.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가 고안된 배경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세계화-후기산업화-정보화 시대 전환적 배경 속에서 당원가입률 하락 등 ‘조직으로서의 정당 약화’와 유권자들의 ‘정당일체감의 약화’ 현상에 연관된다.

    그리고 공천권 행사에 있어서 정파 보스의 정파적 이념적 독단성과 편향성의 폐해로 인한 정당민주주의와 거버넌스의 위기를, 공천권을 일반 유권자에게 개방하여 중간 유권자의 이익과 선호를 대변하는 후보를 선출케 함으로써, 정당의 이념적 정파적 편향성을 제한하고 본선경쟁력을 유도하기 위한 정당민주주의 차원에서 진행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민중참여경선제는 이와는 정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에서의 본선경쟁력의 핵심은 이념적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유권자와의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즉, 오픈프라이머리의 핵심은 정파 또는 이념의 영향력에 있는 당원보다 당파성이 적은 일반유권자의 투표참여비율이 절대적으로 크면, 클수록 그 순기능을 발휘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맥락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제도공학적으로만 보면, 진성당원직선제를 통한 후보선출은 본선경쟁력보다, 당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후보를 뽑는데 길항적인 제도라고 생각되며, 반대로 개방형선거제도는 당의 정체성보다는 일반 다수 국민의 선호를 반영하는 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내에서의 개방형 경선제도와 최근의 민중참여경선제도 논의는 이것과 반대였다.

    본선경쟁력을 강조한다면 개방형경선제를, 당의 정체성을 강조한다면 진성당원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만약, 최근의 민중참여경선제가 본선경쟁력의 핵심문제인 이념적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할 수 있는 제도 설계를 특별하게 고민하고, 고안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원직선제를 통한 후보선출보다도 유권자들로부터 더 대중성 없는 후보로 외면받을 수도 있다.

    4. ‘진성당원제도’의 유효성은 절대적 진리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당의 의회주의 노선을 우려한 나머지, 당직과 공직의 겸직을 분리시키는 노선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인 당내 일부 좌파들의 코메디 같은 오류와 같은 것이다. 사실 이들은 마찬가지로 진성당원제도의 유효성을 절대적 진리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근시안적 시각을 반성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진성당원제의 기초가 된 유럽좌파 대중정당의 경험은 산업화 시기에 한에서만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즉, 유럽의 좌파정당 모델은 계급 계층에 따른 사회적 분화와 컨센서스를 정치적 정당의 균열구조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었던 시대적 산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왜냐하면, 1990년 이후 세계화와 정보화, 후기산업화라는 시대적 격변은 계급 계층적 사회적 컨센서스를 약화시키고, 개인을 더욱 파편화 유동화시키고, 이념과 집단보다는 개인적 퍼스낼리티(개성)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대의제보다는 직접 참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서구 좌파정당 모델의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경험적 연구는 유럽의 정당들이 최근에 들어와 당원가입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이념 성향이 약화되거나 ‘선거전문가 정당’ 그리고 ‘포괄 정당’으로 형태 변환하는 이유가 대체로 이것의 경향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곧 정당의 해체(사멸) 또는 정당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은 여전히 대의제적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다만 종전의 것과 다르게 변화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원 중심의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약화’를 대신해서 정당의 다른 측면인 ‘정부 구성(국회의원)으로서의 정당’과 ‘유권자 마음 속의 정당’이 상대적으로 살아나고 강화되면서 이 둘의 길항적 관계가 커지는 것이다.

    이것의 예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사모 출현과 영향력과 이것과 노무현과의 관계라고 보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지지그룹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결국 선거운동방식에서도 새로운 영향력으로 드러날 것이다.

    특히 필자는, 종전의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영향력보다 ‘정부 구성(공직자)으로서의 정당’과 ‘유권자 마음 속의 정당’간의 길항적 관계의 부상은 단순한 정당의 참여민주주의를 넘어서 후보선출과정에 정당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시키고 다양한 이익을 조정하고 권위를 분산시킴으로써, 시대전환적 상황에 처해 있는 정당 자신의 위기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치(協治)의 의미, 즉, ‘거번먼트에서 거버넌스로의 전환’으로 돌파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정당의 역할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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